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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치동은 중3 대상 학부모 설명회 열기가 가장 뜨겁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주제가 중심이지만, 학부모들의 관심은 결국 수능개편안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로 귀착된다.
참여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각기각색이지만 대체로 요약하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과정은 마음에 드는 데, 지필평가를 줄이고 수행평가 혹은 수업과정 중심의 평가로 가는 것에 공정성 확보가 관건이지 않겠나?, 새로운 과목인 ‘통합사회’, ’통합과학‘에 우리 아이가 제대로 잘 적응할 수 있겠나?, 도대체 수능개편안 발표를 이렇게 질질 끄는 이유는 무언가?” 이다. 학부모들의 질문을 잘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교육 과정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평가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다. 과정중심 설명회가 아니라 평가중심 설명회라서 그런가하는 자책도 일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가 보면 그래서 우리 아이가 새로운 교육과정에 잘 적응하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 마음이 가는 것을 어쩌랴 하는 생각도 든다.
수능 개편안에 대해서는 거의 며칠 간격으로 새로운 뉴스가 나온다. 물론 교육부의 공식발표라기보다는 관련 심포지움, 여당이나 교육정책 관계자의 인터뷰 정도라 실마리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라 답답하기 그지없다. 보도의 흐름을 살펴보면, ‘ 2021 수능절대평가 강행, 수능 절대평가 반발 고려, 수능절대평가 시기 고민’ 등으로 압축된다. 기사의 타이틀로만 보면 ‘전 과목 수능 절대평가’가 가능할까라는 강력한 의심이 들면서도, 수능 절대평가 실시가 공약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미치면 ‘정치는 모를 일이다.’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실 답답하기로는 중3보다 고1이다. 고3때는 상대평가, 재수 시에는 절대평가라는 공식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과서 범위는 바뀌고, 새로운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부담감에다가, 대학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수능점수가 중요한 ‘정시전형’의 축소 또는 폐지까지 예상되기 때문에 재수불가 세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수능 절대 평가가 시행된다면, 고1이 재수할 때 상위권 대학의 경우 “수능으로 재수하는 게 아니라. 내신이나 학생부로 재수해야 한다.”라는 말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게 된다.
고1 논술전형 폐지 공약도 부담이다. 교과나 비교과가 미약한 학생들은 대부분 수능 중심 정시나 논술전형에 올인 하게 되는 데, 논술전형이 폐지가 되면 고1 학생들은 학생부 중심(교과. 종합)전형이나 정시밖에 없어 내신과 수능 중위권 등급학생들의 도전의 기회가 좁아진다. 물론 논술전형은 “대입전형의 요소일 뿐, 제도가 아니라서 3년 예고제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라는 유권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수십 년간 지속된 전형요소가 있다면 거의 제도에 준하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는가하는 반론도 가능하다고 본다.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정책은 없다.”라는 금언을 되새기면서 정부의 올 8월 교육정책 발표를 기다리지만, 고교내신 절대평가의 유보가 거의 확실시 되고, 외고. 자사고 폐지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수능절대평가도 자리매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성 싶다. 정부 입장에서는 교육정책의 연착륙에만 신경 쓰다가 애초의 본질이 훼손될 수도 있고, 강행 시에는 집단적인 반발과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고민이 있을 것이다. 교육정책의 순탄치 않은 항로를 보면서 ‘왜(why)"라는 단어가 자꾸만 떠오른다. ’어떻게 하는 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왜 하는 가‘가 자꾸 뒤로 밀리는 것에 혼란의 원인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왜 대입 정책을 바꾸어야 하는가?, 왜 새로운 교육과정이 도입되어야 하는 가” 라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문에 교육부가 충분한 답을 주었는가? 설득력 있는 노력을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해왔는가? 라는 또 하나의 의문이 꼬리를 문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슬로건은 ’배움을 즐기는 행복 교육‘이다. 공자님 말씀과 비슷하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그런데 왜 우리는 수많은 교육과정 동안 ’배움을 즐기지‘ 못했을까?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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