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훈의 독서 컨설팅 ‘심리학이 밝혀주는 독해력의 비밀’] 문장을 읽을 때 되돌아가는 원인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6.23 10:10
  •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 중에는 문장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지 못하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읽고, 여러 번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번 읽으면 무슨 내용인지 기억을 못합니다. 사례를 통해 이런 어려움의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내용이 길어 해결 방법은 다음 주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글이 나오면 잘 막힙니다. 낯선 지문에 대한 적응력과 대처 능력이 
     너무 약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 문장을 몇 번 읽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천천히 읽어도 이해가 바로바로 잘 안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습관이 이랬어요.
     이해 안되는 구절이 나오면 읽고 또 읽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읽고 한 번에 이해를 딱
     하지 못해서 그냥 빨리 한 줄 읽고 다시 보는 식으로 읽었습니다.

    우리는 읽을 때 문장 전체를 한 번에 눈에 담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왼쪽 첫 단어로부터 오른쪽 맨 끝 단어까지 혹은 중간에 줄을 바꿔서 가장 끝 단어까지 몇 번으로 나눠 읽습니다. 첫 단어가 우리말의 어순에 따라 주어인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문장 안에 단어를 배열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동일한 것은 어떤 단어나 구를 읽은 후, 다른 단어나 구를 읽으면서 이전에 읽은 것과 그 다음에 읽은 것을 마음속에서 조합하는 정신적 활동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정신적 활동은 단어를 읽을 때마다 촉발됩니다. 따라서 정신적 활동은 연이어 일어나는데, 하나가 끝나기 전에 다음 것, 다다음 것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글을 읽을 때 일어나는 정신적 활동은 마치 저글링과 같습니다. 저글링은 공 하나를 던져 올리고 연이어 다른 공을 던져 올리고 또 공을 올리는 가운데 다른 손은 공을 받아 던지는 손으로 옮겨줍니다. 눈은 어느 공 하나를 쫓아가지 않고 멍하게 앞을 보는 듯하면서 공이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순환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생각은 올라가는 공의 위치와 내려가는 공의 위치를 쫓고 그곳으로 손을 보냅니다.

    문장 읽기가 어떻게 저글링과 비슷한지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라는 문장을 읽는다면, 
    1. ‘태극기’를 읽으면 우리 마음에 ‘태극기’가 무엇인지를 떠올립니다.
    2. 그리고 ‘~가’를 읽고 1에서 떠올린 그 물체를 주체로 하여 무엇인가를 말하려 한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3. ‘바람’를 읽으면 역시 ‘바람’이 무엇인지 떠올리고 (바람을 생각하느라 태극기를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4. ‘~에’가 장소, 원인, 시간 등 다양한 의미와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만 정확히 그 중 무엇인지는 판단을 보류한 상태에서
    5. ‘펄럭입니다’를 읽고 이 단어가 말하는 동작을 떠올립니다. (태극기와 바람을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6. 마음속에 태극기가 남아있다가 그것이 펄럭입니다의 주체가 되고, 펄럭이는 이유는 역시 마음속에 남아있던 바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6에서 보다시피 비록 문장이 여러 단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읽을 때 어느 하나의 단어에 주의를 집중시키지 않습니다. 단어의 적절한 의미를 연상하는 것, 의미와 의미를 결합하는 방식을 판단하는 데 주의를 배분합니다. 이런 것이 서툴면 자꾸 문장을 다시 읽게 됩니다. 다시 읽으면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고, 한 문장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글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시간만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이나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글링을 아무리 천천히 하려 해도 공을 던져 올리면 그 공이 다시 내려올 때까지는 다른 동작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처럼 글 읽기도 무작정 천천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 시간 내에 문장의 모든 단어를 읽고 마음속으로 의미를 조합해야 문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