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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고입선발시기 일원화에 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일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자사고, 외국어고(이하 외고), 국제고 입시는 후기 일반고 입시와 동시에 치러진다. 과학고, 영재고 등은 종전과 같이 이른 시기에 선발하므로 작금의 논란에서 벗어나 있다. 동시에 치러지는 고입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지망하는 중2에게는 과중한 부담이다. 원하는 자사고나 외고, 국제고에 합격하지 못하면, 이후 일반고 배정에서는 불리해진다. 처음부터 일반고를 선택한 학생들에 비해 통학거리가 멀거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고교에 배정받는 경우의 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드물겠지만 고입재수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이쯤 되면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고사(枯死)작전’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고교 평준화 이후 외고는 입시에 관한 한 평준화 이전의 명문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금의 외고처럼 권역별로 나누어서 선발하기 전에는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외고로 몰려들었고, 일부 외고는 이과생들마저도 전국 최상위권에 랭킹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MB 정부에서 활성화된 자사고는 외고에 이어 입시명문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와 광역단위 모집 자사고는 문이과를 막론하고 수능중심의 정시뿐 아니라 확대 일로에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에도 강세를 보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자사고, 외고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입시학원화’되고 있다는 그동안의 비판이 더욱 힘을 얻었고, 급기야는 지역별로 자사고 등의 지정취소에 이어 정부가 꺼내 든 ‘고입 동시실시’의 카드로 외고와 자사고 등은 존립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내년 8월 수능 등 입시 개편안에 따라
현 중2의 고교 선택 ‘요동 칠 듯’
중2가 치를 2019 고입의 변화를 섣불리 예측하기란 쉽지 않지만, 내년 8월의 수능개편안 확정 등 입시변화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리라 본다. 과학고와 영재고 입시의 경쟁률이 대폭 오르기는 힘들 것이다. 과학고와 영재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거의 초등학생부터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때 갑작스럽게 과학고와 영재고를 선택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령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의 경쟁률은 고입 동시실시로 인한 위험부담 때문에 당연히 하락할 것이다. 다만 수능개편안과 내신 제도의 변화,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전형)의 개선안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간의 예상처럼 수능절대평가 뿐 아니라 내신절대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자사고와 외고 등은 내신의 불리함에서 벗어나게 되고, 학종전형 대비 프로그램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외고와 자사고 등은 2015 개정교육과정에 있는 진로선택 과목이나 전문교과와 유사한 과목과 프로그램을 이미 운영해오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과목에 대한 수요를 흡수하는 데 외고와 자사고 등은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변수가 존재한다. 내신절대평가가 만약 연기되고, 일부 교원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학생부에 기재되고 있는 수상경력, 독서활동의 삭제, 창의적 체험활동 내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기록삭제와 더불어 이미 교육부가 예고한 것처럼 ‘수시 수능최저기준 폐지,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의 축소 또는 폐지’로 이어진다면 학종전형은 학생부 교과전형과 별반 차이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학종전형의 평가 요소에도 풍선효과가 일어나 내신 성적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내신 고득점이 쉬운 일반고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발기관인 대학 측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것이다.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학종전형의 축소 혹은 대폭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대학별 선발기준에 따라 수시. 정시에서 학생부 등의 서류와 수능최저학력기준, 면접 등의 평가요소를 각 전형별로 복합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예측을 하면서 필자의 머릿속에 내내 떠오르는 생각은, 여전히 공고한 대학 서열화의 구도가 깨지지 않는 한 ‘고입은 대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명제였다. 왜 본질은 내버려두고 땜질식 처방만 하는 걸까?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2019 고입 예측, 중2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