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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새해 카운트다운을 대입 정시상담과 함께 했다. 소위 ‘불 수능’에다 내년도 입시환경의 큰 변화가 있어서일까, 재수보다는 반수를 택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아 보였다. 영어절대평가로 인한 수능상대평가 과목의 축소, 고려대 정시정원 감소로 인한 서울권 대학의 합격선 동반 상승효과 등을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인지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상담했던 수험생들 중에는 작년에 비해 하향지원을 택하는 추세가 상대적으로 늘었다. 중위권 대학 중 선발인원이 적은 일부 학과의 경우는, 지원자의 성향에 따라서 예상합격선보다 점수 상승 폭이 꽤나 큰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합격확률이 몇 퍼센트일까요?
입시상담을 하다보면 “제 합격확률이 몇 퍼센트일까요?” 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대부분의 입시기관 사이트에는 최초 합격(추가합격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합격하는 경우), 추가합격 등의 예상결과를 표기하거나, 안정, 소신. 위험 지원 등으로 합격확률을 표시해놓기도 한다. 이용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입시기관마다 다른 예측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어,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A사이트에는 합격확률이 50%이고, B사이트에서는 합격확률이 20%가 채 안 되는 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답답한 마음이야 백분 이해하지만, 입시기관의 배치점수가 다르듯, 예상합격선도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 펑크 나는 대학과 학과는 어디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담자도 모른다. 예전의 학력고사 시절처럼 상위권 대학의 거의 전학과가 지원미달로 펑크 나는 경우는 없다. 다만 수험생들의 지원동향에 따라 지원가능 점수대 학생들이 일부 지원을 하지 않아서, 예상합격선보다는 점수가 모자란 학생들이 그 틈을 비집고 합격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다. 예측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 예측이 맞으면 대박이고, 맞지 않으면 ‘아니면 말고“가 되기 때문에 썩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수능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도 공정한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가능점수보다 그렇게 크지 않게 점수 차가 나는 학생들의 경우는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수능에서의 점수 차이가 그 학생의 학력의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는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아버님 배치표”는 한 수 위
예전과 달리, 입시 상담에 아버님들의 참여가 부쩍 늘었다. 입시설명회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아버님들이 많다. 하지만 수능 후 처음 입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아버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이의 진학에 대해 부자간 혹은 부부간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가장 난감한 경우가 학생의 수능점수와는 무관한 아버님 마음속의 이른 바 ‘아버님 배치표’다. 거의 30여 년 전의 학력고사 시절의 기준이라 난처할 때가 많다. 배치상담에서 나온 대학들이 거의 마음에 들지 않아, 아이가 재수로 직행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치시기도 한다. 그런데 아버님 배치표가 그리 무용하지만은 않다. 각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오래하시면서 쌓인 경륜은 학생이 대학이나 전공을 선택할 때, 상당히 유용한 경우가 꽤 있다. 취업 시 유리한 학과나 대학, 사회 트렌드의 변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상담가인 필자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혜안이 있어, 상담을 하면서 한 수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필자도 언제부터인가 배치점수의 합격 가능대학과 함께 4년 후 학생의 진로에 대해 더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다. 입시물정 모르는 ‘아버님 배치표’는 신식은 아니지만, 배치점수만으로는 말할 수 없는 세상의 깊이가 느껴진다. 원서접수 마감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에게 너무 낭만적인 이야기겠지만, 아버님 배치표는 아이에게 “세상을 우직하게 소신 있게 살아라.”는 또 하나의 가르침을 준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정시 상담 후기 '아버님 배치표에서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