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2022 문이과 통합형 수능, 6월 이후 평가원의 선택은?
기사입력 2021.05.31 09:36
  •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하는 2022 ‘문이과 통합형 수능’의 첫 모의평가가 며칠 뒤인 오는 목요일로 다가왔다. 그간 고3 수험생들은 3월과 4월에 걸쳐 학력평가를 치렀지만, 평가원에서 출제하는 6월 모의평가(이하 모평)는 N수생도 함께 치르는 ‘수능 전초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대부분의 입시전문가들은 6월 모평 이후에 선택과목이나 기존의 공부패턴을 갑작스럽게 바꾸거나 하는 것은 수험전략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선택과목을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바꾼 선택과목의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득보다는 실이 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대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6월 이후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익숙하지 않은 과목 공부를 새롭게 시작한다면 다른 수능 과목 공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게 되고, 만약 뜻대로 공부가 진행되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되어 수험생의 멘탈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정교육과정의 연장선인 문이과 통합형 수능, 구조적으로 완전치 않아

    6월 모평에서 수험가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끄는 대목은 무엇보다 수학 선택과목에 따른 문. 이과 격차가 어느 정도 커질 것인가이다. 지난 두 차례의 학력평가에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들이 등급 대 별로 각각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가에 대해서 출제기관인 교육청의 공식통계는 발표되지 않았다.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공교육 협의회와 일부 사교육업체가 내놓은 자체 표본 조사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6월 모평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 평가원의 별도 발표가 없는 걸 보면 아마 이번에도 같은 상황일 것으로 짐작한다. 평가원 입장에서는 특정 선택과목으로 수험생들이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관련 통계 발표 이후에 여러 해석으로 인하여 또 다른 정보 왜곡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세부 통계가 공개되지 않으면, 올해 수능은 근거가 불확실한 예측들을 필연적으로 낳을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수험생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문이과를 나누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통합을 지향하고,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과목들을 고교생이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진로선택과목에 등급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문. 이과 통합형 수능도 그 연장선상에 서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대학들 대부분이 문. 이과 모집단위에 따라 학과제 모집을 여전히 하고 있고, 상위권 대학들의 이공계 입시에서는 수학 등의 선택과목을 한정하고 있다. 결국 수학 과목에서 문. 이과 통합은 수능 채점구조 내에서만 일부 통합이 이루어지고, 선택과목의 강제 차원에서는 문이과가 사실상 나누어지는 셈이다.

    이과 수험생 우위 상황, 수학 과목 내신에서 수능까지 이어져

    교육당국이 또 하나 간과하고 있는 현실이 있다. 이과를 애초에 희망하는 수험생들은 중등 과정부터 수학이나 과학과목 등에 대한 공부가 강도 높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수학, 과학 과목에 대한 공부양이 문과를 희망하는 수험생들에 비해 격차가 이미 크게 난 상태에서 고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교 저학년 과정에서 문. 이과가 통합하여 수강하는 수학 일반선택과목인 ‘수학 Ⅰ, 수학 Ⅱ’ 등의 과목에서 문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저조한 내신 성적을 내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미루어보건대 ‘문. 이과 통합형 내신’에서 드러난 ‘이과 수험생 우위의 양상’이 ‘문. 이과 통합형 수능’에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평가원의 딜레마도 이해하지만, 수능 선택과목 세부정보 공개해야

    결국 평가원의 선택은 두 가지로 예상된다. 먼저 수능 수학에서 공통과목을 어렵게 내고, 선택과목을 평이하게 내서 이른 바 ‘형식적 공정’(주: 형식적 공정이란 용어는 최근에 문과 수험생들 입장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다.)을 꾀할 수도 있겠다. 고3 수험생들이 여러 차례 모의고사에서 이미 경험한 만큼 잡음은 덜할 것이다. 다음으로 오는 두 번의 6월, 9월 모의평가에서 문. 이과 수험생들의 점수 격차가 지나치게 커진다고 판단될 때는 공통과목의 난도를 다소 낮추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이과 N수생들이나 상위권 고3 이과 수험생들 중 수학 고득점자가 대량 양산되는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 결과 이과 수험생 중 수학 과목으로 인한 수능 고득점자가 많아짐에 따라 ‘수능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빚어져 또 다른 정시 경쟁의 과열 또는 혼란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과 비교하면 내 집값만 오른 줄 알았는데, 다른 집값도 올라 이사 갈 집이 마땅치 않은 경우다. 후자의 가정과 관련해서 문득 2015학년 수능 이과 수학 B형에서 원점수 100점이 1등급 컷이 된 기억이 떠올랐다.

    필자의 예견은 전자인 경우다. 문. 이과 수험생 간에 이미 중등부터 수학 공부양의 차이가 크고, 상위권 대학들은 수학 선택과목을 제한해서 지정한 입시환경이라는 모순된 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통합형 교육과정의 취지에는 맞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다만 이번 문. 이과 통합형 수능 수학 논란을 보면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인데 제도 시행에 따른 교육환경이 미흡한 상태에서 교육당국이 만든 옷을 그저 맞춰서 입어야 하는 수험생들의 고통과 부담을 교육당국이 공감해주었으면 한다. 6월 이후 평가원의 수능 선택과목에 관한 등급별 상황 등의 세부 정보 공개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