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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을까요? 독서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는 해봐야 입만, 손가락만 아플 것입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자녀가 어려서는 책에 빠져 지내기를, 커가면서는 감명 깊게 읽은 책대로 살려는 꿈을 꾸기를, 더 자라서는 다시 책에 파묻혀 지식을 탐구하기를 얼마나 바라고 계십니까.
그런데 장밋빛 꿈에 차질이 생깁니다. ‘책을 즐겨 읽지 않습니다’, ‘읽기는 하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등등의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독서는 하면 할수록 더 좋아하고 잘해야 정상일 텐데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정상인 듯합니다. 평생토록 아니 적어도 10대까지 만이라도 독서를 좋아하고 잘 했으면 하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은 비단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글을 잘 읽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글에서 정말 재미있는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글이 설명하는 지식의 신비로운 면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왜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할까요. 그건 우리가 글을 잘 이해하기를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독서라는, 책에 담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행위의 본질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책을 읽게 하든 그것은 ‘읽기’ 위한 것이며, 어떤 독서활동을 하든 그것은 ‘읽은’ 다음에 무엇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어떻게 읽고 이해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방법을 추구하지 않아서 어떤 책을 읽든지 지식의 바다에 즐겨 뛰어들 마음이 들지 않고, 어떻게든 독서토론을 하려 해도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독서라는 행위의 본질적인 부분은 독해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글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적절한 훈련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말을 하기 시작하고 ‘한글을 떼면’ 이후로는 읽는 능력에 대해서는 관심을 크게 갖지 않기 쉽습니다. 독해를 마치 배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하는 일상의 여러 가지 일들 중 하나로 생각하기 쉽지만 일상적인 기술에서도 독해가 얼마나 연구와 훈련을 필요로 하는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숨쉬기, 잠자기, 걷기, 밥 먹기 같은 것들은 이미 잘 하고 있어서 더 잘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잘 부르고자 한다면, 관악기를 연주하려면 호흡을 배워야 합니다. 가벼운 산책이 아니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행군이나 전국일주 정도를 하려면 그에 맞는 걷기를 해야 합니다. 독서도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이전보다 수준 높은 정보를 다루는 글을 이해하기 위해 그에 맞는 독해력을 필요로 합니다. 사람에 따라 연령 또는 환경이 요구하는 글 이해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도 합니다. 마치 잠을 자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수면무호흡증에 시달리는 사람과 같습니다. 이런 사람은 수술과 같은 특별한 처치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므로 독해력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뒤쳐진 독해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서 읽고 이해하는 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더 나은 학습적 성취와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 어떻게 읽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이제 독해력에 관한 글을 연재하려 합니다. 앞으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은 무엇인가’, ‘무엇이 독해력을 구성하는가’, ‘능숙한 독자와 그렇지 못한 독자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연령에 따라 능력을 발전시켜야 하는가’ 등에 관해서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조창훈 | 서울대 인문대학원 협동과정 인지과학전공 이학석사/리딩 &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전 을지대학교 외래교수 eganet@naver.com
[조창훈의 독서 컨설팅 ‘심리학이 밝혀주는 독해력의 비밀’] 독서의 본질은 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