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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이 대폭 확대되면서 이른 바 ‘학종 전성시대’가 열렸다. 상위권 대학에서의 정시선발인원비율은 이제 15%에서 30% 내외로, 수능 준비만으로 대학 가는 길은 급격하게 좁아졌다. 갑작스런 입시변화로 인해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금 수저, 흙 수저 론’과 연관 지어 학생부 종합전형은 귀족전형이 아닌가, 주관적인 정성평가에 비리가 개입할 여지는 없는가의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학생부 조작으로 인한 일련의 입시 비리 사건들은 이런 관점에서 학종전형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물증이기도 하다. 다만 어떤 제도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극히 드문 사건이라 믿고 싶을 뿐이다.
학생부의 질, 학교마다 편차 크다
학생부종합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학생부 기록이다. 현행 학교생활기록부는 예전에 비해 각 항목별로 자수가 제한되어 있으나 오히려 제한된 글자 수에 핵심적이면서도 풍부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교과활동과 연관되어있는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중심으로 관련항목과 연계성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학교생활을 충실히만 하면 학생부 기록은 전혀 걱정 없을까 하면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 기록에서 개인에 대한 평가를 더 자세하게 요구한다. 학교 프로파일과 수업 커리큘럼보다 그 안에서 활동했던 개별 학생의 역량평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더불어 각 대학 입학사정관실에서도 꾸준히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준비를 돕기 위해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생부 기록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학교마다 천차만별로 보인다. 같은 학군에서 내신 성적이 전교 최상위권을 차지한 학생들이라 해도, 학교의 분위기에 따라서 학생부 기록은 판이하게 다른 경우도 종종 보곤 한다.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수업 일수와 시간이 주인 경우와 학생 개인의 수행평가 내용과 평가가 빼곡하게 적혀있는 걸 비교하면, 학종 전형에서 둘 중 누가 합격할 것인가는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뻔하다.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어떻게 담보할까
점수로만 측정해왔던 정량평가에 익숙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정성평가가 주인 학생부 종합전형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에서 공정성 여부는 대단히 중요한 쟁점이다. 작년 한 민영 방송사가 창사 20주년 기념을 맞이하여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사회의 공정성을 다룬 설문조사에서 공정하다는 응답은 20%, 그렇지 않다고 하는 응답은 74.9%로 우리 사회의 공정도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학생부 기록의 질 높이기와 더불어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의 개발, 이와 관련된 수업환경의 개선에서 누가 승리할까. 정시위주 학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던 강남 8학군의 일부 고교는 요즘 대폭 늘어난 학종 전형 대비에 적극적인 개선을 꾀하고 있다. 자사고. 특목고와 일반고,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 등 나누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는 한국사회에서 학종 전형은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 학생부종합전형 대비가 각 학교 선생님들의 개별노력만으로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것인가. 전사적으로 대비하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간의 박탈감은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대학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을 대폭 늘리는 이유가 정말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점차 수능변별력이 떨어지자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서의 성격이 더 큰 것인가.
이러한 의문들과 의문들에 대한 해결책을 무시한다면 학생부 종합전형의 안착은 의외로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갑작스런 확대보다 점진적인 확대를 지지한다. 수능체제보다 고교교육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고 선진화된 전형이 학생부 종합전형이라는 걸 인정하지만, 수요자가 제대로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제도라는 이유만으로 밀어 붙인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학생부종합 전성시대, 명과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