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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입시 정책과 관련해 ‘굿 뉴스’와 ‘배드 뉴스’가 동시에 떴다. 굿 뉴스부터 말하면, 서울대가 일본의 명문 국립대인 오사카 대학에 학생부종합전형 운영 노하우를 전수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오사카대학은 일본에서 여섯 번째로 오래된 대학으로 일본 내 대학 평가순위에서 최 상위권에 꼽히는 대학이다.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QS의 세계대학평가순위(2015년)에서도 58위에 오른 바 있다. 오사카 대는 2019학년도부터 서울대가 시행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모델을 대학신입생선발에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에 미국의 예일대나 스탠포드대 등의 입학사정관제 노하우를 전수받았던 과거를 돌아볼 때, 이번 소식은 서울대의 학생부종합전형 체제가 대외적으로도 안정적인 입학전형 모델로 인정받았다는 증거가 된다. 서울대라고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을까 싶지만, ‘준비된 입시’의 성공적인 본보기라 할 수 있겠다. 서울대는 수시 특기자 전형선발의 서류 심사와 함께 정시에서도 심층면접을 오랫동안 운용해본 경험이 있다. 입학사정관제와는 출발점이 다르지만 미국 입학사정관제를 한국형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까지 그동안 쌓여온 서울대만의 입시 내공이 힘을 발휘했으리라 본다.
‘배드 뉴스’는 서울대가 올해부터 자연과학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능력 평가를 실시한다는 소식이다. 내년부터는 전체 신입생들로 평가대상을 확대한다고 한다. 그동안 서울대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 시험을 치러서 성적에 따라 수준별로 영어. 수학 과목을 수강하도록 했다. 그런데 신입생들의 글쓰기 능력에 현저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앞으로는 글쓰기 분야에도 수준별 과목을 개발하고, 글쓰기 점수에 따라 수강자격을 구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입시에 몰두하느라 글쓰기 훈련을 거의 하지 않다가 리포트작성이나 기말고사 시험 때 글쓰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 서울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서울대는 수년전 입시전형에서 논술전형을 폐지한 바 있다. 서울대는 수시 특기자 전형 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오랫동안 논술고사를 치러왔다. 특히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 체제 이후에, 교과원리를 중심으로 교과서 지문을 거의 활용, 충분히 변별력 있는 문항들을 개발해 왔으나, 논술전형이 사교육 유발의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히면서 다른 대학들보다 앞서 논술전형을 전격 폐지했다. 논술전형과 관련하여 쌓인 노하우를 통째로 포기한 셈이다.
논술전형인원을 감축하거나 전형을 폐지하면 대학들은 결과적으로 교육부에서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교육부 정책에 발맞추어 올해는 고려대 등도 논술고사를 폐지했다. 입시에 특정분야를 넣어 강제적으로 수험생에게 공부를 시킨다는 것이 썩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정부분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교육 줄이기가 우선인가, 논술교육이 거두는 실익이 우선인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크지만, 이번 서울대의 ‘글쓰기 능력 평가’ 뉴스는 씁쓸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논술전형 폐지의 주 이유는 “고교 내에서 준비하기 힘들다.”라는 것이었다. 이후 논술전형이 감축되고, 논술이 본격적으로 고교 선택과목으로 들어간 지도 2년이 넘었지만 서울대 신입생들의 글쓰기 능력 저하를 보면 논술교육의 공교육 편입효과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성급한 논술전형 폐지보다는 고교 내에서 논술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더 연구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서울대 입시의 두 가지 뉴스를 접하고, 한국의 입시가 고등 교육에 끼치는 영향력이 심대하다는 생각과 함께, 입시정책에 변화를 주려면 그 연관효과와 영향을 생각해서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서울대 입시의 두 가지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