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미스매치 입시'와 '미스테리 입시'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11.05 09:33
  •  흔히들 현 고1학년생의 대입을 ‘미스매치(mismatch)입시’, 중3학년생의 대입을 두고 ‘미스테리(mystery)입시’라고 한다. 개정교육과정과 수능의 불일치를 겪고 있는 고1과 ‘국어, 수학, 탐구’에 이르기까지 선택형 수능 풀 패키지로 장착한 ‘신(新)수능’의 첫 번째 경험자가 될 중3이 겪게 될 혼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3에게 적용될 대학별 대입전형계획은 내후년인 2020년 4월 말경에 나오겠지만, 더 이상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내년 중반기 정도에 2022 대입전형의 얼개 정도는 나오리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중3보다 1년 일찍 입시를 치르게 되는 고1은 2022 입시개혁의 화제성에 가려서, 정작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1 학생들의 고민은 생각보다 심각한데 말이다. 

     학교 알리미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2018학년도에 입학한 현 고1의 3년 동안 고교별 교육과정을 알아 볼 수 있다. 그런데 학교별로 교육과정을 정독하다 보면, 자유로운 고교선택과목을 기반으로 한 융합인재양성을 목표로 한다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학교현장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아가 현행 대입 체제 하에서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에 맞게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중3 “학교 알리미 교육과정 미기재에, 용어마저 헛갈려”
                    고1 “중3이랑 과정은 같은데, 학생부 기재 달라 불만!”

     지금 학교 알리미를 가장 열성적으로 들여다보는 분들은 무엇보다 중3 학부모들일 것이다. 연말에 고교 선택을 앞두고, 자사고와 일반고, 특목고 사이에서 갈등을 거듭하고, 우리 동네 일반고에서도 ‘어느 학교를 선택해야 대입에 유리할까’로 고민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3이 참고할 현 고1의 3개년 교육과정에서, 공통과정인 1학년과정만 나와 있고, 선택과목이 주를 이루는 2.3학년 과정이 기재되어있지 않은 고교사례가 꽤 많다. 하여 궁여지책으로 2017학년도, 2016학년도에 입학한 2009 교육과정 적용 학년의 선택과목들을 참고하기도 하는데, 용어부터 헛갈린다고 학부모들의 원성이 잦다. 수학의 경우를 예로 들면, 2009개정 교육과정의 ‘미적분Ⅰ’은 2015 개정교육과정 ‘수학Ⅱ’에 포함되어 있고, 이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 Ⅱ’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는 ‘미적분’에 주로 편성 되어있다. 기하와 벡터의 경우 일부는 진로선택과목인 기하에, 일부는 고급수학 등 전문교과로 단원이 이동했다.

     올해 9월 경,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고1을 대상으로 2학년 이후에 수강하게 될 선택과목 가수요 조사를 했는데, 특히 과학과목의 경우, 학교별로 선택과목의 편차가 심한 학교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필자에게 연락을 해온 몇몇 고1 학부모들은 지금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아이가 원하는 학과 진학을 위해 꼭 선택해야 할 진로선택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전학까지 고려 중이라고 심각해한 사례도 있었다. 해당 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현 제도 하에서는 ‘연합형 교육과정 제도’를 활용하여 인근 학교에서 해당 과목 수강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현재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가 관할 교육청에 연합형 교육과정연계학교로 신청이 되어있어야 하고, 수업시간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하나의 고1 대입의 난해함은 중3과 교육과정은 같으나 학생부 기재사항이 판이하게 다른 것에 있다. 그 중에서도 진로선택과목<예: 기하, 고전읽기, 과학 Ⅱ(물리학 Ⅱ, 화학 Ⅱ, 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 등)>의 내신 성적 기재가 대표적이다. 중3의 경우, 학생부개선안에 따라 위와 같은 진로선택과목은 내신석차 등급을 기재하지 않고, ‘A, B, C’ 등의 성취평가로 기록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기재방식은 현 중3이 고1이 되는 2019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라, 이대로라면 현 고1은 기존학년처럼 진로선택과목이 1등급~9등급까지 함께 기재되어, 과목 선택 시에 내신 석차 등급 평가에 대한 부담을 겪게 된다. 필자가 교육청 담당부서에 직접 문의한 결과, 이와 관련한 공식 지침을 받지 못하였고, 현행안 대로라면 중3의 기재방식이 고1에게 소급 적용되기는 힘들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학생부 기재 개선안을 곧바로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걸 십분 이해하지만, 학생의 과목선택권을 강화한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림과 함께 입시 형평성 차원에서도 이 부분만큼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입시개혁 1년 유예의 피해를 겪은 고1은 교육과정과 수능제도의 엇박자에, 재수하면 신(新)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지고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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