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고교학점제에 바란다.
기사입력 2021.02.22 09:50
  •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추진계획이 화제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고1이 되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적 시행을 발표했는데, 2022 개정교육과정과 미래형 대입제도 개편이 이와 맞물려 있어 벌써부터 수험가가 들썩이고 있다. 고교 학점제 하에서는 졸업기준이 지금보다 약간 하향되어 현행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조정된다. 출석과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하는 체제로 큰 틀에서 보면 대학교 학점제와 유사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보통교과의 범위, 선택과목의 전면 성취평가제 파장 클 것

    그 중 수험생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고교 내신평가제도의 개선이다. 공통과목(예를 들어 공통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은 기존처럼 성취도(A,B,C,D,E)와 석차등급을 병기한다. 한편 특목고에서 주로 개설한 전문교과 Ⅰ을 보통교과로 편제하고, 기존의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을 일반/융합/진로 선택으로 편성한다고 한다. 선택과목은 모두 A/B/C/D/E의 성취도만으로 표기된다. 이러한 성취평가제는 2025학년도 고1부터 모든 선택과목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2 개정교육과정의 세부내용이 확정되어봐야 알겠지만, 전문교과 Ⅰ에서 어느 과목이 보통교과로 편입될 지도 관심사다.

    또한 예를 들어 ‘미적분, 확률과 통계, 물리학 Ⅰ, 화학 Ⅰ, 경제 , 정치와 법, 기하, 사회문제 탐구, 물리학 Ⅱ, 화학Ⅱ’ 등의 일반/진로 선택과목은 모두 석차등급이 나오지 않고, 성취평가제로 편입된다는 결론인데 이에 따른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교육당국은 석차등급제 아래에서는 수강자 수에 따라 내신등급의 유불리가 발생하여 학생들의 선택과목 이수가 제한을 받으므로, 이를 방지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당장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초등 6학년 학부모들은 취지야 좋지만 걱정이 앞선다는 반응이다. 먼저 공통과목을 제외하고 내신 성적의 변별력이 약화되면 자사고나 특목고가 입시에 유리해질 거라는 예상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당국이 2025년에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를 예고하고 있지만, 최근 일부 자사고 등이 교육청과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만약 자사고나 특목고가 2025년 이후에도 건재하다면 고교학점제가 오히려 특정학교에 유리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크다고 한다.

    다음으로 현행 대입제도와의 충돌 가능성이다. 교육당국이 주도하는 수능중심의 정시 확대 장려 정책은 고교학점제와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수험생들은 가급적 수능 준비에 유리한 과목을 찾고자 하는 데, 수강과목의 자유로운 선택을 장려하는 고교학점제가 수능을 중시하는 현행제도 하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 2015 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의 시범적 시행에 대한 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교육개혁이 더 혼란만 낳지 않을까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정책의 예측가능성 원해

    고교 학점제 전격 시행과 관련해서, 교육부는 학점제 수요를 고려한 새로운 교원 수급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사들의 다과목 지도 활성화를 추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시적으로 학교 밖 전문가가 특정교과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고교 학점제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교육부의 계획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간곡한 바람이다. 그동안 성취평가제의 전면시행은 논의과정에서 수차례 연기되는 굴곡을 겪었다. 학생부종합전형, 수능 중심의 정시전형과 관련한 교육당국의 일관성 없는 행보는 교육부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했다. 교육정책의 선진화도 중요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교육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바라고 있다. 미래형 대입제도 개선과 2022 개정교육과정, 고교 학점제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교육의 축이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교육개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