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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바 ‘학종 인플레 시대’다. 수시원서 6장을 학생부종합전형에 올 인하는 학생들이 예년에 비해 부쩍 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이 점점 줄어듦에 따라 수능공부보다는 서류준비에 더 신경 쓰는 학생들이 많다. 상위권 대학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특기자 전형을 포함하면 6장의 수시 카드 모두를 수능최저기준이 없는 대학에 넣을 수 있다. 중위권 대학들의 학생부종합전형도 대부분 수능최저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입시에서 반드시 붙는다는 장담은 하기 힘들지라도, 예측가능성이 커질수록 안정된 입시가 되는 데, 정성평가를 주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전형)은 타 전형에 비해서 불확실한 면이 많다. 종합적 평가라 함은 내신성적 뿐 아니라 학생부에 기재되어있는 내용 모두를 유기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인데, ‘어디가 닷컴’을 포함해 대학에서 공개된 정보는 내신성적 평균치 정도라 대부분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종합전형 지원 시에도 내신기준치 결과를 참고하는 경우가 눈에 많이 띈다. 전년도 입시결과는 작년에 합격한 수험생들을 표본으로 결과치를 나타낸 것인데,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내신 분포도를 보고 학종전형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내신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마치 논술전형을 수능최저기준과 내신만으로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신성적과 함께 수험생들이 집착하는 것이 자신들의 진로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인데 많은 시간을 들여서 한 것일수록 애착이 커져 자신이 한 활동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잦다. 물론 동아리 등 창의적 체험 활동에서도 학생의 잠재력과 탁월성을 볼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학생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원서접수기간이 임박하자, 수시지원 확정카드 이외 남은 카드는 나도 한 번 넣어보자는 심리로 학종전형카드를 꺼내드는 데, 대부분 실패로 끝날 확률이 크다. 학종전형은 파이널이 통하지 않는 전형이다. 막판 벼락치기로는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꾸준히 학종전형을 준비한 학생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상담을 하다보면 10쪽 미만의 학생부도 종종 보곤 하는 데, 아무리 팩트를 간결하게 쓴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분량이 작은 학생부를 보면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첫 인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종전형을 지원하겠다는 수험생이 많다. 이유는 도돌이표다. 내신분포도나 주변 지인의 합격사례가 주다.
대학에 따라 다르겠지만, 학종전형을 지원하는 수험생들이 꼭 체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전과목이 우수하다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과 관련된 기초과목의 교과학습발달상황 란의 내신성적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고교와 대학은 학습구조가 다르므로 전공적합성의 강박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으나, 희망전공의 소양이 되는 고교 교과의 성취도가 우수하지 않다면 합격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한편 학종전형 지원이 여의치 않다면 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 혹은 정시에 더 적합한가도 따져보아야 한다. 상위권대학의 교과전형은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이나, 중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능최저가 있는 교과전형은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논술전형을 검토해볼 때에도 해당 대학의 논술문제를 미리 읽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논술유형은 모른 채 수능이나 내신 기준에 따라 논술전형에 무작정 지원하는 것은 우매한 일이다. 더불어 중상위권 대 이상의 수능등급이 나온 학생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정시가 수시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므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종전형의 경쟁률이 올라갈수록, 학종전형의 합격률은 하락할 것이다. 6개의 복수 지원카드 중 하나쯤은 어떨까라는 생각보다, 하나의 원서를 결정할 때에도 신중함의 미덕이 필요한 때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학종 인플레 시대’ 에 대처하는 수험생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