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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은 아직 복잡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예비고1 수험생들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대입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교협이 매년 발표하는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에서는 항상 ‘전형 간소화’를 강조하지만 실제 수험생들의 체감은 이와 다르다. 비슷하다고 분류된 전형에서도 대학마다 세부적으로는 다른 전형 요소와 평가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대학들의 전형 방식과 그 유불리에만 연연하다 보면 누구라도 입시 전략은 어렵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전형 요소 하나하나를 각각 뜯어보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구체적인 노력들이 필요한지가 보다 명확해진다. 주요 전형 요소들이 최근 대입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그 역할에 대해 따져봤다.
전형 요소로 보는 요즘 대입
수시와 정시로 양분되는 현행 대입에서 학생 선발을 위해 활용하는 전형 요소는 모두 6~7가지 정도다. 교과내신, 수능, 논술, 면접(실기), 비교과활동, 자기소개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교사추천서나 학교소개서 등을 참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험생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전형 요소들은 아니다. 결국 대입 준비라는 것은 고교 3년 동안 접근 가능한 전형 요소들 각각에 대해 자기 역량을 어떻게 길러내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선택과 집중의 고민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균형 있게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서는 각 전형 요소들의 특징과 입시 영향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대입에서 그 영향력이 가장 크다 할 수 있는 교과내신은 합격을 위한 기본 자격쯤으로 이해해 두면 좋다. 운동 경기로 치면 공격보다는 수비의 성격이 강한데, 특히 상위권 대입에서 합격을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이긴 어렵다. 우선은 중상위권 이상 대학에서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뽑는 인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의 대학들은 교과내신만으로 뽑는 전형이 아예 없다(2019 기준). 그나마 학생부교과전형을 운영하는 다른 중상위권 이상 대학들 또한 수능최저학력기준이나 비교과, 면접 등의 다른 전형 요소들을 함께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앙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등이 대표적으로, 각 대학별 전체 모집인원의 10% 내외 규모로만 선발한다. 결국 엇비슷한 내신 수준의 학생들이 지원하게 되고, 최종 당락의 키는 내신이 아니라 이런 부가적인 전형 요소들이 쥐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지역 상위권 대학 중 아무 조건 없이 교과내신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이름 그대로의 ‘교과전형’을 운영하는 곳은 한양대가 유일하다. 그런데 해당 전형 합격자 내신 수준이 서울대 합격자보다 높음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한 마디로 교과내신만으로 명문대 합격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중요하지만 ‘한 방’이 부족한 전형 요소인 셈이다.
수능은 ‘저무는 태양’에 비유될 수 있다. 2019 대입 기준 수능 점수만으로 뽑는 인원은 전체 선발의 약 20% 수준이다.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또한 n수생의 증가로 ‘현역’ 재학생들의 1~2등급 탈환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아직은 최저학력기준 등 수시에서도 비중 있게 활용되고 있지만 ‘몰빵’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전형 요소다. 다만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는 의대나 교대 입시 등에서 그 영향력이 아직 적지 않다는 점, 혹여 입시에 실패했을 경우 이듬해 재도전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아직은 ‘뜨거운’ 관심을 두기에 충분한 전형 요소다.
논술은 상위권 대학 진학의 ‘마지막 기회’로써 의미 있는 전형 요소다. 학생부 관리가 미흡하고 내신이 크게 흔들린 상태에서 자신의 수능 예상 점수보다 다소 높은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찬스다. 수학이나 탐구 영역 학업 역량이 기본 경쟁력일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준비와 궤를 함께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의 논술전형은 학생부 평가를 병행하고 수능최저기준도 함께 적용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또한 보통 40~50:1을 넘어 200:1 이상까지도 오르는 높은 경쟁률은 아무리 허수 지원자가 많다 해도 다양한 변수를 낳아 당락 불확실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면접은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와 함께 최근 들어 급부상한 전형 요소다. 축구로 치면 결정적인 순간 골대 앞에서 최종 승부를 결정짓는 스트라이커쯤으로 비유될 수 있다. 보통은 1단계 서류평가를 통과한 일정 수의 인원들로만 면접을 치르다보니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진다. 여러 유형의 면접 형식이 있지만 크게는 서류면접과 심층면접으로 나뉜다. 질문의 출처가 어디냐에 따른 구분이지만 다양한 배경 지식이나 의사소통 능력,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10~20분 안팎의 다소 짧은 시간에 끝나 허무하게 느껴질 때도 많지만 꾸준히 쌓아온 독서 내공 등이 경쟁력으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스펙’으로 비유되기도 하는 비교과활동은 넓은 의미에서 교과 성적 이외의 모든 학생부 기록들을 일컫는 전형 요소다. 성적만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자신의 총체적 역량을 우회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기회지만 평가 기준이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아 준비가 쉽지 않다. 형식이나 양에 치우치기보다 학교생활 전반에서의 자발성과 실천력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학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는 당락의 결정적 요소로 보기는 어렵지만 다른 중요한 전형 요소들이 입시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돕는다. 학생부나 면접 답변이 골을 넣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일종의 ‘키 플레이어’로 볼 수 있다. 보통은 입시에 닥쳐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만 1~2학년 때부터 조금씩 연습 삼아 써보기 시작하면 대입 전략 전반을 조율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자신만의 가치관을 토대로 실적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해야 진정성 획득이 수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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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형의 대입 이야기] 복잡한 대입, 전형 요소로 이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