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진학 이야기] 요즘 입시에 대처하는 세 가지 유형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0.06 13:52
  • 고입이나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묻는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냐고. 요즘 입시가 원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다양한 학생들을 접하지만 놀라울 만큼 자주 비슷한 답변들을 듣게 된다. 많은 혹은 적정한 수준의 돈을 벌어 자유롭게 사는 것. 대다수 학생들은 이런 미래를 꿈(?)꾼다. 핵심은 돈과 자유인데 구체적인 복안은 없다. 그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요약해 보면 구복지계에 취미 생활 정도를 더한 수준이다.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는 편의성과 효율이 관심사다. 높은 확률로 좀더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면 그만인 셈이다. 명문고나 명문대 진학은 그 수단에 불과하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자유 추구라 하니 딱히 뭐라 나무라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자소서나 면접에서는 다른 답변의 필요성을 느낀다. 본인들도 어딘가 찜찜한 탓이다. 상급 학교나 입학사정관이 원하는 무엇과는 거리가 멀다는 직감이다. 이런 난관 앞에서 학생들의 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울며 겨자 먹기 식의 회피다. 자신 없는 질문을 요구하는 학교나 전형은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자소서 작성 부담으로 특목·자사고 진학을 망설이거나 학생부를 ‘관리’하지 못했다고 여겨 학생부종합전형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점수 이외의 다른 어떤 평가에 대해 자기 경쟁력을 의심하거나 극심한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적만으로 평가 받기를 원하지만 그런 입시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게 문제다. 고입에서는 자신의 특성과 맞지 않는 학교를 선택해야 할 수 있고, 대입에서는 실제 자기 성적보다 높은 수준의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입시 준비를 통해서나마 해볼 수 있었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기회를 잃는 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서류나 면접이 요구하는 질문에 대처하는 두 번째 태도는 전략적 포장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활동을 입시에 꿰어 맞추는 식이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많은 수험생들이 대처하는 방식이다. 물론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답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입시가 원하는 정답이 자신에게 없다면 그렇게 보이기 위해 포장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랜 시간 정답을 찾는 평가 방식에 익숙해진 탓도 크다. 하지만 요즘 입시나 입학담당관이 정답이나 포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뽑는 사람도 모르는 정답을 뽑히는 사람들만 찾아 헤매는 격이다. 학교는 지원자 각자가 ‘자신만의 정답’을 찾는 과정을 원하는데 수험생들은 아직 ‘공통의 정답’이 무엇인지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는 아픈 현실로 받아들여 포장에 정성을 다한다 해도 합격 효율이 나쁜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입시에서는 포장을 벗기려는 쪽이 언제나 ‘갑’이고 이들의 승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입시가 제시하는 낯선 질문들에 대한 수험생들의 세 번째 자세는 정면돌파다. 입시를 계제로 실제 그러한 고민과 경험에 도전해보는 것이다. 단순한 욕구 충족 이상의 자기 목표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이 사뭇 비장한 경우도 많다. 책이나 롤모델을 찾아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그간의 자기 경험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등을 구분하기도 한다. 삶이나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깊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넓게 훑어보는 과정에서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찾는 경우도 있다. 자기 인생의 실제 로드맵이 완벽하게 그려지진 않을지라도 적어도 입시에서만큼은 제법 쓸만한 노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것만으로 합격이 보장되는 입시는 없지만 그와 같은 실제적 노력이나 생각없이 최종 합격을 바라볼 수 있는 입시도 많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어느 유명 정치인이 말했던 선거 승리를 위한 3실(實)은 요즘 입시에서도 매우 유효하다. 성실, 진실, 절실이 그것이다. 다가올 입시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라도 과거보다 이들 3실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임은 확실하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합격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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