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주의 열정스토리] "학생부 잘 써주세요"가 정말 잘못된 건가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9.04 09:42
  • 매년 8월 31일은 고3 학생부 수정 마감일이죠. 수정해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 학교생활기록부의 문장과 표현을 학생과 학부모까지 고쳐달라며 찾아 온다는 모 언론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선생님! 학생부 내용이 너무 짧은 것 같은데요. 지난번 수업에서 제가 토론한 게 기록 안 됐어요.” "“제가 쓴 보고서인데요. 소논문으로 학생부에 써주시면 안 될까요?” 최근 3학년 학생들로부터 들어오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수정 요청에 시달린다는 서울 한 일반고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C교사에게 9월 11일부터 시작되는 4년제 대학 수시모집이 다가오자 많은 고3학생들이 이런 요구를 하기 위한 면담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① 많은 학생들이 학생부 내용을 수정해 달라고 한다.
    교사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활동이나, 자신이 내주지 않은 보고서를 들고 온다. 수업과 전혀 무관한 보고서를 들고 온다.

    ② 교과세특을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꿔 달라고 한다.
    ‘성실하다’는 표현은, ‘한번도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을 정도로 끈기와 성실함을 보였다’로, ‘수업에 집중력이 좋다’는 표현은 ‘체육시간 이후 곧바로 이어진 수업을 들으면서..... 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문구를 적어와서 고쳐달라고 사정한다.

    -라는 내용의 사례를 들어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어달라고 한다는 것이지요. 시의적절하게 중요한 부분을 짚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 입정에선 어떤 이야기를 할지도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왜 일어날까요? 그 이유부터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듯 싶습니다.

  • 전국 4년제 대학은 내년 봄 신입생의 74%를 올해 수시모집에서 뽑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수시모집에는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논술, 실기 등 4가지 전형이 있습니다. 이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각 대학이 응시자의 학생부에 적힌 내신(교과)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종합의견' 등을 살펴 학생을 뽑는 전형입니다. 서울대는 수시모집의 100%, 고려대는 75.2%를 학종으로 선발합니다.

    ①②③번을 한꺼번에 대답해보겠습니다.
    학종은 자기소개서로 자신을 표현하고, 학생부로 증명받고, 면접으로 확인하는 전형입니다.

  • 대학이 원하는 ‘학업역량(자기소개서1번)’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전공적합성’과 ‘지적호기심’입니다. 즉 대학에서 전공할 분야에 대한 ‘학업역량’을 물어보는 겁니다. 대학에서는 어떻게 공부하죠? 밤새워 외우거나, 오답노트 만들고, 플래너 만들어 계획하고 복습해서 4지선다 시험보나요? (그런 대학도 아직 있다고 들었습다만…) 리포트쓰고, 원어 강의듣고, 원서 읽고, 팀플 발표하고 그러지 않나요? 물론 실험도 하고, 보고서도 쓰구요. 그러기 위해서 책을 읽고 논문을 찾죠. 그렇습니다. 그 능력을 보기 때문에 수행평가 능력을, 발표능력을, 탐구보고서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영어 능력은 영어에세이대회, 발표대회 등으로 평가하는 겁니다. 논문수준이 아니라 탐구보고서 즉, 리포트 수준을 보는 겁니다. 그 내용이 바로 ‘교과세부특기’에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교과세부특기는 말씀드렸다시피 ‘교사’가 학생의 우수성을 ‘관찰’하여 ‘기록’한 것입니다. 자습만 하고, 노트필기와 교사판서만으로 수업해서는 그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지적호기심과 능력을 보기 어렵죠.

    예를 들어 교과서 단원에서 나오는 내용을 확장해서 책과 보고서를 읽고 그 내용을 발표하게 하거나, 탐구보고서를 고 그 내용을 토론하게 해야 그 ‘과정’을 적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교사가 그런 보고서 하나 써보라고 하지 않으니 학생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인거죠. 그래서 보고서를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는겁니다. (물론 저희는 이럴 때를 위해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게 합니다만).

  • 교사는 이를 위해 학생의 활동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주시는 선생님이 그렇게 많으시던가요? “심지어 2등급까지만 기록한다. 나머지는 어차피 기록해도 ‘성취’가 없기 때문에 ‘과정’이 있다는 것이 말도 안되고, 오히려 잘 한 학생들마저 마이너스가 된다‘는 논리입니다.

  • 이 문제에 대해 많은 학부모님들이 성적좋은 학생만 써준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3등급 이하 학생에게도 관심을 두어야 하는데, 1~2등급 학생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는데, 그 이하 학생들에겐 첫째, 관심이 덜하고 힘들고 둘째, 4~5등급 이하 학생들은 교과도 안되는데 비교과를 열심히 할리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많은 부분 현실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 3학생들은 학생부 기재 내용에 대해서 '필사적'이 될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도 않은 내용은 적어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만, 매달 활동기록을 내게 하고 확인하는 노력도 필요한 것 아닐까요?

  •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에 기록된 각 개인의 학업역량과 활동, 인성역량을 소재로, 자기소개서로 그 동기와 과정을 평가하는 전형입니다. 따라서 학기말에 경험도 없는 강사가 누구나 쓰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꾸미는 내용은 써서도 안되고 쓸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소개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자기주도적인 지적호기심의 '과정'을 평가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배울 단원의 내용을 책과 강연, 보고서, 칼럼, 다큐 등으로 확장하여 학습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탐구보고서, 발표, 토론, 질문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자소서 항목별로 작성하여 준비해야 합니다.

    교사 역시 학종의 평가기준과 요소를 잘 알고, 제자의 전공관련 우수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과정중심의 교육과 관찰을 통한 기록으로 각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학교가 변해야 학생이 변합니다. 사회가 변해야 학교가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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