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사 홍성수의 바른 공부!] 휴식의 계획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9.05.27 09:40
  • 근로기준법 제4장 제54조(휴게)는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65년 전인 1953년 처음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와 그 내용에 변화가 없다는 점은 다소 놀랍다. 그래도 근로기준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던 아주 먼 옛날에서 이러한 권리가 당연해진 작금의 시대로 변화했다는 점은 우리사회가 발전했다는 점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근로자가 아닌 학생들은 어떨까? 산술적으로 고등학생 기준, 50분 수업에 10분 휴식, 거기에 5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식사시간이 더해지므로 더 많은 휴게시간을 누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과 식사시간은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서울시나 경기도 등의 학생인권 조례에서 말하는 ‘학생은 건강하고 개성 있는 자아의 형성 발달을 위하여 과중한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라는 목적에 다소 적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이 목적부적합성은 휴식 시간의 길이와 이를 부여 받는 장소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 ‘과중한 학습 부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과중한 입시 부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 시간을 줄이고, 시험을 덜 치르고, 결과를 절대평가화 하면 과중한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는 걸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학생들은 서울의 상위 10~15개 대학의 입맛에 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 또 다른 형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결국 ‘대학 간판’이 중요한 이 시대의 상황이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이고, 이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노력으로 단기간에 고쳐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대학 간판’이 절대적인 사회는 올바른 사회가 아니겠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는 것 또한 옳은 방향이 아닐 수도 있다.

    학생들이 휴식 시간에 게임을 하는 것은 나쁜 것인가? 케이팝 스타의 유튜브를 보거나, 카톡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 또한 금지되어야 할까? 이렇게 반문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대체로 휴식 시간을 저러한 행동을 하며 보내고, 또 학부모들이 이런 것들로 잔소리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위 질문에 대해 학생들은 당연히 나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또 의외로 학부모들도 게임, 유튜브 시청, 카톡 수다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도 자녀들이 하루 종일 공부만 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이런 휴식에 어느 정도 시간을 쏟아야 할지에 대한 기준 문제다.

    학생들이 공부 계획을 짤 때에는 정말 열심히 짜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 동안 안 해서 그렇지, 못 해서 그런 것이 아냐’하는 마음으로 휴식시간은 거의 없이, 어마어마한 공부량으로 쉴 틈 없이 빽빽하게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인생사가 얼마나 있겠는가? 하물며 공부에서는 타이트한 계획이 지키기 어려울 확률이 높다. 이것은 휴식에 대한 계획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2판만 하고 나서 공부해야지, 뮤직비디오 보면서 몇 시까지만 인터넷 하다가 독서실 가야지, 친구랑 30분만 수다 떨고 집에 가야지, 이런 계획들 역시 잘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가 이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라밸’이라는 말이 꾸준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Work and Life Balance의 약자로, 일의 시간과 인생을 즐기는 시간의 밸런스를 의미한다. 이 단어가 계속해서 회자되는 이유는 현대인들이 이를 적절하게 유지하지 못하고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인조차도 이럴 진데, 청소년 시기 학생들의 경우에 밸런스를 찾고 이를 적절히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업에 바쁘더라도 자신만의 밸런스를 찾기 위해 꾸준히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러한 ‘휴식과 공부의 밸런스 찾기’는 남이 정해 놓은 가이드가 아닌, 온전히 자신의 생활, 가치관, 생각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휴식의 계획이 중요한 이유는 공부에 대한 계획을 지키기 위해서 휴식을 위한 계획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부 계획 뿐만 아니라 휴식을 위한 계획도 틈날 때 고민해 보자. ‘나의 휴식시간’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정립해 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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