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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학기말이 되어 성적표를 받아 드는 학생들에게서는 비장한 각오가 느껴진다. 이번 방학은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 학기에는 혹은 다음 학년에는 반드시 더 나은 성적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각오. 하지만 이런 각오를 가지고 몇 번의 방학을 경험하고 나면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인간 본성 또는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된다. 물론 그런 회의감 조차도 얼마 후에는 다시 잊고 또 한 번 대단한 각오를 다지게 되지만 말이다.
이때,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방학 기간을 이용한 기숙학원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관심이 다소 줄어든 것 같은 모습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겨울방학 동안 기숙학원을 선택하여 공부하는 학생들이 상당 수 있는 것 같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공부만을 해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을 견뎌내다 보면, 그리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휴대폰이나 컴퓨터 게임, 친한 친구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는 환경 속이라면, 지금까지 큰 의미를 찾지 못했던 방학을 대단히 효율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바뀐 환경 내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기도 하다. 본인의 뜻이 아니라 부모님의 강요로 오게 된 친구들이라고 하더라도 주위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자극 받고 기왕의 시간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 나에게 즐거운 것들을 참고 포기하며,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경험 그 자체는 앞으로 어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숙학원을 다녔던 학생들의 다음 학기 성적은 정말 향상될까? 물론 향상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또 당연하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들도 많다. 약 1달여간 열심히 공부한 것만으로도 학업 역량이 많이 높아졌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짧은 기간 이뤄낸 성취는 이를 계속 반복하며 연습하지 않는다면 금방 다시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숙학원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학생들은 기숙학원을 다녀오면 그 동안 너무 힘들게 공부했다는 이유로 보상을 바라고 마음껏 쉬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물론 오랜 기간 공부에만 힘 쏟은 상태라서 몸과 마음이 지쳐 있기 때문에 휴식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이런 휴식에 빠져 있는 사이에 그간 쌓아왔던 공부 습관이 쉽게 무너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비단 기숙학원을 다닌 학생의 경우를 가지고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기숙학원을 다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방학동안 본인의 목표를 위해 최고의 노력을 다해본 학생들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 자체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나갈까를 고민하지 않고서는 그간 노력한 성과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진학사 홍성수의 '바른 공부']방학동안 공부가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