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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 원서접수가 마무리된 4월 중순 이후 과학고 입시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부 학교는 이미 설명회를 시작했다. 5월이면 각 학교 전형요강이 발표되고 8월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이후 서류평가나 면담, 면접 과정을 거치며 12월이 다 되어서야 최종 합격자가 가려진다. 호흡이 긴 입시라 중간에 흐트러지기도 쉽고 준비 사항도 만만치 않다. 올해 과학고에 도전하고자 하는 중3 학생들은 물론이고 중1~2 예비 수험생들도 알아두면 좋을, 과학고 입시 준비의 기본을 짚어봤다.
과학고 입시 준비 시작은 이것부터
과학고 입시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지원할 학교의 전형 전반을 이해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를 토대로 학생의 현재 경쟁력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과학고 입시는 1단계 서류평가 및 면담과 2단계 면접이 일반적이지만 각 전형 단계별 세부사항은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 과학고들은 1단계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소집면담을 실시했지만 인천 지역 과학고들은 서류평가로 일부를 먼저 걸러내고 면담도 지원자 학교에 직접 방문하는 형식을 취했다. 2단계 면접에 출제되는 수·과학 문제 형식도 학교마다 차이가 컸다. 단순히 교과 유형의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는 곳도 있었고 창의융합 역량을 요하는 복합형 또는 상황 제시형 질문을 던지는 곳도 있었다. 수도권만 해도 서울은 2단계 면접에서 인성 영역 관련 질문을 수·과학 문제와 함께 제시한 반면, 경기북과고는 관련 질문을 1단계 면담으로 제한하고 2단계에서는 수·과학 질문만 했다.
이처럼 학교마다 다소 다른 세부 전형 과정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학교 또는 사설 학원의 설명회를 찾아다니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일회성 행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꾸준한 검색이나 자료 수집 등을 통해 해당 평가에 필요한 진짜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미심쩍은 것은 언제라도 학교에 직접 문의해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다. 실제로 어떤 학생부, 자소서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면담·면접에서는 어떤 답변이 변별력을 갖는 것인지에 대해 잘 못 이해한 채 입시에 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과학고 입시의 실질적인 전형요소라 할 수 있는 학생부, 자소서, 면접 등에 대해 자신의 경쟁력을 사전에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소서 준비를 예로 들어보자. 많은 학생들은 원서 접수에 닥쳐 자소서 작성을 시작하는데 이런 완성본들의 수준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자소서가 원하는 활동이나 탐구, 학습의 과정을 꾸준히 준비해왔고 타고난 감각도 좋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감에 임박해 그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미리 작성해보고 자신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고에 앞서 영재학교를 먼저 지원한 경우 미리 써본 경험이 도움될 수 있지만 입시가 다른 만큼 그에 따른 전략도 달라져야 하므로 별도로 신경 쓸 부분이 적지 않다. 1,2학년의 경우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 기간 또는 중간·기말고사 직후, 방학 등을 이용해 미리 작성해 볼 것이 권장된다. 이를 토대로 남은 기간 수·과학 탐구활동이나 학습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참고할 수 있고, 이는 학생부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류 내용 검증의 성격이 강한 1단계 면담은 예상 질문을 토대로 답변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 등을 통해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기주도학습, 독서 역량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늦어도 2학년 2학기 초입부터는 별도로 시간을 내어 계획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합격에 필요한 수학·과학 실력
과학고 전형의 모든 단계와 모든 전형요소에서 수학·과학 역량은 기본이고 핵심이다. 학생부 내신은 성취도만 평가되므로 변별력은 크지 않다. 학교에 따라서는 기타 과목뿐 아니라 수·과학에 B가 일부 포함된 수험생들이 최종 합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과학고에 합격하기 위한 수·과학 실력은 어느 정도여야 하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1단계와 2단계에 필요한 역량에 차이가 있고 준비 과정도 다르다. 먼저 1단계 서류·면담에 필요한 수·과학 역량은 중학교 교육 과정 내에서의 기본 개념과 관심 분야에 대한 탐구력이다. 학생부나 자소서에 아무리 화려한 스펙을 열거했어도 근의 공식이나 피타고라스의 정리, 뉴턴의 운동법칙이나 물질의 상태 변화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면 실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관련 활동이나 탐구에 대해서는 자신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들을 질문 의도에 맞춰 꺼낼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적어도 좋아하는 영역에서만큼은 진정성 있는 학습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특별한’ 활동보다도 ‘주도적인’ 활동이 중요하다. 영재학교 지필고사 준비 식의 반복적인 문제풀이 과정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론 지원 학교에 따라서는 경시 수준의 문제풀이 역량이 도움되는 경우도 있다. 2단계 면접에서다. 하지만 대부분 과학고들의 2단계 수·과학 질문(문제)은 경시형 고난도 문제와는 결이 다르다. 원리 중심의 창의, 융합, 문제해결력 등을 요구할 때가 많고 학교마다 출제 유형도 매년 달라질 수 있다. 지원할 학교 이외에도 여러 과학고들의 다양한 출제 유형들을 살펴보고 관련된 중학교 개념에서 자신의 취약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보면 도움될 수 있다. 고교 과정 선행학습은 과학고 전형 대비에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입학 후 적응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과학고 입시 준비를 본격 시작하는 3학년 1학기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예년의 합격자들은 수학·과학 고1 과정까지를 어느 정도 마치고 2학년 과정 개념을 훑어보는 수준의 선행이 가장 많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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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형의 과학고 이야기] 과학고 입시 언제부터 무엇을 준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