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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은 금수저전형이다. 수능이야말로 전근대적인 줄세우기로 모든 사교육의 근원이다” 등등 게시판은 물론 기사, 칼럼 등에서도 논란이 뜨겁습니다.
심지어 유력 일간지 칼럼이나 방송 뉴스에서도 정확하지 않은, 심지어 과거 입학사정관전형 시대의 정보로 학종을 비판한다거나, 전형의 종류별 특성이나 평가기준, 요소 등을 무시하거나 잘 모른채 보도를 하기도 합니다. 무엇이 맞는 걸까요?
인류가 이루어 놓은 문명과 지식과 앞으로 이루어질 행태나 정보를 모아 놓은 빅데이터를 0과1의 연산을 통해 순식간에 통계나 분석을 이루어 결과값을 내놓을 뿐이던 AI(알파고Lee)가 이세돌 기사를 3:1로 이기고, 이 알파고Lee를 100:0로 짓밟은 또 다른 AI인 알파고0으로 몇 달만에 저능아가 되어버린 걸 기억하십니까? 바둑의 룰만 가르쳤을 뿐인데 스스로 몇 달만에 깨우친 알파고'0'. 인간 바둑기사들이 몇 백년, 아니 몇천년 동안 두어 온 기보를 하나도 안 보고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과연 수학공식과 영어단어 외우기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포항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자, 그 전날 참고서를 모두 버렸던 어느 학생들이 다시 찾으려 난리가 났던 해프닝을 기억하시나요? 지금까지 배운 지식이 과연 시험을 보기 위함이었느냐는 의문을 보여주던 그 사건처럼 시험점수 순으로 줄을 세워 대학을 보내고, 취업을 시키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요? '우리 사회, 우리나라, 인류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찾아 내는 것이 맞느냐'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고 할지라도 필자는 무조건 학종이 가장 좋은 전형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형설지공(螢雪之功). 호롱불 밝힐 돈이 없어 눈(雪)빛으로 공부했다는 고사성어. 개천에서 용났다는 이야기들이 전설이 되고, 이제는 돈 있는 집 자제들만이 대학을 간다는 것이 과연 학종때문일까요? 돈이 있어야 영어유치원 다니며 혀짧아지고, 대치동에서 1타강사 개인과외 하는 시대아니었나요? 사교육은 당시 가장 비중높고 많이 뽑는 전형을 대비하는 것으로 바뀌기 쉽습니다. 논술을 많이 뽑으면 논술로, 내신으로 많이 뽑으면 내신으로, 몰려 가는거죠. 정확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학원 수가 10만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 학원들 대부분이 무엇을 가르치는 곳일까요?
우리는 먼저 우리 시대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왜 그러는지부터 알아야 할 겁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봐야지, 손끝을 봐서는 안됩니다. 이제 우리 시대는 암기형 인재가 아니라 정말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를 뽑아야 합니다. 적어도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뽑아야 합니다.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아니라 과정이 뛰어난 학생을 기르고, 찾아 내야 합니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서 신나게 공부하고, 탐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선은 진로를 찾는 것이고, 그 다음은 그 찾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독서, 영화, 다큐멘터리, 강연 등을 찾아서 볼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시험으로 사지선다 오지선다에서 답을 찍거나, 반의 절반이 코골고 자는 수업이 아니라 서로 토론하고, 실험하고, 발표하고, 질문하고, 예체능도 열심히, 노는 것도 신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바꾸어야 합니다. 아무리 교육과정이 바뀌어도 평가가 지필고사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과정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바뀔 수 밖에 없고, 따라서 평가방법인 입시전형도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학교와 선생님들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교재도 바뀌어야 하지만 이 교재를 이끌어갈 선생님과 학교의 인프라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과거의 DNA룰 버려야 합니다. 5년 뒤의 세상을 알 수 없습니다. 토마스 프레이같은 학자나 유엔의 보고서도 2030년 현재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인류의 수명도 150년 이상이 될거라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50살이 되어도 100년을 더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직업 역시 하나일 수 없습니다. 그런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과거 지구에서 가장 가난하던 나라에서 살던 시대의 패러다임을 강요하면 안되는겁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라면 결국은 학교안에서 이런 활동들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기소개서 대필이나 학생부 대필같은 사교육도 사라져야 합니다. 독서, 보고서작성, 발표, 질문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의 대안 과정은 당분간 있을 수밖에 없겠죠.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방향이 틀리면 소용없다는 말이 유행입니다. 그러나 속도도 너무 빠르면 문제가 있습니다. 고교학점제나 학종확대 역시 준비안된 상태에서 너무 확산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학교와 교사가 바뀌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가야할 길입니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지역간 학교간 격차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물론 지금 수능이나 내신 역시 격차의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단기간에 그런 문제를 제도로 해결하려고 하면 부작용도 생깁니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없애겠다고 하니 교육특구 학교로 몰리는 이치입니다. 집값도 따라 뛰겠죠. 지금은 교육과정의 우수성 때문에 전국 어디에 살더라도 지원할 수 있었던 자사고나, 적어도 특별시나 도(道)단위로 지원할 수 있었던 외고를 억제하면 바로 이런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속도도 중요합니다.
재수생이나 3수생도 고려해야겠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면 포퓰리즘이 아니라 길게 내다보고 교육의 기반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5년 후에 나타날, 그래서 오랫동안 칭송받을 그런 정책을 기대합니다. 수능도 논술도 갑자기 없애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대안과 비중으로 당분간 굴곡없이 진행되어야겠죠. 다양한 전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2015개정교육과정이 예고하고 있는 것은 ‘진로’와 ‘융합’교육을 통한 ‘동기’와 ‘과정’의 평가입니다. 숫자로 나타나는 등수 결과가 아니라 글자로 나타나는 ‘과정’의 우수성을 평가하게 됩니다. 그 준비를 학교도 학부모도, 학생도 착실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잡음도 나오고 문제도 불거지겠죠. 고쳐 나가면 됩니다. 그러나 핵심을 훼손해서는 안됩니다. 본질을 지키되 그 속도와 비율을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 이전에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우리들의 가치기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문제를 내고 줄 세우는 것은 아무래도 맞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가 '어항 속의 금붕어'인지, 침팬지인지, 사자인지, 기린인지 그 적성에 따라 진로가 정해져야 합니다. 이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시험문제를 내지 말자는 겁니다. 나무에 올라가라거나, 바닷속에 잠수하라는 시험문제가 똑 같이 주어지면 안되는 거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주입하고 외우는 교육이 알파고제로같은 AI와 경쟁할 수 있을까요?
인간다운 감성과 지성을 키우는 교육. 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 책을 읽을 시간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는 교육이, 자신이 꿈꾸는 직업과 관련한 교육이 주어져야 합니다. 그 과정이 험난해도 가야 하는 길입니다.
물론 타고남으로 시험도 잘 보는 학생도 있습니다. 재수, 3수하고 싶은 학생도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전형도 필요하겠죠. 정성평가로 이루어지다보니 이상한 교수도 있고, 교사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교통사고 때문에 차와 길을 없애지는 않듯이, 아기 목욕시키고 물을 버리지, 아기를 버리지 않듯이 잘못된 것은 고치고, 개선해 나가면 됩니다. 학부모가 할 일은 우리 아이가 스스로 혹은 부모와 함께 그 방법을 찾고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지역, 소득, 성별 때문에 격차(Devide)가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왜 모든 판단의 기준이 대입의 유불리에 포커싱을 두고 있을까요? 가야할 길이라면 전진과 퇴보를 반복하며 결국엔 성장하는거죠. 우리나라 .그래야 하잖아요“ 라시던 어느 학부모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고 개선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학생부를 조작하는 선생님, 자신 아들을 논문공저자로 올린 교수님. 그런 학생을 뽑아준 대학. 벌받아야 하고 고쳐져야 합니다. 차사고가 난다고 길과 차를 모두 없애지는 않습니다. 신호등 체계도 고치고, 교통교육도 시키고, 제도도 보완해 나가는거죠. 아기 목욕시키고 물을 버려야지, 아기를 버리면 안되듯이 잘못된 것은 고치고, 개선해 나가면 됩니다.
궁극적으로 학벌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 황금만능주의가 사라져야 합니다. 95%가 대학에 가는 시대. 이제 더 이상 대학은 계급장이 아닙니다. 학연, 지연, 혈연이 사라져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줄어들어야 합니다. 어느 대학 나왔어가 아니라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그게 중요한 사회가 되는 것이 선결조건이요, 해결책이 아닐까요.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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