[임태형의 진학 이야기] 대입 키워드, 학생부의 변화와 의미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2.26 10:11
  • 교육부가 지난 12월 21일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 일부 개정령안 행정예고문을 발표했다. 2018학년도부터 중·고등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가 어떻게 바뀌는가에 대한 사전 안내 정도로 볼 수 있다. 신년 초까지 이의 신청 등을 받아 일부 변화 가능성도 있지만 대부분은 예고문 그대로 적용됨이 일반적이다. 이후에도 급진적인 개편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부 변화는 향후 우리 입시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으로 봐도 무방하다. 단순히 ‘학종’ 중심의 대입 체제 개편 때문만은 아니다. 정책 당국의 입시 고민은 결국 공교육 정상화와 연결되고 학생부야말로 그 과정과 결과를 담아낼 기본틀이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 내용과 그간의 교육부 관계자들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2018학년도 학생부 변화와 의미, 그 이후 예상되는 변화 양상까지 살펴봤다.  

    2018학년도 학생부 변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8학년도 고1 학생들의 학생부는 이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새 교육과정 적용에 따른 일부 과목의 평정 방식이 보다 구체화되고, 학교 간 통합 선택 교과 이수자에 대한 성적 산출 조항이 신설됐다. 예를 들어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늘어나게 되는 실험‧탐구‧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과목들은 지필고사 없이 수행평가만으로 평가가 가능하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각 시‧도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지침에 따라 학교별로 정하게 된다. 지필고사가 필요한 다른 과목들에 대해서도 문제 출제와 연관된 불필요한 규정들을 철폐하여 학교별 자율성을 간접적으로 강화했다. ‘평가의 변별력을 최대한 높이기’, ‘평가문항수증대’, ‘문항당배점다양화’ 등이 대표적으로 사라진 문구들이다. 현재의 대입에서 학생부전형 평가 요소 중 가장 핵심 영역으로 주목받는 교과학습발달상황(8번)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 방식에도 미묘한 변화가 눈에 띈다. 기존의 ‘성취수준의 특성 및 학습활동 참여도 등을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는 과목 및 학생에 대하여 문장으로 입력’한다는 내용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는 과목 및 학생에 대하여’ 부분을 삭제했다. 이른바 ‘세특’으로 불리는 해당 영역의 작성을 보다 보편화시킬 의도가 엿보인다. 보다 자세한 것은 추후 공개될 ‘2018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세특의 대입 활용도는 이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삭제된 부분에 대한 해석과 적용이 그간 주관적일 수 있어 학교마다 관련 기록 사항에 큰 차이를 보였던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한 의도로 보인다.

    신설된 ‘학교 간 통합 선택 교과’ 관련 규정은 고교학점제 시범 도입에 따른 것이다. 2022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에서는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위해 개별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에 대해 인근 학교 간 상호 협력을 통한 공동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 이때 타고등학교에 가서 들을 수 있는 과목이 ‘학교 간 통합 선택 교과’이다. 해당 수강자들의 학생부에는 해당 과목의 원점수, 과목 평균, 과목 표준편차, 성취도, 수강자수가 기록된다(석차등급은 배제). 당장의 입시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지만 현 정부가 핵심적으로 밀고 있는 고교학점제의 실체를 보여줄 첫 번째 단추로써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일 초5(2006년생) 이하 학생들은 물론이고 간접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초6, 중1, 중2 학생들도 눈여겨 봐야 할 사안이다.

    향후 학생부 변화와 대처는?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학생부 문제는 학종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게 중심”이라며 “일부 기재사항을 포함해 1차적으로 올해 말까지 전반적인 수정을 하고, 최종 내년 8월까지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월 30일 열렸던 '2017 광주 학부모와 함께하는 소통&공감 콘서트’에서도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일 방안을 연말까지 준비해 발표하겠다”며 학생부 개선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아쉽게도 이번에 발표된 2018학년도 학생부 관련 행정예고문만으로는 이렇다할 개선책을 따로 찾아볼 수 없었다. 곧이어 구체적인 방안이 별도로 발표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간의 김 부총리 발언이나 교육부발 언론 보도 내용을 토대로 몇 가지 조심스러운 예상은 가능하다. 우선은 현재 학생부의 10개 항목은 압축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입시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항목 수는 이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인적사항, 학적사항, 출결사항,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 취득상황, 진로희망사항,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세특 포함), 독서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중 일부 항목의 기재 내용을 현재보다 제한·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교육부 관계자 발언도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1번 인적사항의 학부모 신상 관련 내용이나 7번 창체활동상황의 소논문, 자율동아리 관련 내용이 대표적이다. 핵심은 사교육의 유발이나 부모의 개입 여부 가능성, 부익부 빈익빈 등과 연관된 항목들의 관리와 통제이다. 앞서도 언급했던 세특 부분은 작성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학생의 실질적인 학업 역량과 특성을 정성적이면서도 실질적으로 담아낼 수 있게 한다면 세특의 입시 영향력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아직은 상당 부분이 형식적인 내용들로 채워지고 있는 7번 창체활동 관련 항목들도 큰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율활동과 진로활동 등이 입시에서 보다 실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들이 시급한 실정이다.

    새 정부의 교육철학을 담아내기 위한 학생부의 변화는 향후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지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그 모든 변화가 다가올 입시와 보다 직접적으로 연관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학생부의 영향력 확대를 지금처럼 ‘채우는 스펙’으로써의 형식적 부담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학생부 변화의 핵심은 실효성이며 그 근간은 주체적인 경험과 체화된 사고력이다. 교과 지식을 토대로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가올 학생부 관리와 입시 부담의 실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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