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입시 개혁 나침반, 또 흔들릴까?
기사입력 2019.09.09 09:00
  • 여의도 발 입시개혁의 바람이 또 불어올까. 최근 여당에서는 당. 정. 청이 협의하여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고3은 수시지원이 지금 한창이지만, 그 이후의 입시개혁이 화제다. 이번엔 법무부 장관 후보와 관련된 입시의혹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엄밀히 따지면 당시의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다른 학생부종합전형이지만 ‘초록은 동색’이라며 같은 취급을 받게 되었다. 교육부에서는 무조건적인 정시 확대는 아니라고 장관이 직접 나서 선을 그었지만, 입시개혁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차례의 경험 때문일까. 고1 이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마음이 영 편치 않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의 틀이 여러 번 바뀌었다. 전전 정권에는 수능의 줄 세우기 식 폐해로 인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입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는 과도한 스펙 쌓기로 인한 또 다른 경쟁과열, 일부 사교육의 개입으로 인한 부작용 등을 불러 일으켰다는 이유로 경시대회 등 외부의 개입요소를 철저히 배제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탈바꿈되었다. 그런데 이마저 평가기준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깜깜이 전형‘의 오명과 함께 학교, 교사 간의 차이에 대한 형평성 문제 등 여러 약점이 드러나 세간의 비판에 직면해있다. 이후 현 교육당국의 개입에 의해 정시 비율이 확대되었고, 이는 현 고1의 대입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대입 4년 예고제 시행으로, 입시개혁 아무리 빨라도 중2부터나

    필자의 사견으로는 당장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입시개혁은 없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성난 여론을 잠재우려면 학생부종합전형을 수술까지는 못하더라도 성형 정도는 하지 않을까. 이미 학생부기재 간소화, 추천서 폐지 등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요소가 하나둘씩 줄어든 마당에 평가할 요소가 더 간소화되거나 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무늬만 남고 거의 교과 전형화 된다는 비판이 있지만, 메스를 든 김에 조금이라도 손을 대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다. 그런데 개혁안이 나오더라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은 현 중2 이하가 될 공산이 크다. 대입 4년 예고제가 시행되고 있어, 현 중2가 중3이 되는 내년 초에나 입시개혁안을 발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현 중3은 2022학년도 대입을 치르는 고1과 별무 차이가 없는 대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대입 자기소개서 제외 대학, 경우에 따라 늘어날 가능성
    학종 전형의 지나친 간소화 반작용, 면접 비중 커질 수도

    다만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날선 비판이 계속되면, 대학 입장에서는 자구책 또는 개선책으로 자기소개서를 전형에서 제외시키는 경우가 늘어날 수는 있어 보인다. 이미 올해 입시부터 숙명여대 학생부종합전형인 숙명인재 Ⅰ전형과 성신여대 학교생활우수자 전형은 한양대 학생부종합전형과 마찬가지로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고, 학생부로만 신입생을 선발한다. 대학입장에서는 전형의 간소화로 비용도 줄이고, 이미지 개선도 꾀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하나 학생부종합전형이 지금보다 간소화된 상황에서도,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을 줄이지 않는 입장을 견지할 경우, 대학별 고사인 면접전형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볼거리가 없는 학생부만으로는 선발이 매우 어려워지므로, 면접을 통해서 학생들의 진면목을 평가하겠다는 대학이 늘 수도 있다. 결국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입시개혁이 부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조삼모사 격이 될 수도 있다.

    정시비율을 현 고1의 대입보다 대폭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러려면 예고된 고교학점제 또는 내신절대평가제 등을 함께 손봐야하기 때문이다. 자사고 폐지정책이 법원의 제동으로 난항에 부딪친 상황에서 대입 정시비중이 커진다면, 수험시장의 반응으로 다시 자사고 열풍이 번질 수 있고, 현 교육당국이 추진하는 방향과 상충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은 목소리가 큰 여론이 무엇인가에 따라 입시개혁안이 돌발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교육이 포퓰리즘에 맞춰 움직인다면 ‘정치실종’에 이어 ‘교육실종’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데, 걱정이 많다. 걱정만 던져놓고 맺을 수는 없기에 그래도 수험생들에게 뻔한 조언 한 마디 한다. “입시가 아무리 바뀌어도 실력 있는 학생을 외면하지는 않는다.”는 것과, 입시개혁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내신과 수능, 입시의 양대 축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나중에 불가피하게 이 중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지금은 둘 다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질에 충실한 것이 최우선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