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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은 의외로 대입 자기소개서 공통 3번 문항의 구상이 가장 어렵다고 호소한다.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 문항이니 진솔하게만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도통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울상이다.
대교협 자기소개서 3번은 원래 ‘봉사활동과 리더십’에 대해 서술하라는 공통문항이었는데, 수년 전 위와 같은 4개 항목으로 세분화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전히 봉사활동을 많이 쓰고, 동아리 활동 때 리더십에 대한 기술이 주를 이룬다. 위 네 항목의 본질은 결국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행해졌던 배려와 나눔, 협력과 갈등의 경험들을 찬찬히 떠올려 보아야 한다. 시시콜콜한 기억까지 끌어내 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봉사의 참의미를 깨달았다.”, “동아리 활동 중에 이기적으로 활동하는 친구들을 달래고 결국 성과물을 만들어냈다.”고 쓰는 경우가 꽤 많다.
교훈적이고 결과물도 있으니 좋으련만,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없다면 매우 평범한 구성과 서술로 그칠 가능성이 많다. 이 문항에서는 수험생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에 따른 실천의지가 있는지를, 집단 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 속에서 조화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다시 말해서 수험생의 공감능력과 리더십을 평가하는 것이다. 3번 문항 때문에 아직도 고민하는 수험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의 저서에도 실렸으며 직접 지도한 학생들의 예시를 공개한다.
# 하나의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통하여 자신의 자질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저는 사람을 설득하고 그로부터 지지를 얻어내고 이끄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주변에서도 이야기를 듣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농구부 주장을 맡은 경험은 이런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략-
선수는 땀범벅이 되고, 코트 밖에서 함성이 연달아 터지는 농구는 그야말로 역동적인 스포츠입니다. 매 순간마다 승부의 순간인지라,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짧은 시간에 동료 혹은 상대방의 컨디션과 현재 능력까지 파악해야 합니다. 전체 상황을 머릿속에 그림과 동시에 패스를 하느냐, 슛을 하느냐, 페인팅 모션을 취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본능적이고 감각적으로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려야 하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잘못된 지시를 한 적도 있었고, 혹은 제대로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망친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팀의 단합이었습니다. 그런데 농구는 빈번하게 슛이 터질 때마다 자신을 향해 쏠리는 시선 때문인지, 팀플레이가 보기보다는 어려운 경기입니다. 학년별로 농구 올스타전을 할 때는 심지어 센터가 볼을 리드하는 일도 있었고, 가드가 패스 없이 개인플레이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팀 내 선수들끼리도 소통은 보이지 않고 오직 질타와 시기만이 존재했습니다. 게임에서 지고 난 후 한창 대립각을 세웠던 친구에게 먼저 음료를 건네면서 화해를 요청하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지만, 주장이라는 책임감은 저에게 항상 먼저 손을 내밀게 했습니다. 습관처럼 되어버린 저도 모르는 포용력이 친구들을 다시 단합하게 했고 저희 팀을 발전시켰습니다. (00대 정치외교학과 합격 사례)
# 평이한 학생부 활동 중에서 얻은 교훈을 담담하게 서술했음
튀는 것만을 찾기보다는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 볼 것
전교학생회 회장이란 직함은 친구들보다 언제나 반걸음 혹은 한걸음 정도는 책임을 지고 앞서 나아가야 한다는 무게를 저의 어깨에 실어주었습니다. 회장직을 수행해 나가면서, 리더십은 혼자서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학년 전교 학생회 부회장 때, 수능시험 당일 선배들의 선전을 응원하러 다른 이웃 고등학교에 학생들을 이끌고 갔습니다. 잔뜩 얼어있는 선배들의 긴장을 풀어 줄 피켓들, 따뜻한 음료, 과자를 간이 책상에 진열하면서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저희 학교 뿐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회에서도 같이 선배들을 응원하러 나왔기 때문인지, 주변이 굉장히 어수선하고 많이 어질러졌습니다. 선배들이 교문으로 들어간 후, 주변을 정리하려고 보니 어느새 다른 학교에서는 이미 가버리고 난 후였습니다. 들고 간 박스를 챙겨서 주변의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도 저를 따라 도와주었고, 하다 보니 주변 쓰레기까지 말끔히 치우게 되었습니다. 응원 후 주변을 정리한 학교는 저희 학교뿐이었습니다.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갔던 저희 학교를 기억한 00고등학교 수위아저씨는, 다음 해 수능 날 교문 맨 앞자리를 저희 학교에 내어 주셨습니다. 작은 행동이라 할지라도 누군가는 기억하며, 올바른 행동이라 판단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리더의 자세'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00대 정치외교학과 합격 사례)
- 위 사례는 원래 대교협 공통문항 2번에 쓴 글입니다. 그런데 묘하게 3번 문항과도 잘 어울립니다. ‘쓰레기 줍기’와 ‘수능 응원’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것이겠죠. 자신의 사례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고민만 하지 말고, 자신만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자기소개서 공통 3번 문항 (배려/협력), 어떻게 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