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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SKY 캐슬’이 연일 화제다. 그 결과 이전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입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대입제도가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수시에 대한 내용은 어떻게 보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입시 현실을 보여주며 현재의 입시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팩트’를 전달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왜곡된 대입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을 크게 두 가지 정도만 꼽아보자면,
첫째, 입시의 기준을 ‘대학을 갈 수 있느냐 없느냐’에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SKY 대학 입학을 중심으로 놓고 입시를 평가하고 있다. 이는 대학의 서열화를 인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대중의 인식을 공고히 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정량적 요소 즉 교과와 수능 성적만이 입시의 전부이며 수시에서도 교과 성적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판가름 난다고 전제하고 있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교과성적의 정량적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정성평가하기 때문에 정량적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2018년 서울대에서 진행한 ‘2019 교사 대상 연수 자료’를 살펴보면 ‘교과성취도의 정량적 활용은 학생의 우수성을 판단하는데 한계, 서로 다른 교육적 여건 속에서 성장한 학생의 역량을 확인하는데 한계, 이수한 교과에서 성취한 실제 학업 역량을 확인하는데 한계, 과정 중심 평가로써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음’과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그 밖의 다른 대학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정성평가를 통해 학생의 다양한 측면(학업우수성, 발전가능성, 인성, 전공적합성 등)을 종합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런 대학의 발표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어 대학 자료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무시하거나 혹은 최소한의 확인조차 안 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굳이 이런 내용을 서론에 다룬 이유는 이러한 ‘입시정보’의 가면을 쓴 일부 언론 기사들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여 오히려 수험생들의 대입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는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진행된다. 중3을 예로 들어 보면 대입을 치르기 3년 6개월 전(일반적으로 8월 말)에 해당 학년도 대입 정책이 발표된다. 이후 2년 6개월 전(고18월 말)에는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이, 1년 10개월 전(고2 4월말)에는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이, 10개월 전(고3 4월)에는 입학전형 안내를 통해 수시 모집요강을 확정 하도록 되어 있다(정시 모집요강의 경우 9월 말 이전까지 발표). 따라서 대입을 1, 2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수시가 폐지되거나 모집인원이 대폭 축소되면 기존 정책에 따라 입시를 준비해온 학생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 따라서 하루 아침에 현재의 입시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입시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나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교 재학생 또는 학부모가 당장 수시 모집을 폐지하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도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몇몇 기사에 동조하며 현재 수험생으로서 해야 할 활동에 소홀한 학생은 오히려 본인이 원했던 결과와는 멀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입시 상황에서 수험생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태도이다. 상황이 불리하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학교생활기록부를 충실히 기재해 주지 않는 교교’에 재학중인 학생이라고 학교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나마 기재할 내용도 적어질 것이다. 그런 생활이 3년간 지속되면 결국 그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대입 전형은 논술 혹은 정시 밖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이지만 학교와 대학을 믿고 현재 할 수 있는 학습과 교내 활동에 충실한 학생이라면 3년 후에는 처음 생각 보다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될 것이다.
서울시립대에서 발표한 2018학년도 합격자 중 경기도 평준화지역 공립 일반고에서 내신 2.67점을 받은 학생의 예를 들어보자. 1학년 때는 3등급의 성적이었으나 2학년 이후 성적을 향상시켰다. 그 외에도 지속적으로 교내 토론 활동을 비롯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특히 갑질, 혐오, 차별 등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변 문제를 공론화하여 개선하는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이 학생은 비평준화 지역에 우수한 학생이 많은 고교에 재학 중이라는 상황에서 좋은 내신 성적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만약 이 학생이 이런 상황에서 ‘나는 내신 성적이 3등급이니까 노력해봐야 소용없어. 수능에 올인 해야지.’라고 판단한 후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 학생은 내신 성적에서는 경쟁자에 비하여 불리한 점이 있었지만 본인의 적극적인 교내 활동과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 등을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잘 녹여내어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1학년 때부터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면, 수능 성적이 더 좋았다면 보다 선호도 높은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은 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고민하며 본인의 진로와 미래를 계획할 수 있지 않았을까? ‘SKY 캐슬’에 나오는 학생들처럼 부모를 비롯한 입시코디가 알려주는 대로만 살아왔던 학생들은 스스로의 선택과 판단에 따른 행동과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왔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일까? ‘SKY 캐슬’의 영재와 영재엄마의 일은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일까?
학생부종합전형을 비롯한 현 입시 제도가 완벽하여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교사 역량에 따른 학생부의 질적 차이, 학생부 부풀리기, 대학의 불공정한 학생 선발 등) 중 상당 수는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어떤 학생이 후배들을 비롯한 본인 이후의 세대를 위해 청원을 한다거나 청소년 활동 등을 학교에 의견을 전달하는 등의 여러 노력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본인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당장 바꿔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타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이런 학생이라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투스가 이야기한 다음의 내용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며, 타인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에 힘을 쓰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며, 할 수 없는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진학사 김무섭의 대입 전형 소개서] 대입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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