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2022학년도 수능개편안 쟁점에 대한 소고(小考)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8.02.05 09:58
  •  오는 3월말, 교육부의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로부터 5개월 후인 8월말 여론수렴을 거쳐 수능개편을 비롯하여 학생부종합전형개선, 내신절대평가 등 새로운 대입제도의 틀이 확정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올해 초부터 각 교육기관 등이 참여하는 대입제도 포럼과 공청회가 한창이다. 각각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공통쟁점을 찾아보면 대체적으로 ‘수시. 정시의 통합과 수능 절대평가’, ‘논술형 혹은 서술형 수능’의 도입이다.

    # 수시. 정시 단일화와 수능 절대 평가 

     수시. 정시의 단일화는 모든 대입전형을 3학년 2학기 학사일정을 마친 뒤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교적 학사일정의 비정상적인 운영요소가 제거되고, 학생들도 3학년 2학기 9월에 수시지원을 결정해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실질적으로 대입 정원의 70%를 넘어가는 수시지원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고, 정시의 가. 나. 다 군의 구별도 없어지게 되어, 정시 지원 시 동일 군내에서 대학을 선택할 수 없었던 불합리함도 없어지게 될 전망이다. 한편 수능시험일과 수능성적발표일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수능미활용전형 지원은 무관하지만 수능활용전형은 실채점이 나온 상황에서 지원하는 것이 용이하므로, 수능시험 발표일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수시 정시 통합 이후에도 대학 편의상 수능미활용전형은 전기, 수능활용전형은 후기로 나누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시. 정시 통합 이후에 새로운 전형들이 나오긴 하겠지만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서류100%, 서류+면접, 서류+면접+수능최저학력기준), 논술100%, 수능100%, 수능+대학별고사(논술. 면접) 등의 기존 틀 안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능절대평가가 시행되어 수능변별력이 지금보다 약화된다고 하면, 수능최저학력기준(이하 수능최저)을 대학들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수능이 기초학력만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도구로 활용된다면 수시전형에서 최소한의 수능최저를 거의 모든 대학들이 도입할 것인가와 서울대 일반전형처럼 ‘수능최저학력기준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활용하는 대학들이 수능절대평가 이후에도 수능최저를 계속 활용하지 않을 것인가도 관심사다. 최근 교육부는 수시에서 수능최저기준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 절대 평가 이후에도 동일한 입장을 견지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사견으로는 수시. 정시통합과 수능절대평가가 동시에 치러진다면, 절대평가 이후 1등급 비율을 고민하는 상위권 대학의 경우 수능100% 전형의 선발인원을 지금보다 많이 늘리기는 쉽지 않으리라 본다. 반면에 수시전형에서 서류만으로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기는 불완전하다고 여기는 대학들도 상당하므로, 상당수의 대학들이 서류, 수능최저, 대학별고사의 조합을 병행하리라 본다. 하여 생각보다 변혁이라고 불릴 정도의 입시개혁보다는 기존입시전형요소 간의 비율조정, 각 전형간의 선발비율 조정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능100% 전형 혹은 학생부종합전형 등 하나의 전형을 지금보다 대폭 늘리는, ‘극단적 간소화’로 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 위의 논의들은 수능절대평가가 지금의 영어절대평가처럼 9등급제로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서다. 7등급 혹은 5등급 절대평가나, 기타 수능자격고사화의 경우에서의 논의는 별론으로 한다.)

    # 논술형 혹은 서술형 수능의 도입

     거의 폐지나 축소 분위기로 가고 있던 ‘논술’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지금의 대학별고사를 국가관리 논술형 수능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그 중심이고, 일부에서는 대학별고사를 공동으로 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논술전형은 그간 수능전형과 함께 사교육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전형으로 낙인찍혀왔다. 논술교육의 취지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공교육에서 이루어지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힘을 얻어왔다. 하지만 대학 측 입장에서 보면 논술전형은 꽤나 변별력을 가진 유용한 전형이다. 교과지식에 기반한 학업역량과 논리력을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으므로, 지금은 논술전형을 없앤 모 대학에서도 논술전형을 수능만으로는 측정하기 힘든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수능의 보완전형’이라고 명명하기까지 했다. 

     먼저 논술시험을 공동출제하자는 주장은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 지금의 대학별고사로 시행되는 논술시험은 유형별로 분류할 수는 있으나, 대학별로 출제경향이나 유형이 다르다. 이처럼 각 대학이 논술전형에서 주로 보고자 하는 능력이 각양각색이라서 만약에 공동출제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유형을 다양화시켜야 할 것이고, 동일한 날짜에 시험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논술전형 응시의 기회가 줄어들게 되거나 하는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다음으로 논술형 수능 혹은 서술형 수능에 관한 주장이다. 이 경우 엄밀히 말해서 논술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일부에서는 200자 이상이 되면 논술형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결국 주관식 답안을 조금 길게 쓰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2025학년에 완전논술형을 주장하는 기관도 있지만, 과연 공교육에서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수능 사교육 열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위 두 경우 모두 기존 형태의 논술전형과는 다른 것으로, 만약 위 주장 중 하나의 형태로 현재의 논술전형을 대체한다면 지금의 전형적인 형태의 논술전형은 약화 혹은 폐지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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