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진학 이야기] 대입 면접 예상 질문과 답변의 준비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0.17 09:54
  • “오늘 저희 학교에서 면접을 치렀는데요, 어떤 학생이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처럼 횡설수설하더라구요. 우리 애도 혹시 그런 상황이 올까 걱정입니다.” 며칠전 수도권 모대학 교수가 소속 학과 신입생 선발 면접관으로 처음 참여한 후 전한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그의 자녀 또한 올해 면접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이었다. 면접관의 자녀라고 해서 면접 불안감을 해소할 특별한 비법이 따로 있지는 않은 듯했다. 당연하다. 면접은 공식을 대입해 기계적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정량 평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면접실에서의 모든 상황은 면접관이나 수험생에 따라 생물처럼 살아 움직일 수 있다. 서류형 일반면접이 특히 그렇다. 이런 평가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준비 과정도 수능이나 내신 공부법과는 달라야 마땅하다. 물론 그 관성에서 벗어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하지만 당장 코앞의 면접을 걱정해야 하는 수험생일지라도 남은 기간 면접 준비를 위해 할 수 있는 몇 가지 실천 지침은 있다. 형식보다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효적인 예상 질문과 답변을 위해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면접 준비를 위해 가장 먼저 예상 질문을 뽑는다.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까지 뽑는 경우도 있다. 적중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지만 양보다 중요한 것은 질이다. 또한 예상 질문을 많이 뽑는 것만으로 답변의 변별력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보다 효율적으로 질문과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기존 기출 질문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서류형 면접 질문은 개별 수험생마다 달라 학교가 발표하는 공식 자료는 없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나 입시 책자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구해 볼 수 있다. 이때 기존의 질문 몇 개를 그대로 자신에게 대입하기보다는 다양하고 많은 수의 질문들을 접함으로써 출제 가능한 질문 유형 전반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출을 구하는 과정에서 학교나 학과를 특정할 필요는 없다. 다수의 질문들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두 가지를 알게 되는데, 첫째는 ‘단골 질문’의 유형이고 둘째는 자신의 ‘취약 영역’이다. 이를 바탕으로 예상 질문을 뽑고 답을 구상하되, 단골 질문에서는 답변의 변별력 확보에 주력하고 취약 영역에서는 답변의 확장성에 신경써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학과 지원동기가 무엇인가’를 단골 질문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누구나 예상 가능하고 실제 출제 빈도도 높은 질문이므로 많은 수험생들이 동일한 질문을 받고 답변도 충분히 준비해 올 것이다. 내가 준비한 답변은 이들과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 변별 포인트는 개인에 따라 다양할 수 있지만 기본은 설득력이다. 구체적인 사례나 인상적인 경험, 논리적인 인과관계로 지원의 타당성이나 필연성을 설득력 있게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준비한 답변이 스스로에게 ‘그럴싸하게 보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친구나 부모님, 선생님 등의 조언을 통해 객관적인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동일한 질문을 취약 영역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특별한 계기나 동기 없이 막연한 이유로 해당 학과를 선택했다면 지원동기 관련 질문은 취약 영역일 수밖에 없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늦었더라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실제로 고민해보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보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취약 영역을 이런 식으로 보완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기의 면접 준비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답변 준비를 통해 짧은 기간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실제 면접 과정에서 취약 영역과 관련해 수험생들이 가장 흔하게 당황하는 순간은 자신의 예상 질문이 엇나갔을 때이다. 취약하다보니 더 긴장되고, 질문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답변을 추스르기 어려워진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답변의 확장성이다. 지원동기뿐 아니라 유사 질문에 대해서도 무난하게 확장해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 답변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해당 학과에 대한 단순한 호감도를 표현한 지원동기보다는 자기 적성이나 장래희망을 연계해 준비한 답변이 더 나은 확장성을 보인다. 지원동기 대신 ‘자신을 합격시켜야 하는 이유’를 묻는 식의 응용 질문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멘붕’을 막기 위한 키워드 검증과 선택
    예상 질문에 대한 자기 답변들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해 두느냐도 중요하다. 보통은 질문 텍스트 아래에 자신이 답변할 내용들을 마치 녹음하듯 문장 그대로 적어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럴 경우 답변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면접실에서 그대로 재현될 확률은 낮다. 오히려 재현의 과정이 조금이라도 어그러지는 순간 통암기는 ‘멘붕’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그 유명한 ‘키워드 답변’ 연습이다. 답변에 필요한 핵심 단어들만 기억해 두고 질문이나 상황에 따라 해당 어휘 중심으로 문장을 만들어가며 면접을 연습해보는 것이다.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남긴다. 내가 선택한 키워드들이 과연 ‘합격의 단어’들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키워드에 대한 검증 없는 답변 연습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키워드 검증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해당 키워드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자신의 역량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수험생이 자신이 최근에 읽었던 신문 기사 중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답변 소재로 정했다 하자. 단순히 어떤 기사를 인용하는 것만으로 높은 변별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 대한 자신만의 비판이나 분석, 이를 통한 역사관 형성의 과정을 담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키워드는 해당 기사가 아니라 자기 생각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 생각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창의적인가는 그 다음 문제이다. 또한 자기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 키워드는 면접관에게 추상적이거나 현학적으로 비춰질 확률이 높다. 반대로, 자기 특성을 그대로 담아낸 키워드라면 아무리 긴장되는 순간이라도 잊혀지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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