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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이 마무되는 이 시기에 서울대 합격자 수 등 언론에 보도되는 진학 실적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받는 고교군은 자사고다. 1800여 개의 우리나라 인문계열 고교 중 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1명 이상 배출한 학교는 약 850여 곳. 매년 절반 이상의 고교들이 1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십 명 이상의 실적을 내는 자사고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압도적인 입시 실적은 자사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진학 선택을 앞둔 교육 수요자들에게 학교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는 면도 없지 않다. 입시 실적에만 관심이 매몰되어 학교의 다른 특성이나 진학에 필요한 여러 정보들을 무시한 채 무작정 입시에 뛰어들 경우 합격 확률이 낮을 뿐더러 설사 합격 하더라도 학교 생활 적응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도입 당시부터 있던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어느덧 치열한 대입 현장의 ‘풍운아’로 자리매김한 자사고, 그 올바른 선택과 합격을 위한 유의사항 몇 가지를 짚어봤다. 입시정보 학원멘토가 제시하는 ‘2018학년도 고입 전략’ 두 번째 이야기다.
자사고 선택을 위한 정보 수집
이미 80년대부터 존재했던 특목고와 달리 자사고(자율형사립고)의 본격 등장은 2010년대부터다. 민사고 등 일부 학교가 2002년부터 ‘자립형사립고’로 시범 운영되기도 했지만 MB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으로 우리나라 학교 체제에 정식 안착했다. 부모 세대에 없던 고교 시스템이다 보니 학교 및 입시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때문에 막연하게 대입 프리미엄이 높은 명문고로 인식되거나 때로는 특목고, 자율학교, 기숙형 일반고 등과 혼동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자사고는 일반고(후기고) 배정 전에 도전 가능한 전기고라는 점 등 입시 측면에서는 특목고와 유사성이 많지만 교육과정 면에서는 오히려 일반고에 더 가깝다 볼 수 있다.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커 특정 교과군을 강화하거나 축소해 운영할 수 있지만 현행 대입, 특히 수능 체제 하에서는 일반고와 큰 차이를 두기가 쉽지 않은 상황. 도입 초기 국영수 수업 비중이 일반고에 비해 높게 나타나기도 했지만 최근 일반고의 교과편성 자율권이 확대되면서 그 간극은 많이 좁혀진 상태다. 오히려 비교과활동이나 방과후 프로그램 또는 학년/계열 편성 등 기타 학사 운영 면면에서 특색을 갖춘 학교들이 많은데, 이를 자사고만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규정하긴 어렵다. 따라서 자사고 중 특정 학교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개별 학교들에 대한 가장 최근의 현실 정보들을 직접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학교 홈페이지 탐색이나 설명회 참석 등도 도움 되겠지만 사안별 궁금증을 사전에 정리하여 각 학교 입학담당관들과 직접 통화로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최근 입학한 학교 선배나 재학중인 지인 등을 통해 공식적인 정보 이외의 학교 분위기를 파악해보는 것도 크게 도움 될 수 있다. 이때 효율적인 정보 수집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학 및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다. 의대, 유학, 사관학교 등 뚜렷한 목표에 기반을 둔 입시 준비는 정보 수집 효율뿐 아니라 자소서나 면접 대비에도 크게 도움 될 수 있다.
전국단위 입시, 특목고 준비와 다른 점은?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자사고는 전국단위모집 학교가 10개, 광역단위모집 학교가 36개다. 광역단위 자사고의 경우 상대적으로 모집인원이 많을 뿐 아니라 인천, 경기 등 일부 지역 또는 일부 모집단위를 제외하면 경쟁률도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다(1.5:1 내외). 또한 10개 전국단위모집 학교들도 전체 3000여 명의 선발 인원 중 실제 전국단위모집은 1300여 명 이내로, 절반 이상의 모집은 사실상 광역단위로 이뤄진다. 전국단위 경쟁이 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참고로 지난해 10개 학교 전국단위모집 일반전형의 평균 경쟁률은 약 3.3:1을 기록한 바 있다. 높은 경쟁률 말고도 전국단위 입시 준비를 좀 더 서둘러야 할 이유들은 많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소 빠른 입시 일정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입시 기준 외대부고와 하나고를 제외한 8개 학교가 10월 이내에 원서접수를 시작했고 민사고와 상산고는 9월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되기도 했다. 2학기 중간고사 등의 주요 학사 일정을 전후로 입시가 진행되는 만큼 자소서, 면접 등 핵심 전형 요소들에 대한 준비가 여름방학이 끝나기 이전에 어느 정도는 대열을 갖출 필요가 있다. 준비의 핵심은 자신만의 변별력 확보다. 특목고인 과학고나 외고의 경우 광역단위로 학생을 선발해 적어도 정책적인 면에서는 교육 여건이 크게 다르지 않은 학생들과 경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국단위 입시의 경우 학생부, 추천서 등에서부터 여러 지역 지원자들의 다양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어 그 중 자신의 서류와 면접 답변이 어떤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다각도의 고민이 요구된다. 특히 모든 고입을 통틀어 가장 난이도가 높은 일부 자사고 면접의 경우 한두 달 서류 내용을 파악하고 숙지하는 준비만으로는 합격 요건을 갖추기 어렵다. 3학년 초입부터 자소서를 미리 써보고 면접 기출 문제를 살펴 자기 역량을 점검하는 것이 어느 고입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자소서, 면접 감각이 뛰어난 학생일지라도 다양한 체험과 독서 이력으로 단련되지 않았다면 낯선 입시 과정에서 실수할 확률도 매우 높다. 교과 이외의 배경 지식을 쌓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일들은 정해진 입시 기간의 집중보다는 평소 ‘수행(修行)’의 자세로 꾸준히 연마해야 할 습관의 경쟁력인 셈이다. 수학·과학, 영어 등 특정 영역의 자질에 일차적인 초점을 맞추는 특목고 입시와 달리 선발 인재상이 포괄적인 자사고 입시에서 이러한 수련 과정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태형의 진학 이야기] 자사고 선택과 도전, 유의사항은?(2018학년도 고입 전략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