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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입시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른 곳은 8월초부터, 대부분 과학고는 8월 중순을 전후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과학고 도전을 염두에 둔 수험생들도 지금은 기말고사 준비로 바쁠 시기이지만 적어도 수학·과학 공부만큼은 내신을 넘어선 계획이 필요하다. 서류평가, 면담, 면접으로 이어지는 과학고 입시의 모든 과정에서 수·과학 학업 역량은 합격을 위한 핵심 변별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고 입시에 최적화된 ‘학업 역량’이란 게 기말고사 점수처럼 간단명료하진 않다. 영재학교 지필고사 준비와도 또 다른 성격의 입시 대비가 요구된다. 새로운 종류의 수·과학 공부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평가 구조에 최적화된 학습의 마무리와 보완은 당락을 뒤바꿀 변수가 될 수 있다. 서류 준비로 시작되는 1단계부터 자신의 수·과학 학업 역량을 입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요 과학고들의 경우 1단계 통과 확률이 2단계보다 낮다는 점도 누누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자소서와 면담에서의 수·과학
과학고 전형 1단계는 서류와 면담 평가가 기본이다. 서류는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가 평가 대상이다. 면담은 지원자 소집 또는 입학담당관 방문의 형태로 진행된다. 지원자의 수·과학 역량이 가장 먼저 평가되는 곳은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이다. 하지만 교과 성취도만으로 변별력 발생은 어렵다. 성취도 이외의 학생부 다른 내용들과 자소서, 추천서 등까지 모두 참고하는 종합 평가가 이뤄진다. 특히 자소서 내용 대부분이 수·과학 소재들로 구성되는 만큼 관련 역량 평가에 매우 비중 있게 참고 될 수밖에 없다. 내신이나 면접뿐 아니라 자소서 작성을 위해서도 별도의 수학·과학 공부가 필요한 이유이다.
흔히 자소서 작성을 경험 중심의 ‘이야기 구성’ 쯤으로 여기는 수험생이 많지만 과학고 입시에서만큼은 수·과학 공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소재의 변별력 판단이나 탐구 경험에 대한 의미부여 등은 관련 배경 지식과 그에 대한 이해, 통찰력, 창의성 등을 기반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까지 공부하고 고민하지 않고서는 자소서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이런 학습의 결과는 결국 면담에서도 빛을 발하게 된다. 과학고 면담이 수·과학 질문들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질문들이 가장 큰 변별 영역임은 자명하다.
면담에서의 수·과학 관련 질문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제출서류 내용 및 지원자 관심 분야 관련 질문이다. 예상 가능한 질문을 받을 확률이 높지만 입학담당관과의 대화 과정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파생되거나 심화된 질문도 이어질 수 있다.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한 확장 학습이 입시 전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는 중학교 교육과정 내에서의 일반적인 수·과학 관련 질문이다. 기본 개념을 묻는 경우가 많지만 그조차도 오래 전에 배웠던 내용이면 즉답이 쉽지 않다. 또한 평소 문제풀이에만 익숙한 일반 수험생들에게는 알고 있는 내용일지라도 설명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지난해 경기북과고에 지원한 A군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시작은 자소서 내용에 관한 질문에서부터였다. A군은 여러 개의 책을 계단식으로 얼마나 높게 쌓아올릴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 경험을 자소서에 적었는데, 스스로 문제 해결의 공식까지 유도한 의미 있는 사례였다. 예상대로 면담에서 관련 질문들이 이어졌고 대부분은 막힘없는 답변이 가능했다. 그런데 문제 해결의 원리와 과정까지 자세히 설명한 A군의 발목을 잡았던 유일한 질문은 의외로 매우 단순했다. ‘무게중심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심지어 해당 어휘는 자신의 탐구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뱉어낸 단어였다. 중학교 수학 과정에서 배운 ‘삼각형의 무게중심’ 개념이 얼핏 떠올랐지만 자신의 탐구 내용이나 당시의 질문 의도와는 맞지 않았다. 결국 A군은 끝까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어찌 보면 초등학생도 답변 가능해 보이는 단순하고 쉬운 질문 같았지만 실상은 수험생의 학업 깊이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드러날 수 있는 미묘한 질문이었다.
1단계 합격을 위한 수·과학 공부
이처럼 과학고 면담에서의 수·과학 관련 질문은 개념의 이해와 그 설명을 요구할 때가 많다. 자소서 내용이나 중학교 교육과정 수준을 넘어서지는 않지만 수험생의 역량에 따라 다양한 답변들이 가능한 개방형 질문들도 다수 포함된다. 빠른 속도의 문제풀이에 치중했거나 단순히 개념과 공식을 암기했던 수험생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과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유의사항이다. 실제로 예년 과학고 지원자들을 분석해보면 1단계 통과와 경시·올림피아드 수상 실적 사이에 특별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대회 준비나 실적과 무관하게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능동적으로 탐구한 수험생들의 선전이 갈수록 두드러지는 추세다. 적어도 1단계 통과만 놓고 보면 그 변화는 더 확연하다.
이쯤 되면 과학고 1단계 통과를 위한 수학·과학 공부법도 어느 정도 명확해진다. 우선은 중학교 과정 내에서의 각 단원별 핵심 어휘 및 기본 개념들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수학은 몇 가지 중요한 증명들을 포함하여 평소 무심코 문제풀이에 적용했던 공식들을 유도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 중에서 자소서 소재와 연관된 내용이 있다면 보다 확장된 공부도 요구된다. 때로는 선행학습이 유용할 수도 있지만 중학교 개념 내에서 더 철저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이다. 이런 학습 과정에서 지필고사에 익숙했던 수험 자세를 면담이라는 낯선 평가 체제로 끌어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평소 알고 있거나 안다고 여겨지는,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수·과학적 개념들을 자주 머릿속에서 끌어내 육성으로 설명해보는 이른바 ‘인출연습’이 도움 될 수 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태형의 과학고 이야기] 2018학년도 과학고 입시 준비④-1단계 위한 수·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