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2019 정시, 고3 수험생들을 위한 ‘상담 후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12.24 10:11
  •  이번 주말인 29일부터 정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27일이 수시 미등록 충원 등록 마감일이니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도 곧 확정될 것이다. 특히 중상위권 이상의 대학은 학과마다 이월인원이 많고 적음에 따라 입시기관별 배치점수도 달라질 수 있으니, 수험생들은 그동안 정리해놓았던 지원 대학과 학과들을 접수가 임박한 시점에서 다시 체크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시전형과 달리 정시전형은 원서 접수 당일 대학과 학과를 최종 결정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자신과 유사한 점수대 경쟁자들의 이동을 눈여겨 볼 필요가 충분하다. 정시 상담이 한창 진행 중이므로 상담 후기를 지금 쓰는 것이 적절할까 망설였지만, 최근 수년 동안의 상담 후기 중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도 있다고 여겨 정리해보았다.

    # 정시 지원, 약간의 융통성이 필요하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나. 필자의 지인 중에 모 대학 전자공학과를 들어가기 위해 삼수까지 했던 A 선배가 있었다. A 선배는 당시 전기공학과는 들어갈 점수였지만, 전자공학과를 입학하기에는 점수가 약간 모자랐다. 3년간의 각고 끝에 모 대학 전자공학과 합격에 성공했는데, 또 다른 B 선배는 같은 대학 전기공학과에 재수를 하지 않고 고3 때 진학했다. 수년이 지나고 두 선배는 같은 회사에 취업했다. 그것도 동일한 부서에, B선배는 A선배의 입사고참이 되어 있었다. 그 후 모 대학 전자공학과와 전기공학과는 통합하여 전기공학부가 되었고, 지금은 전기. 정보 공학부로 명칭을 바꾸었다.

     묻지 마 전공에 대학만 중요하다는 것도 큰 문제지만, 정시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꼭 가고 싶은 학과가 있다는 것은 학생으로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내가 받은 수능점수를 주요 토대로 대학에 진학하는 정시에서 가끔 특정학과만을 고집하다가는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요즘 학생들이 설마 그러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상담 중에 종종 겪는 일이다. 특히 요즘 인기가 급부상한 자연계열 학과를 선택한 수험생들 중에 그런 사례가 많다. 정시 지원은 가군 나군 다군으로 한정되어 있다. 특정학과만을 고집하게 되면 내가 원하는 대학과 학과들이 같은 군에 겹쳐있거나, 군별 조합을 짜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학과 중심 조합을 약간 비켜나서, 대학 중심 조합을 짜보고 비교해보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최근 대학 재학 중 이탈하는 학생들이 늘어나자,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예전보다 전과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관심 있는 수험생들은 지원하려는 대학 입학처에 직접 문의해서 확인해 본 후, 정시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겠다.

    # 입시 정보의 바다에서 살아남는 법

     입시정보가 넘쳐난다. 대학교 홈피에서도, 입시관련 기관의 사이트, 블로그, 밴드 등을 통하여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정시에 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 대부분은 입시 사이트를 거의 매일 들여다보지만, 입시기관마다 해석이 다르고, 배치점수도 다양해서 오히려 더 헛갈린다고 불평이 대단하다. 수시의 영향력이 정시까지 영향을 미쳐서일까. 올해는 유독 과목별 편차가 심한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띈다. 국어와 수학 점수의 편차가 과도해보이기까지 한다. 의외로 높은 국어성적에 비해, ‘하늘과 땅 차이’로 보이는 수학성적의 폭락,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하여 올해는 유독 과목별 반영비율에 민감한 수험생들이 많다. 하지만 총점이나 누적 백분위 등 지원할 대학의 기준에 근접한 수험생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가끔 과목별 반영비율을 전가의 보도로 착각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있다. 전체 수험생 중에서 자신의 위치, 내 성적 위치를 중심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부터 잡고 난후, 과목별 반영비율을 따지는 것이 맞다.

     다음으로 입시기관별 사이트의 해석이 다양해서 골치 아픈 수험생들에게 조언 하나. 사실 여러 사이트에 들어가 보는 것은 수험생들보다 학부모들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작년의 경우 총 4개 기관 사이트를 이용해서 모의지원을 한 지원자도 있었다. 상담 중에 학부모님께서 40쪽이나 되는 분석 피티를 만들어 오셔서 필자에게 설명을 해주시는 경우도 경험했다. 열정은 인정하지만 실제 정시지원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교할 시간이 충분하다면 몰라도,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왜곡과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1~2개 입시 사이트를 이용해서, 지원할 대학과 학과 그룹을 정해놓고 변화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더 유용하리라 본다. 

     입시기관의 합격진단 이외에도 최근 수 개년의 실제 합불 결과도 검토해보길 바란다. 그 점수로 합격을 하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수험생들의 경향성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 합격진단과 실제 수 개년 합불 결과가 거의 일치하면, 그 대학 학과의 입시 결과는 변동성이 아무래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수능 시험을 못 봐서, 비탄에 빠져있는 수험생들에게 조언 하나. 괜찮다고 힘내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괜찮을 리가 없으니까. 괴롭고 힘들겠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1년 뒤, 4년 뒤, 10년 뒤 자신이 할 일을 떠올리기 바란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못 본 시험은 결과지만, 시험 결과도 미래를 위한 과정 속에 있다. 수험계획과 함께 나의 미래계획도 함께 짜면서 어려운 순간을 견뎌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힘내라는 말보다는, 힘들어도 견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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