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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정국처럼 어느 해보다 입시계도 다사다난했다. 수능모의고사 유출 사건, 학생부종합전형의 대폭 확대로 인한 각계의 ‘금수저 흙수저 논쟁’이 격화되는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잇달았다. 오는 11월 19일부터는 각 대학에서 수시 2차 논술고사가 실시된다. 수능 직후 주요 대학별 논술고사를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몇 가지 팁을 제공하고자 한다.
# 수능 후 최저기준 충족이 헛갈린다면?
수능 후 가채점 상황에서 자신이 지원한 대학이 요구하는 수능최저기준 충족 여부를 놓고 많은 수험생들이 고민한다. 그런데 고민만 하다가는 며칠밖에 남지 않은 논술고사 준비기간을 헛되이 흘려보내기 십상이다. 가채점은 문자 그대로 가채점일 뿐이다. 원 점수 1점 내외로 등급 컷이 걸려있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논술시험을 보러 가야한다. 특히 가채점 상황에서 탐구과목의 등급 컷은 국영수 등급 컷에 비해 예상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시간별로 바뀌는 등급 컷을 보면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설령 실제 수능결과에서 수능최저기준을 맞추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논술시험장에서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르는 것이 내년도 입시를 위해서도 훨씬 효율적이다. 대학별고사의 수능최저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수험생 본인이 목표로 하는 대학의 정시 기준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는 반증이므로, 다시 한 번 입시를 준비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수시 납치’를 고민한다면?
수능 이후 논술이나 면접을 치르는 대학 중심으로 수시 지원을 한 수험생은 대부분 정시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을 공산이 크다. 수능결과를 본 후에 정시전형으로도 충분히 합격 가능한 대학은 대학별고사의 응시를 포기하면 되기 때문이다. 수능점수가 목표한 만큼 나왔거나 평소보다 잘 본 수험생들이 이른 바 ‘수시납치’를 피하는 공공연한 수험가의 기술이다. 그런데 목표하는 대학의 수능합격자 평균점과 자신의 점수를 비교해 보았을 때 넉넉하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커트라인에 근접한 점수일 때 불안은 시작된다. 논술을 보러가기도 그렇고 안 보러가기도 애매한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수능 직후인 11월 19일~20일에 보는 대학일수록 고민이 크게 마련이다.
올해 수능 후 수험생의 일반적인 고민과정을 예측하면 이렇다. 먼저 입시기관의 가채점 분석을 본다. 수능 날이니 등급 컷 정도만 제공이 된다. 다음날이면 원 점수 기준으로 주요대학과 상위권 학과들의 합격가능점수가 뉴스에 나올 것이다. 참고용일 뿐 당연히 정확할 수가 없다. 각 입시기관의 모의지원 결과를 참고할 수 있지만 그것도 수능 다음 주에나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크다. 급한 김에 작년도 커트라인을 참조한다. 그런데 올해는 수능 국어도 ‘문이과 통합’ 등 작년과는 또 다른 상황이다. 이른 바 ‘멘붕’(멘탈 붕괴)이 온다. 자문을 여러 곳에서 구해보지만... , 논술 준비가 손에 잡힐 리가 만무하다.”
그렇다고 동전을 던질 수도 없고, 경우에 따른 현실적 조언을 하자면 이렇다. 오로지 최상위권 대학. 학과만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의 경우, 논술전형에 지원한 대학에 합격해도 반드시 재수를 선택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면, 과감히 논술응시를 포기하고 정시 지원을 하면 된다. 물론 이에 따른 피해도 본인의 몫이다. 중상위권 대학 이상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의 경우, 설령 논술고사에 응시한 대학에 합격해 반수를 한다고 해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으니 논술시험 준비로 돌입하는 것이 맞다. 내년에 고려대 등 일부 상위권 대학을 비롯하여 정시모집인원이 줄어들고 입시제도가 변하는 상황이라 올해 정시에서는 안정지원 경향이 강하게 드러나리라 예상된다. 재수생의 성공기약이 예전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수능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안정지원 경향의 수험생들이 늘어나면 중상위권 대학의 합격 커트라인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여러 입시환경을 고려해 볼 때, 결국 중상위권 대학 점수 대 수험생들의 내년 정시 준비 상황이 더 힘들어질 것이므로, 반수를 생각해서라도 논술준비에 몰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 논술준비가 처음인 수험생이라면?
냉정하게 말해서 합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응시해야 할 상황이라면 며칠이라도 준비를 하고 가는 것이 맞다. 이런 경우에는 물리적인 준비 시간도 부족하겠지만, 논술답안을 시간 내에 작성해본 경험이 전무할 것이므로, 어렵더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논술답안을 작성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많은 문제를 풀려고 하는 욕심을 내지 말고, 두 세 문제라도 명확하게 이해하고 정리하면서 충실히 답안을 작성해보아야 한다. 답안 작성 후에는 첨삭을 받고 다시 재작성하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아는 것과 답안을 써내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안다고 해서 누구나 조리 있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논술초보자라면 논술답안의 재작성과 재구성으로 조금이라도 합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예시답안과 대학별 강평을 보면서 대학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골똘히 고민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수능 이후 논술 응시생들에게 고민 해결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