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사 홍성수의 “바른 공부”] 팬데믹, 학생과 학부모가 집에서 지내는 법
기사입력 2020.04.06 09:40
  • 필자는 말이 많지 않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그렇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하지만, 조카가 태어난 이후에도 여전히 부모님께 먼저 살갑게 말을 거는 아들은 아니다.

    이런 태도는 많은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장점을 하나 꼽아 보자면, 부모님과 트러블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부모님은 필자에게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겠지만 이를 잔소리로 표출할 기회를 애초에 차단당했다. 그래서 필자는 역설적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작년 초, 부모님으로부터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았다. 부모님과 16박 17일의 유럽 자유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16박 17일을 24시간 내내 함께 보내다 보니, 서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 별일이 아닌 것에도 부딪히며 계속해서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갔다. ‘아이고, 다리 아프다.’는 부모님의 말을 그냥 다리가 아프다는 말로 받아들이면 되었을 텐데, ‘왜 팔팔한 너 생각만하고, 돈 몇 푼 아끼려고 걸어 다니게 만드냐.’ 라는 말처럼 받아들이기도 했던 것 같고, ‘이건 음식이 너무 짜다.’와 같은 말도 ‘여행 준비하면서 미리미리 식당을 잘 알아보지 그랬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속으로 ‘여기도 싫다 그러고, 저기도 싫다 하셨으면서 어떡하라고…’라는 불평을 터트리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누르기도 했다.

    물론, 부모님과 함께 다니는 여행이 끝나면 항상, ‘내가 다시는 모시고 다니나 봐라.’라고 생각했다가, 또 막상 같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걸 보면 분명히 좋은 점도 많다. 어쨌든 긴 시간을 계속해서 함께 보내는 것은 가까운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어려운 일임을 매번 새롭게 깨닫는다.

    코로나 19로 인해 학생들의 활동반경이 집으로 제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개학을 하더라도 이전처럼 학원이나 독서실과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공부하기보다는 집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이때,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교육환경이 잘 꾸려져 있어, 혼자 공부하는 것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 학교나 학원의 지도가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그럼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바로 부모님과 관계를 어떻게 잘 유지하는지 여부일 것이다. 왜냐하면, 학생들만큼 부모님들도 가급적 밖에 있는 시간보다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려 할 것이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서로 충돌하게 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는 아무래도 자녀들이 잘하고 있는 점보다는 부족한 점이 눈에 띌 것이고, 참다가 몇 마디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환경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다 보니 어쩌면 전보다 더 큰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런 부딪힘은 공부에 있어서, 생활에 있어서 커다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가족 간에 덜 부딪칠 수 있을까?’에 대한 방안을 찾는 것이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덜 부딪힐 수 있을까? 너무 쉬운 듯 보이지만 서로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 그럼 어떻게 서로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수 있을까? 서로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일단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앎’의 시작은 무엇보다 서로가 완벽한 사람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비단 가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든 자식은 부모가, 부모는 자식이 완벽하지 않음을 생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부계획이나 서로의 목표가 공유된다면 가족 간의 충돌은 다소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의 잘못에 대해서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로써 감정적인 소모를 줄이고, 문제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객관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는 생각이다.

    길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누구나 어렵고 힘든 때다. 다른 사람도 괴롭다는 것을 아는 것이 내 괴로움을 덜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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