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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읽을수록 아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다.
더 많이 배울수록 갈 수 있는 곳이 더 많아질 것이다.
- Dr. Seuss
과거에는 독해 능력(literacy)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요구하는 직업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 세대 전에 일어난 큰 변화로 일자리와 독해 능력이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방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지식 기반 사회의 도래, 노동 시장의 세계화 등의 변화에 따라 독해 능력은 경제적으로나 사회 참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되었습니다. 독해 능력은 건강을 유지하고, 학문적으로 성공하고, 범죄 가담을 피하며, 사회적 활동을 하는데 큰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지식이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저장해 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식 기반 사회가 되자 엄청난 양의 새로운 지식을 날마다 접촉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한다 해도 실제로 접촉하는 양의 극히 일부밖에는 저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보통신 사회에서는 방대한 지식을 개인이 저장하기보다 어디에 있는가, 접근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단지 접근하기만 하면 지식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성을 갖기 힘든 때론 낯설기까지 한 다양한 영역의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마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활용하는 수용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읽기입니다.
근래에 청소년들은 읽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전보다 독해 능력이 더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역시 독해 능력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에서 2005년에 있었던 조사에서 4~8학년 학생의 31%만이 능숙한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나머지 69%의 학생은 학교를 다녔으나 학교에서 목표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학생들이 고스란히 사회로 대학으로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2005년도 조사에서 고등학교 졸업자의 40%가 직업에서 요구하는 독해 능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2007년에 평가한 고등학생의 읽기 점수는 1992년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1990년대부터 미국 교육 당국이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각 직업군이 요구하는 숙련된 독서 기술을 가진 독자로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린 학생, 부진한 청소년 등을 위한 집중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시행하였으나 몇 해 만에 효과를 얻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성인의 독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국제 성인 문해 조사(international adult literacy survey)에서 사용한 도구를 번역·표준화하여 사용한 2001년의 조사를 보면 놀랍게도 일상적인 생활에 적합한 수준 미만(1~2단계)의 성인이 무려 76%에 이릅니다. 대학 졸업자만을 보더라도 무려 60%가 일상적인 생활에 적합하지 못한 수준에 있습니다. 이 성적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문해 수준은 중학교 졸업 학력자는 중상위권, 고등학교 졸업 학력자는 중하위권, 대학교 졸업 학력자는 하위권입니다. 즉,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 수준의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학력이 올라갈수록 더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학력이 높더라도 다른 나라의 고학력자만큼 문해 수준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교육열이 매우 높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나라의 문해 수준이 왜 이럴까요? 위 연구의 보고서에서는 타 국가에 비해 평생교육의 부족함을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직장을 갖거나 결혼을 하면 이후로는 독해능력이 계속 낮아지지만 평생교육을 통해 독해력을 높이는 기회는 전무한 현실입니다. 반면 평생교육을 행하고 있는 핀란드는 거의 전 연령의 독해력이 고르게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읽기나 독해에 관한 교육은 공교육의 국어 과목이 유일합니다. 근래에 들어 중, 고등학교 국어 교과에 약간의 발전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말하기나 읽기가 의사소통과 문제해결과정임을 강조함으로써 이전에 글에 천착했던 것에서 벗어나 언어사용자간의 행위로, 언어사용자의 내적 소통 행위임을 이해시키려는 방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독자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의 과정을 직접적으로 밝혀주기보다는 글에 초점을 맞추고 그 글을 읽음으로써 읽기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는 간접적인 교육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성인들의 읽기이해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읽기이해 전략과 지침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조창훈의 독서 컨설팅 ‘심리학이 밝혀주는 독해력의 비밀’] 왜 독해 교육이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