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과학고 이야기] 2018 과학고 자기소개서 특강②-면담 연계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7.11 16:44
  • 합격자의 자소서는 무엇이 다를까? 수많은 합격 자소서를 봐도 공통점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소서만으로 당락이 결정되지 않을 뿐더러 합격자들의 자소서에도 각기 다른 장·단점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부나 면접 답변과 같은 해당 지원자의 다른 전형 요소들과 함께 분석하지 않는다면 자소서의 경쟁력은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실제 전형 과정에서도 자소서 내용만으로 해당 수험생의 역량을 단정짓는 입학담당관은 없다. 면접(면담 포함)을 두 번이나 치르는 과학고 입시에서는 두말할 나위 없다. 특히 서류 연관성이 높은 1단계 면담을 고려하지 않은 자소서 작성은 과학고 합격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다. 서류평가뿐 아니라 면담에서 더욱 빛날 수 있는 자소서를 위해 그 작성과 마무리에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면담을 고려한 소재 선택
    일정에 쫓겨 입시를 준비하다 보면 8월까지는 자소서의 완성만으로도 벅찬 경우가 많다. 원서접수가 마무리되기 전에는 면담이나 면접에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자소서 등 제출서류들의 입시 역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방심이다. 특히 과학고 입시에서는 자소서 작성과 면담 준비를 완벽히 분리할 수도 없고, 분리해서도 안 된다. 물론 자소서 제출 이후에도 면담 준비는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자소서 작성 과정에서 챙겨야 할 면담 준비 사항은 반드시 미리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은 자소서 소재 선정에서부터 면담 질문과 답변을 고려한 구성이 요구된다. 각 소재들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자소서의 완성은 단 며칠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글쓰기 평가가 아닌 만큼, 시간이 부족하다면 의미전달에만 집중하면 된다. 문제는 대부분 수험생들이 실제 자소서 작성에서 소재 선정을 가장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히려 면담까지를 고려하면 자소서 소재 선택이 수월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비슷한 두 개의 소재를 두고 선택의 고민에 빠진 경우를 가정해보자. 탐구활동A는 결과의 우수성이, 탐구활동B는 과정의 독창성이 돋보인다고 하면 어느 것을 우선해 써야 할까? 이처럼 여러 소재들의 경쟁력 우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때 각각의 소재들에 대한 면담 과정을 예상하다 보면 입시에 보다 적합한 활동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질 수 있다. 이 때 배경 지식이나 연관 활동이 더 풍부한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일 수 있지만 예상 질문을 고려한 다른 선택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가령, 소재 내용이 난해하더라도 질문 예측이 수월하다면 면담 대비에는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아무리 자신 있는 소재라 할지라도 질문을 예상하기가 어렵거나 입학담당관이 아예 관심을 갖지 않을 분야라면 관련 면담 준비가 허사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결국 입학담당관이 좋은 자소서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그것을 처음 읽었을 때가 아니라 면담에서 수험생의 답변을 자소서 내용에 투영하는 순간임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면담 질문으로 본 자소서 작성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잘 쓴 자소서란 수험생이 의도한 바를 입학담당관의 질문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자소서다. 면담을 주도할 수 있는 자소서다. 물론 합격에 더 중요한 답변의 변별력은 수험생 전체 역량의 문제이므로 자소서 작성 과정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소서 작성에서부터 질문을 예상해보는 것은 자소서와 면담 준비 모두에 매우 긍정적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예년 입시에서의 면담 질문들을 확인해 보는 게 필요하다. 꼭 지원 학교의 면담 질문일 필요는 없다. 질문의 출처(자소서/학생부/기타)도 크게 상관할 바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질문들을 접하면서 과학고 면접관들의 주된 관심사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합격자 후기 등을 통해 면담 질문을 확인하다 보면 특정 영역에서 질문이 집중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대부분이 자소서 내용과 연관되었다는 점은 각별히 눈여겨 볼 부분이다. 지난해 세종과고에 지원해 합격한 A군의 사례도 그랬다. 수학 분야에서 삼각형 오심에 관한 탐구 사례를 자소서 소재로 삼았던 A군은 면담에서 관련 질문들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답변의 질을 떠나 자신이 예상하고 준비했던 부분에서 다수의 질문이 제시된 사실만으로도 고무적인 면담이었다. 무엇보다도 초안 작성 후 면담에 대비한 자소서 보완 과정이 크게 도움 되었다. 사실 A군의 자소서 초안은 제출된 최종 자소서와는 많은 부분이 달랐다. 면담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적었던 초안에서도 동일한 소재를 다뤘지만 내용 구성은 판이했다. 소재 변별력에 치중해 관련 이론에 관한 여러 수학자들의 심도 있는 연구 결과들과 그 학습 과정을 요약했지만 막상 예상 질문들을 떠올려보니 너무 어렵거나 자신의 수학 역량을 드러낼 기회로 삼기에 부적합해 보였다. 같은 소재를 두고 이런저런 시도를 거듭하던 끝에 해당 탐구 과정에서 가졌던 자기만의 고민이나, 부족했지만 그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증명 과정을 중심으로 내용을 대폭 수정했고, 결국 면담 과정에서 ‘수학 이야기’뿐 아닌 ‘자기 이야기’까지 풀어낼 수 있었다.

    이는 인성이나 지원동기·진로계획 등의 영역을 작성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자소서만으로 임팩트를 주겠다는 욕심보다는 면접관의 관심과 ‘좋은 질문’을 유도해낼 수 있는 소재와 내용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소재에서 파생될 다양한 질문들을 떠올리며 면접관과의 대화 속에서 완성될 수 있는 자소서를 구상해보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자소서의 품질은 자체의 완성도보다 관련 질문의 양과 질에서 판가름 난다고도 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면담과 면접에서 ‘나쁜 질문’만을 유도한다면 최종 합격에는 결코 도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쁜 질문’이란 지원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나 자신의 학습·활동 영역을 벗어난 질문, 또는 면접관에게 아무런 궁금증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無질문’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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