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훈의 독서 컨설팅 ‘심리학이 밝혀주는 독해력의 비밀’]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읽는 법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4.28 09:47
  • 밤하늘을 향해 뻗은 손가락을 보면 우리는 그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쳐다봅니다. 왜냐하면 그냥 손가락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손가락을 관심 있게 쳐다보지는 않습니다. 그 손가락이 우리보고 ‘이것 좀 봐’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사람이 우리 앞에 서서 우리를 쳐다보면서 무엇인가를 향해 팔을 뻗고 손가락을 내밀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말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쳐다봄  - 나를 보고 내가 말하는 것이 뭔지 봐바
    팔      - 위쪽
    손가락  - (위쪽의) 특정한 것
    쳐다봄+팔+손가락 - 저기 좀 봐

    몸짓을 보고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몸짓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몸의 부분별 행동과 (손가락질, 팔 뻗음...) 그것을 같이 행할 때는 의미가 같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달을 가리킬 때 보통 집게손가락을 들어 가리키지만 똑같은 방법으로 1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글도 어떤 단어나 표현 하나만을 보면 그것의 문자 그대로의 의미 이상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자 그대로의 의미들을 결합하여 어떤 다른 의미를 이야기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즉, 단어 하나를 읽었을 때 그 단어의 의미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나온 단어와 통하는 의미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단어가 한 가지 의미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한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다의어)라는 것을 전제합니다. 그래서 한 단어를 보면 그 단어가 나타낼 수 있는 몇 가지 의미 중에서 가장 적절한 것을 선택하는 과정을 실행합니다. 그와 더불어 의미와 연결된 기타 지식이 함께 떠오릅니다.  

    콩나물 : 콩을 물에 잘 빠지는 그릇 따위에 담아 그늘에 두고 물을 주어 자라게 한 것
             (이렇게 콩나물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보다 콩나물 자체를 떠올리겠지요)
    맥락에 따라
           - 키가 큰 사람
           - 음표
    관련 경험 or 지식
           - 콩나물밥, 콩나물국밥, 콩나물 물가, 콩나물을 좋아하는 사람

    지난주에 말씀드린 것처럼 표면 정보만을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이렇게 단어나 문장과 연결된 지식, 상황을 함께 고려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관련 지식을 연상‘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대학생이 되어서까지도 그렇게 읽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특히 요즘은 문자나 카톡, SNS등 짧은 글을 빈번하게 주고받으면서 맥락을 고려하는 대화보다는 직전의 말에 대한 반응만을 주고받아 얕은 대화의 방식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 중에서는 영화를 보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다는데 이유가 두 시간 동안 스마트 폰을 사용할 수 없어서랍니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의 읽기 및 소통 능력이 어떨지 참 걱정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