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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소재 주요대학들이 교육부의 대입공정성강화방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예상대로 확정시한을 둔 정시 확대에 난색을 표명했고, 학생부종합전형 관리에 대해서도 교육당국과는 견해차가 컸다. 하지만 교육부는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일부 쟁점에서는 교육부와 대학 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고교프로파일 폐지와 고교정보 블라인드 확대는 올해부터 실시한다는 방침이라, 수시를 준비하는 고3 수험생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 고교프로파일 폐지?
고교프로파일은 고교의 교육환경과 여건을 고려하여 평가할 수 있도록 고교가 대학에 제공하는 자료를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이 고교정보를 제공함에 따라 출신고에 따른 차별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아예 불공평의 소지를 차단하자는 것이 교육부의 취지다. 또한 고교프로파일에 기재금지사항이 포함된 것도 있어 더욱 차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폐지의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 측의 입장은 기재금지사항은 애초에 평가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고교정보는 학생부의 내용을 평가할 때 맥락을 알 수 있는 필수 요소이므로, 불공정한 평가가 아니라 오히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시 현장에서 본 의견으로는, 정부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 고교 프로파일에는 학교의 수상기준이나 학교별 교육과정의 특색을 기록하게 되는 데, 일부 특목고에서는 그간 특정 내부 기준을 설정해놓고, 인증이나 수상을 수여해왔으므로, 학생부에 나온 고교 내부 인증이나 수상만으로도 어학 인증 수준 또는 소논문 활동의 횟수 등을 추정할 수 있었다. 물론 최근에는 그러한 인증제를 없애는 고교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일반고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만 하다.
다만 고교프로파일 폐지의 시행이 당장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첫 적용대상인 올해 고3부터는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최소 3년 이상은 개정교육과정 하에서 제출되는 고교프로파일이 쌓이고 나서, 대학과 고교 간 협의 후에 불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 고교정보 블라인드 확대?
고교정보 블라인드는 수년 전부터 면접에서는 이미 시행되어왔다. 이번 교육부 안은 서류 심사 단계에서부터 출신 고교정보를 가리고 하자는 것이다. 고교프로파일폐지와 함께 동시 시행하면 출신고교의 후광효과를 확실히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입장으로 보인다. 대학 측은 여러 이유로 반기를 들었다. 먼저 고교 명을 모르고 심사를 하게 되면 오히려 우수한 고교교육과정 또는 학생부 기록이 좋은 학생들이 대거 합격하게 되고, 특별전형(농어촌, 특성화고) 심사 시에는 지원자격을 정해놓고 있는 데, 자격심사 자체가 어렵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고교유형별(외고, 일반고 등), 지역별(특별, 광역시, 중소도시, 읍면 등) 선발 결과에 대한 공시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고교명을 모르고 심사함에 따라 해당 고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이해가 어려워서 학생의 노력을 과소 또는 과대평가할 위험성이 높고, 우수한 일반고가 역차별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입시현장의 체험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우선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영재고, 전국형 자사고 등은 고교 명 등의 정보를 블라인드 처리한다고 해도, 일정기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입학 담당자라면 곧바로 알아볼 가능성이 크다. 즉 일반고 역량강화를 위해 실시하는 고교정보 블라인드 확대의 피해자가 오히려 일반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편 일반고 간에도 학력 또는 교육과정의 특색이 천차만별일 수 있는 데, 고교 명을 모름에 따라 특정한 심사기준이 큰 영향을 미쳐 우수한 일반고 출신 학생이 전형과정에서 애초 의도와 다르게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고교정보블라인드는 면접에서는 실행할만한 근거가 충분하나, 서류 심사 단계로의 확대는 득보다 실이 더 크므로, 교육당국도 대학과 충분히 협의를 거쳐 , 현장에 맞게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고교 정보 블라인드 확대의 파장과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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