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자소서로 보는 학생부종합전형 ‘국어교육과 편’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6.07 09:35
  • 6월 모의 평가 후, 수험생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셈법으로 입시 로드맵을 짜고 있다. 수시보다는 정시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고, 수시지원에 활용할 6개의 카드를 여전히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 본인의 취약점을 분석 보완하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포함한 서류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기말고사 준비와 함께 미루어두었던 자기소개서 등 수시 지원에 필요한 서류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사례로 보는 학생부 종합전형’과 함께 ‘자기소개서로 보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써보려 한다. 사례로 보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기획했던 취지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합불사례의 비교 활용을 통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다. 더불어 ‘자소서로 보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연재하게 된 이유는 수시 원서 접수를 3개월가량 앞둔 수험생들에게 ‘효율적인 자기소개서’ 작성 또한 선결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는 필자가 지도한 국어교육과 합격생의 사례를 소개한다. 아래 학생은 서울대 일반전형 국어교육과와 연세대 특기자 전형 국문과를 동시에 합격했다. 국어과목과 관련해서는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수업시간에 대단한 열의를 가지고 참여했고, 국어능력에 특별한 자부심을 가진 학생이었다. 아래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면 학교 수업과 관련한 생생한 에피소드가 드러나 있으며, 국어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고교 수업의 내용과 환경개선이 학생부 종합전형의 유지와 발전의 핵심이라는 점에서도 아래 학생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 서울대 국어교육과 /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동시합격 사례
    - 서울대 자소서 문항 일부와 연세대 특기자 전형 자소서 2번 문항에 활용-

    어렸을 때 초월적인 세계는 언제나 저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제가 동경하던 세계 그 자체였고, 자연스레 어린 시절 제 관심사는 신과 인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신화도 인간이 창조한 문학의 한 갈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릴 때 멋모르고 동경했던 신들의 인간적인 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문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문학은 사람과 사회, 시대를 보는 창입니다. 저는 문학을 깊게 공부해서 사회를 보는 안목을 키우고, 그 시각을 사람들 속에서 직접 경험하며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주위를 보면 국어과목을 싫어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시는 분해와 암기의 대상일 뿐이었고, 소설 속 인물은 이해할 수 없는 사색적인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00이신 어머니가 독서를 중요시하신 탓에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책을 접하며 자란 저는 시험을 위한 국어교육 속에서 문학의 참 재미를 모르는 친구들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문학시간에 채만식의 「치숙」을 발표 수업할 기회가 생겼는데, 수업 전에 이 소설 전문을 읽어본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없어서 저는 수업을 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치숙」은 반어적 풍자의 성격상 전문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서술자에 대한 생각이 믿음에서 한심함으로 바뀌는 경험을 직접 해 봐야 하는데, 이미 수업시간에 ‘치숙의 서술자=믿을 수 없는 서술자’라는 지식을 주입받은 친구들은 평생 치숙의 진정한 묘미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후 저는 문학을 글자나 지식으로만 바라보고 그 힘을 느끼지 못하는 교육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좋아하는 시를 물어봐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학생을 만드는 ‘선(先)지식 후(後)공부’의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시험과 별개로 작품에 대해 독자적인 감상을 가질 수 있도록 문학의 가치를 직접 느끼게 해 주는 국어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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