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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기준을 ‘진정성’있는 ‘자기주도성’과 ‘전공적합성’에 연결된 ‘학업역량’ ‘활동역량’ ‘인성역량’을 평가한다고 한다. 또한 이 모든 것의 동기를 자소서 4번 책 3권의 선정이유에서 찾고자 한다. 그렇다면 진정성 있는 자기주도적 전공적합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학생부 6번 진로희망사항 항목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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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와 ‘꿈’이라는 말을 한다. 그렇다. 자신이 지닌 ‘소질(끼)’이 희망사유(해당 진로를 자신의 진로로 삼게 된 계기- 책, 강연, 경험, 미디어, 영화 등)를 만나 ‘희망진로(꿈)’가 된 것이다.
학교와 집, 그리고 학원이라는 삼각의 트라이앵글 감옥에 갇혀 24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책이나 강연수강, TED, 영화, 다큐멘터리, 여행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난 시절 가난이라는 ‘한(恨)’의 DNA를 갖고 있는 세대의 부모에게는 아직도 ‘숫자’중심의 성적이 가장 중요하고, 따라서 자신의 자녀가 교과서와 참고서에 묻혀 학원과 독서실에서 앉아 있는 것이 마음 편한 선택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교과서와 참고서를 몇 개씩 풀고 학원에 다니며 100점 맞은 학생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95점 받은 학생. IMF를 맞아 실직한 아버지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며, 외환위기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읽기 시작한 경제신문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경제용어를 공부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MOOC에서 경제강의를 찾아 보다 보니, 경제과목 성적은 물론, TESAT 1등급에 맨큐의 경제학, 장하준을 읽게 된 학생이 있다고 치자. 당신이 서울대 교수라면 누구를 선발할 것인가? -
이런 학생을 사지선다형 문제로 선발할 수 있을까? 숫자로 표시되는 점수 몇 점으로는 해당 학생이 지니고 있는 꿈과 소질,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온 과정, 동기를 전혀 알 수 없다. 바로 숫자가 아니라 ‘글자’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학종’으로 뽑는 이유가 이것이다. 점수로 기록되는 ‘결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과정’과 ‘동기’를 자기소개서에서 동기 → 구체적인 과정 → 성취(성적향상이나 교내수상) → 이로 인해 하게 된 발전된 심화활동으로 이어진 스토리로 표현하고, 이를 학생부와 면접을 통해 확인하는 대입선발방식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진로가 우선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출발은 6번 진로희망사항(중학교 학생부5번항목)에서 출발한다. 필자의 생각은 4번 교내수상실적 역시 6번 이후 7번쯤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대가 이야기하는 자신의 ‘진정성’있는 자기주도성과 전공적합성을 먼저 교수와 입학사정관에게 보여주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 6번항목이 그 다음 7번부터 10번까지의 항목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학생부 7번 창체(자동봉진), 8번 교과 및 교과세부특기, 9번 독서, 10번 행특종합에 이르기까지 일관적으로 6번에서 설정한 자신의 진로와의 ‘알리바이’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6번 진로희망의 첫 번째 항목은 바로 ‘특기’ 또는 ‘흥미’ 즉, ‘잘하는 것=특기’과 ‘좋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소질’과 ‘끼’ 취미가 아니다. 부모들이 그랬듯이 많은 학생들이 ‘취미’를 적는다. 심지어 TV시청, 그리고 대부분이 ‘독서’다.
잘 생각해보자. 2016학년도부터 전국의 3,500여개 중학교 모두 1학년 혹은 2학년 한 학기를 시험을 보지 않는 대신 하라고 목표를 설정한 것이 있다. 바로 ‘진로찾기’다.
진로는 나침반이다. 진로를 찾아야 학과를 설정하고, 그 학과가 요구하는 ‘전공적합성’을 증명할 수 있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120년 이상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인류 최초로 기계와 싸우면서 살아나가기 위해 필요한 ‘직무적합성’이다. 학종은 단순한 대학입시전형방법이 아니다. 자신의 소질과 끼에 따라 설정된 ‘꿈’을 이루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만든 전형이 바로 ‘학종’이다. -
우리 아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 그러면서도 120년 이상 살아가면서 경쟁력 있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빼앗아가는 직업이 아닌 것. 그것이 무엇일까?
안정된 직업이니까 의사가 되라 하고, 수학점수 좋으니 이과를 가라 말하고, 안정된 직업이니 교사를 택하라 하는 것이 부모라면, 그리고 이제 ‘왜?’라고 묻지 않고, 더 이상 기업도 시험보지 않는데 성적으로 줄 세우기에 익숙해져서 시험성적에만 매달리는,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데 대학가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독서실에서 밤새라고 한다면 그 부모는 과연 아이들을 위해 잘하고 있는 것일까?
백년 넘게 살 우리 자녀들이 자신이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경쟁력도 없는 직업으로 하루 하루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알파고 시대에 암기주입식 교육으로 줄 세우기 하는 전형이 계속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식에게 좋은 공기를 마시게 하려고 가습기에 옥시살균제를 섞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바로 우리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고, 경쟁력 있는 진로를 설정하는 것이다.
알면 보이나니, 그때부터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아니하리라.
필자는 어릴 때 ‘버스기사’가 되겠다고 했단다. 워낙 승용차가 귀할 때이니 가장 ‘큰 차’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을테다. 그렇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학교와 집과 학원의 트라이앵글에 갖혀 산 아이가 ‘꿈’을 가질 수 있을까? 폭풍이 몰아치고, 집채만한 파도가 덮치는 컴컴한 바닷속에 떠있는 한조각의 배.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 몰라 흔들리는 그 배가 바로 진로목표 없는 우리 아이의 모습이다.
그러나 소질과 끼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다양한 기회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 만나야 변한다. 영화 한 편에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고, TED에서 또래 친구의 성공담에 경쟁심을 느낄 수도 있다. 신문기사를 읽고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집을 번역하던 학생이 수행평가도 아닌데 ‘수요집회’에 갔다가 일본에 항의하며 분신하는 80대 할아버지를 보고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변호사를 꿈꾸던 아이가 재판참관을 하러 가서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변호사를 보고 꿈을 바꾸게 될 수도 있다.
맞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런 기회를 주기 위해 ‘진로학기제’를 만든 것이다. 진로를 정해야, 학과를 정하고, 그래야 동아리도, 독서도, 봉사도, 공부도 자신의 꿈과 연관된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직무적합성이요, 전공적합성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가진 소질과 끼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적호기심으로 교과서, 참고서만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생각을 통해, ‘가타카’라는 영화를 보다 ‘유전공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우주소년 아톰을 보며 자란 일본의 청소년이 노벨상을 타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강연을 찾아 듣고, 롤모델을 찾아보고, K-MOOC를 찾아 보고, 구글과 위키백과로 궁금한 것은 꼭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기주도학습을 학교생활이 아닌 ‘외부활동’이라며 적어주지 않는 교사는 절대 모를 진실이다.
바로 이 것이 서울대가 이야기하는 ‘진정성’있는 ‘자기주도성’과 ‘전공적합성’이다. 소질과 끼가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만나 각성되어 자신의 진로가 된(진정성) 아이는 누가 강제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자기주도성) 자신의 꿈(전공적합성)을 이루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
그리하여 그 꿈을 이루기 위해 3년 동안 꾸준히 열정적으로 노력해 온 학업역량 활동역량 개인역량을 자기소개서로 평가하고, 학생부로 증명하는 것. 시험성적 숫자가 아니라 글자로 평가받는 전형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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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근주의 열정스토리] 소질과 끼가 ‘동기’를 만나 나의 진정한 진로가 된다
<소질과 끼, 진정한 동기가 우선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