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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강수에 고려대가 결국 물러섰다. 최근 고려대는 교과전형을 30% 확대하기로 한 2021 대입은 유지하지만, 현 고1부터 적용되는 2022 대입에서는 정시 30%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두 손을 든 셈이다. 일단 갈등은 봉합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고려대 입시 파동은 생각보다 많은 과제를 남겼다.
먼저 교육당국이 여지를 둔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비판이 앞선다. 원래의 교육부 방침대로라면 교과전형 30%만 충족하면, 정시 30% 이상 충족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고려대가 현 고2를 대상으로 정시 대신 교과전형을 30% 가량 확대하기로 한 것은 논리적으로는 문제 될 게 아니었다. 하지만, 교과 30% 이상 지침은 주로 서울이 아닌 지역대학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는 게 교육부의 변이다.
다음으로 입시전형을 정하는 것은 대학의 고유권한인데, 교육부의 권고 또는 여론에 따라 눈치를 봐가며 대입전형을 바꿔야 하는 현 상황이 바람직한가라는 지적이다. 고려대의 입장 선회 발표 후에 현직 교사를 포함한 일부 시민단체들은 대학의 자율권을 더 이상 억압하지 말라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교육부의 권고사항은 말 그대로 지침일 뿐이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강행규정도 아닌데, 왜 대학들은 교육부의 눈치를 볼까? 재정지원에 대한 막대한 권한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뜻을 거스르기란 힘들다는 게 대부분 대학들의 입장이다. 대입전형 결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 영역에서 대학 자율권 행사가 제한 아닌 제한을 받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변동 심한 고려대 입시, 예측가능성 떨어져 수험생 혼란
교육당국과의 ‘줄타기 입시’, 고려대만의 문제일까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것은 정작 입시를 치러야 하는 당사자인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끼치는 파장이다. 상위권 대학인 고려대 입시는, 고려대 이외 다른 경쟁 대학에게까지 영향력이 큰 편이다. 개성에 따라 대학마다 전형이 제각각인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고려대처럼 개별 대학의 입시마저 매년 요동을 친다면 대학에 대한 신뢰도와 더불어 입시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며 교육적이지도 못하다. (표 참조)
2021 대입전형에서 변형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비판받고 있는 고려대의 학교추천형(교과형)은 ‘교과 60%+서류20%+면접 20%’의 일괄합산구조를 띄고 있다. 언뜻 보면 교과 100%도 아니고 수능최저학력기준도 높아 교과전형이 아니지 않나 하는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특정 전형요소가 50%를 넘으면 해당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만 따지면 고려대의 잘못은 아니다. 더욱이 2022학년 대입을 치르는 현 고1부터는 고교 교육과정 중 진로선택과목이 등급제(1~9등급제)가 아닌 성취평가제(주: 등급 미 표기, 과목에 따라 ABC 등의 성취도만으로 표기됨)로 바뀌고, 2025학년도부터 성취평가제가 전교과로 확대될 예정인 걸 감안하면 고려대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실제로 경쟁대학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 ,연세대에는 교과전형이 이미 없다. 아쉬운 점은 그래도 다른 대학보다 형편이 나은 편인 고려대가 최근 여론과 정서를 모르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유발이 예상되는 전형을 밀어붙였고, 교육당국도 ‘사후 약방문’ 식의 대처를 한 것으로 보여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대학의 학생 충원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 여론조사 식으로 대입정책을 결정하는 지금의 체제가 지속가능할지는 필자의 사견으로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본다. 우수한 학생을 어떻게 선점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대학보다, 학생모집과 충원이 명운을 결정하는 대학들이 훨씬 늘어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복잡한 수능체계를 앞두고 있는 2022학년 이후의 입시, 대학의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 지역별, 고교별로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는 현행 입시 구조가 상충하는 속에서 여론형성이 주가 되어 대입을 결정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할지 또 가능할지, 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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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고려대의 입시 파동이 남긴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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