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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에 이어 일부 자사고·외고·국제고들의 입학설명회가 시작됐다. 5월 연휴 이후에는 보다 많은 특목·자사고들의 대규모 입학설명회가 예정되어 있다. 중간고사 종료와 맞물린 설명회로 인해 상위권 고교 입시에 관심을 두는 수험생도 늘어나는 시기다. 학생들의 사전 대비를 돕기 위한 설명회이고 참석 열기도 뜨겁지만 본격적인 입시 준비에는 아직은 망설이는 수험생도 적지 않다. 내신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고 원서접수까지 남은 수개월도 짧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가 아니면 챙길 수 없는 전형요소나 경쟁력도 있다. 학교생활기록부가 대표적이다.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직후는 입시용 학생부를 보완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다. 문제는 학생부의 어떤 요소들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인데, 이를 판단하고 실천 과제를 찾기 위해 자소서 초안 작성만큼 효과적인 대비가 없다. 꼭 학생부 관리가 아니더라도 이 시기에 자소서 작성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들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이유를 짚어봤다.
안정적인 입시 준비를 위해
영재학교를 제외한 특목·자사고 중 가장 먼저 입시가 시작되는 곳은 과학고다. 이미 입학설명가 시작된 일부 과학고를 포함해 전국 20개 과학고들의 원서접수는 8월 시작이 일반적이다. 사실상 1학기 기말고사 직후부터 입시에 돌입하는 셈이다. 3,000자 분량으로 작성 부담이 큰 과학고 자소서는 기본적으로 소재가 부족해 고충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입시 현장에서 만난 수험생 사례를 분석해 보면 고충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실제 소재가 없는 경우와 있어도 못 찾는 경우다. 어떤 경우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시간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자소서 작성을 시작해보기 전에는 그 필요성조차 깨닫기가 쉽지 않다. 특히 수·과학 관련 사례를 강조하는 서울 지역 세종·한성과고나 인천 지역 과학고들에 지원할 예비 수험생들은 충분한 여유 시간을 확보해 둔 자소서 작성이 필수적이다.
학교마다 입시 일정에 차이가 있는 전국단위 자사고는 이른 곳이 9월초부터, 늦는 곳은 11월부터가 원서접수다. 9월에 접수가 시작되는 민사고와 상산고 지원자들의 자소서 작성이 표면적으로는 가장 급하게 다가오지만 다른 자사고 지원자라고 사정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과학고나 외고 같은 특목고 입시 준비에 비해 내신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공통의 걸림돌이다. 3학년 주요 과목에 B성취도가 포함될 경우 어느 학교든 1단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안정적인 내신 확보가 가장 기본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다보니 입시용 내신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자소서 작성에 크지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대부고나 인천하늘고처럼 3학년 2학기 내신 일부까지 입시에 반영될 경우 여름방학 시즌에도 자소서에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는 지원자들이 적지 않다. 뒤늦게 일정에 쫓겨 쓴 자소서에서 완성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공교롭게도 이들 두 학교들의 전국단위 일반전형 경쟁률은 10개 자사고 중에서도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2단계 변별력이 다른 어떤 자사고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어 자소서 작성에 보다 많은 정성이 요구되는 학교들이다. 당장의 완성된 자소서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비교적 마음의 여유가 있는 1학기 중간고사 직후 초안을 구상하고 작성해본다면 2학기 입시 준비 과정에도 크게 도움 될 수 있다.
과학고나 자사고에 비해 시간 여유가 있는 외고·국제고 입시는 어떨까? 자소서 분량 등에서 상대적으로 준비가 수월해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내용의 밀도와 압축된 표현의 필요성은 강조된다. 2단계 면접도 다른 특목·자사고들에 비해 자소서나 학생부 중심의 개별 질문 비중이 크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자소서의 당락 영향력이 다른 어떤 학교군보다 클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유 있게 초안을 작성해 두고 틈틈이 퇴고를 거쳐 오랜 기간 완성도를 높여가는 작성 전략이 추천된다.
보완 가능한 입시 준비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시작한 자소서 작성은 시간적인 여유뿐 아니라 입시 준비 과정 전체를 선순환 구조로 이끄는 면이 있다. 자소서 내용에 대한 고민이 자기 약점을 인식시키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독서와 활동은 다시 자소서의 경쟁력으로 보강된다. 뒤늦게 시작한 자소서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약점 보완을 위한 물리적(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전형 특성상 단기간에 보완 가능한 역량은 합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의 특목·자사고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서류 및 면접 평가가 그 핵심이다. 서류·면접 형식의 특성상 기본적인 변별력은 지원자의 컨텐츠와 스토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입으로 치면 ‘최저학력기준’에 해당하는 내신 조건 위에 현재진행형의 활동과 탐구, 관련 배경 지식을 쌓는 것이 실제적인 입시 준비 과정인 셈이다. 해당 과정들은 점수로 정량화 될 수 없는 만큼 객관적이고 반복적인 자기 평가와 이를 반영하고 보완하는 꾸준한 실천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 자기소개서는 이러한 피드백 시스템의 출발점이다. 학교가 무엇을 원하고 나는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지금부터 고민을 시작해보자. 여름이 오기 전에 첫 문장을 떼어 본 수험생들의 합격 확률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할 시간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태형의 특목고 이야기] 5월, 자소서를 시작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