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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1개 외국어고와 7개 국제고들의 입학전형이 시작됐다. 강원·울산·제주·충남외고 등 10월 중순 원서접수를 마감한 4개 학교들의 경쟁률은 지난해 대비 등락이 엇갈렸다. 강원과 제주 경쟁률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울산과 충남은 상승했다. 충남외고는 지난해와 지원자 수가 비슷했지만 모집정원이 크게 줄어 경쟁률은 올랐다. 울산외고는 전체 지원자 수가 지난해 240명에서 올해 267명으로 11%나 증가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최근의 정책 흐름과 전반적인 인구 감소 등을 감안할 때 의외의 반전이다. 특히 올해 울산 지역 중3 학생수는 지난해 대비 23% 가량이 감소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인구 감소율도 2배에 달했다. 지난 2017학년도 입시에서 역대 최저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원자 대부분이 1단계를 무사 통과한 점이 상승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될 수 있다. 아직 접수가 시작되지 않은 다른 외고들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쟁률은 단순히 합격 확률 뿐 아니라 남은 기간 입시 준비 전략에도 질적인 변화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률에 따라 달라지는 합격 전략
지난해 외고 지원자 수는 이전해보다 약 20%, 국제고는 7.4% 감소했다. 일반전형 기준 평균 경쟁률은 외고가 1.7:1, 국제고가 2.2:1이었다. 학교에 따라 모집정원의 1.5~2배수 인원을 면접 대상자로 선정하는 만큼 1단계 탈락자 수는 많지 않았다. 당연히 1단계 영어 내신 커트라인도 하락한 곳이 많았다. 올해도 대다수의 모집단위에서는 경쟁률 하락이 예상된다. 이 경우 1단계 탈락 부담은 줄어들고 지원자 대부분이 2단계에서 당락을 결정 짓게 된다. 면접의 변별 의미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학생부가 사실상 마무리 된 현시점에서 2단계 준비의 출발점은 자소서 작성부터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모집단위의 경쟁률이 높지 않게 예상될 경우 자소서는 면접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작성한다. 무리하게 소재 난도를 높여 어려운 질문을 유발하기보다는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영역의 소재들을 선택하는 게 우선이다. 모험보다는 안정과 내실을 택하는 전략이다. 예년보다 지원자가 크게 줄어 면접 경쟁률까지도 하락한다면 입학담당관들의 서류 검토가 더 치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개별질문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자신 있는 소재’의 기준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자기주도학습 영역의 소재로 몇몇 과목들의 공부법을 두고 고민한다고 치자. 해당 과목의 성적이나 성취도 향상 정도가 소재 선택의 기준은 아니다. 단기간의 독특한 방식으로 우연치 않게 큰 효과를 봤던 A과목보다는, 성적 향상은 크지 않았더라도 오랜 시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B과목 공부가 더 ‘자신 있는 소재’일 가능성이 높다. 관련된 질문이 나왔을 때 조금 더 구체적인 경험과 고민들을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이하더라도 ‘체화된 경험’은 안정적인 점수 획득에 유리하다. 가점에 욕심 내기보다는 감점 요소들을 배제하는 전략이 추천된다.
물론 공격적인 자소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경쟁률과 지원자 내신이 비교적 높은 국제고에 지원할 때나 면접 대상자 규모가 2배수 이상으로 예상되는 모집단위에 지원할 때가 그렇다. 또한 내신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낮은 경쟁률로 어렵게 1단계를 통과한 지원자들도 내신 감점을 만회하기 위한 공격적 입시 전략이 요구된다. 해당 지원자들의 경우 감점 요소의 배제만으로는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소재 선택에서부터 변별력에 신경 써야 한다. 다른 지원자들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런 소재들은 쉽게 확보되지 않는 만큼 남은 기간 독서나 학습활동의 보완 등을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 실제 역량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요구된다. 지원동기나 입학 후 활동계획 등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보완이 수월한 영역으로 꼽힐 수 있다.
남은 일정을 고려한 입시 준비
짧은 기간 효과적인 입시 준비를 위해서는 세심한 일정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전형 주요 일정부터 점검해야 한다. 11월말에야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서울·부산 지역 외고·국제고들은 원서접수 및 서류제출이 11월말까지로 비교적 여유 있지만 곧바로 1단계 합격자 발표와 면접이 이어짐에 유의한다. 서류 마감일과 별개로 자신만의 자소서 완성 일정을 정해두고 면접 준비 기간을 사전에 확보해 두는 것이 관건이다. 다만 자소서와 면접 준비를 완벽히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일정을 구분하더라도 내용적으로는 상호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1월 15일까지 자소서를 완성했더라도 이후의 면접 준비 과정에서 자소서의 부분적인 수정이나 보완은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부산 지역과 달리 경기·인천·대전·대구·세종 지역 등은 1단계 합격자에 한해서만 자소서를 제출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발표 이후 곧바로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1단계 통과가 다소 불확실하더라도 자소서의 사전 작성은 불가피하다. 또한 자소서 제출 이후 면접일까지의 여유 일정이 학교마다 상이한 만큼 원서접수 단계 이전부터 이를 고려한 입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해당 지역 지원자들은 자소서 제출 전까지 면접에 크게 신경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경기 지역처럼 자소서 마감 후 불과 5일 후에 면접을 치러야 할 경우 정작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에는 소홀한 채 입시를 치러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준비 일정이 촉박할수록 전형의 가장 마지막 관문까지를 바라본 계획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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