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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논술시험에 대하여 갖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상위권 대학 입시 전형에서는 버릴 수 없는 카드이기도 하고, 합격확률만을 따져보면 우리 아이가 과연 붙을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먼저 맞춰놓고 논술공부를 하라는 말도 설득력이 있지만, 수능공부만을 하다보면 논술공부가 너무 늦어져 결국 논술 공부가 미흡한 상태로 논술시험장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도 앞선다. 한편 교과 성적이 매우 우수하고 비교과까지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면 학생부 종합전형에 주력하겠지만, 자신의 경우가 그런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논술전형에 대한 선택의 고민은 누구나 한번쯤은 하게 된다. 더욱이 학생부 종합전형 선발인원이 매년 늘고 있지만, 경쟁률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논술전형 준비에 대한 고민은 깊어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입시는 수험생 개인의 상황마다 천차만별이라서 개별적일 수밖에 없지만, 필자의 경험에 미루어 볼 때 ‘고민은 당면한 문제의 실체를 모를 때 증폭된다.’는 점에서 논술전형에 대한 실체 파악을 먼저 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대입 수험생의 논술전형에 대한 선택과 이해를 돕기 위해, 논구술 전문가인 이정태 선생(사진. 이슈& 논술 . 대치이강학원 강사)의 글을 아래에 나누어 소개한다.
1. 논술에도 최저가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수능만 최저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논술에도 최저가 있다. 수능 최저 기준처럼, 대학이 논술 최저기준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매년 발표되는 상위권 대학의 논술전형 합격 점수 분포를 보면, 논술점수의 차이가 논술전형에서의 합격을 좌우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실력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떠도는 말처럼, 로또는 아닌 것이다. 시쳇말로 ‘운발’로 되는 게 아니다. 분명한 실력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실력 차이는 어떻게 나는가? 1년 이상 꾸준히 준비한 친구와 1-2달 반짝 준비한 친구가 같을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단기간 내에 벼락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분야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가장 상식적일 것이다.
(1) 1년 6개월~ 1년 전부터 준비하면, 합격 커트라인에 확실히 근접할 수 있다.
(2) 평소에 언어영역 실력이 좋고, 글쓰기에 자신이 있다하더라도 6개월 이상은 해야 합격 커트라인에 확실히 근접할 수 있다.
(3) 준비기간이 3개월 이하이면 논술 전형 합격커트라인에 근접하기는 매우 어렵다.
실제로 논술을 오랫동안 가르쳐온 경험으로 볼 때, 3개월 반짝해서 합격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수시 논술 파이널 기간에 대치동 유명학원에 구름같이 모여든 학생들 중에서 합격의 기쁨을 맛보는 친구들은 대부분 이전에 학원이든, 학교 방과후 특강이든 어떤 형태로든 준비를 해 온 학생들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없다. 고3 여름방학 때 와서 “선생님, 저 논술 보려고 하는 데요. 해도 될까요?“라고 묻는 학생이나 ”우리 애 논술하면 합격가능할까요?”라고 물어보는 학부모들에게 논술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참, 답답한 노릇이다.
2.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잘 알다시피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논술 형태의 시험을 보거나 에세이를 통해 지원학생들의 수학능력을 평가해왔다. 사실 우리나라의 논술시험도 이러한 선진국 사례를 분석하고 검토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1994년 대학입시 때부터 도입된 논술은 외국과는 다른 형태로 출제되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 같은 논제만 제공하고 주어진 시간동안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다양한 제시문을 주고 그 제시문을 기초로 논제를 푸는 방식이 일반적인 형태로 정착되었다.
이런 형태는 학교에서 전혀 논술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이 선택한 현실적인 방안이었던 것 같다. 쉽게 말하자면, 대학에서 교수가 관련 주제에 대해 강의하고 다양한 시각에 대해 학생들과 같이 토론하고 학생들은 이를 기초로 소논문(학기말 리포트)을 작성해 제출하는 수업방식을 유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다. 그러나 채점의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 제기되자 대부분의 대학이 변별력 확보차원에서 기존의 2,000자 이상 써 오던 논술 답안을 200-300자 내외의 짧은 글부터 1,000자~1,200자 내외의 글로 나누고 시험시간도 3시간에서 2시간(일부 대학은 100분 내외)으로 줄여버렸다. 사실상 ‘논술’시험이 아니라 논술‘시험’이 된 것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현재 대학입시에서 논술 전형은 제대로 된 논술 능력을 보는 시험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논술을 어려워한다. 논술을 쓸 수 있도록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환경 상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음에 계속)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인문계 논술, 제대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