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훈의 독서 컨설팅 ‘심리학이 밝혀주는 독해력의 비밀’] 비문학 글의 상 만들기(3)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4.14 09:30
  • 독해란 때에 따라서 문장 독해를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글을 읽는 것을 말합니다. 문장을 읽는 것과 글을 읽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요? 문장과 글이 어떻게 다른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글이란 복수의 문장들이나 단락의 결합입니다. 단락과 단락은 하나의 글로서 하나의 중심생각을 전달하려는 공동의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글을 읽을 때 단락과 단락의 내용을 서로 연관지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두 주 전부터 인용하고 있는 2015학년도 수능 지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서두 : 신채호의 사상은 투쟁과 연대라는 대립적인 요소가 있으나 아(我)의 속성을 알면 투쟁과 연대가 모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단락 : 아(我)의 두 가지 속성

    따라서 독자는 다음 단락에서 아의 속성을 이해한 다음, 저자가 했던 제안을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스스로 아의 속성이 정말 투쟁과 연대가 모순적이지 않도록 만들어주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만약 다음 단락을 읽으며 이 제안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면 독자는 두 단락을 하나의 글로써 읽지 못한 것입니다. 제대로 글을 읽으려면 두 번째 단락을 읽을 때 도대체 아가 무엇이길래 투쟁과 연대가 모순적이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지 이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도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첫 번째 단락과 두 번째 단락의 연결고리가 생기고 명확하지 않더라도 두 단락의 내용으로부터 하나의 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서두와 두 번째 단락의 결합은 서두에서 말한 대로 ‘아’의 개념에 의해 가능해집니다. 서두에서 ‘신채호는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 과정’으로 말했다고 했습니다. 다음 단락에서 ‘아’의 존재는 자신과 타인(비아)에 의해 규정됩니다.(‘아란 자기 본위에서 자신을 자각하는 주체인 동시에 항상 나와 상대하고 있는 존재인 비아와 마주 선 주체를 의미한다’) 여기서 아와 비아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모종의 연결이 있음을 이해한다면 아와 비아가 투쟁과 연대가 가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이해한다는 것은 계속 읽음으로써 정보들이 연속적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이전까지 만들어진 상에 새로 유입한 정보를 결합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첫 번째 단락을 읽고서 내용을 마음속에 상으로 정리한 상태에서 다음 단락의 내용을 그 상 위에 더 그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 전체를 읽고 나면 여러 단락을 이어 붙인 기차가 아니라 하나의 그림만이 남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글을 읽으면서 하나의 상을 구성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더하여 상을 수정하고 마침내 글을 모두 읽은 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상이 바로 글 전체로부터 그려낸 이해의 결과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