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훈의 독서 컨설팅 ‘심리학이 밝혀주는 독해력의 비밀’] 가장 흔한 독해법상 오류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4.21 09:48
  • 겉으로 보기에 독해력과 관련하여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일지라도 대부분 가장 보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글의 표면만을 보는 것입니다.

    ‘글의 표면’이란 글을 이해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보는 표면적 정보입니다. 글자, 단어, 문법적 표지(조사, 연결어미 등)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들을 포착하고 의미연상, 맥락정보활용, 추론 과정을 통해 비로소 글을 중심생각을 마음속에 체계적으로 구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 표면 중에서 가장 겉에 있는 표피라고 할 수 있는 글자의 소리값을 불러내는 과정이 첫 단계입니다. 다음은 진피로서 글에 담긴 문자 그대로의 의미, 사용된 단어의 단순한 의미를 연상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집중하기 때문에 혈관을 타고 들어가 신체의 다른 곳을 만나지 못하고 결국 몸 전체와 통하지 못한다는 것이 제가 지적하려는 바입니다.

    ‘글은 생각의 단서’입니다. 글쓴이가 글을 쓴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생각’을 상대방의 마음속에 떠오르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보면 ‘이런 생각(이해)을 하겠지’라고 예상하고 기대하면서 글을 씁니다. 그런데 글을 보고 떠오른 생각, 그리고 생각에 이어 또 이어지는(글이 이어지도록 유도한)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읽은 글 자체에 집중하여 글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달을 안보고 손가락을 본다는 말입니다.

    단지 달을 볼 수 없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인 이상 글을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여기서 생각은 깊게 하는 생각이 아니라 매우 순간적인 반응으로서 뭔가를 연상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험에서 피실험자에게 ‘감자, 요리, 000(무의미단어)’를 제시하고 얼마 지나서 무엇을 보았는지 질문을 하니 ‘칩, 튀기다, 000’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실험에서 보듯이 우리 마음은 글을 읽으면 머리속에는 즉각적인 반응이 생기고 이 반응을 저장합니다. 글 자체를 기억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열심히 읽으려는 사람들이 어떻게 독해를 해야 할지 몰라 오히려 이해에 방해가 되는, ‘감자, 요리’같은 표면 정보를 기억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 머리 속에는 즉각적인 연상이나 추론이 일어났기 때문에 글 표현이 생각으로 변환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표현을 떠올리려하니 표현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만약 글을 읽고 있을 때 표현을 담아두려고 노력하면 자연스럽게 연상한 생각과 표현이 공존해서 머릿속이 꽉 차버립니다. 그러면 글의 내용이 혼동스럽거나 다양한 정보를 기억할 수 없어 글의 내용 중 일부만을 기억할 뿐입니다. 그리고 다른 내용과의 연결성을 찾을 수 없어 글의 대의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전에 제가 ‘독해는 글을 읽는 것이 아니다. 글을 읽고 떠오른 관념을 읽는 것이다’라는 글을 썼던 것입니다. 

    그러니 글을 읽고 표면정보인 표현에 집착하지 말고 생각을 합시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봅시다. 자신이 연상한 것을 믿으세요. 자신있게 추론을 하세요.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공부에 적용하면 독해력이 발전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글을 이해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살리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연어는 알을 낳을 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지요. 하지만 알에서 깨어나 성장하려면 강물을 따라 먼 바다로 나아가야 합니다. 자라나는 연어처럼 읽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