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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1번 문항에 대해 학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어떻게 하면 첫 인상을 강렬하게 줄 수 있을까”이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무언가 임팩트 있는 내용이나 문장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억지로 인상적인 내용이나 문장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답해주고 싶다. 자소서는 무엇보다 학생부에 담겨있는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리얼리티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자소서가 좋은 자소서다. 아래 학생이 쓴 자소서는 평범한 시작으로 출발하지만 주제가 일관되어있고, 특히 말미에 쓴 노력의 결과가 강한 인상을 준다. 자소서에 쓴 노력의 결과는 학생부에 그대로 ‘사실’로 기록되어 있다.
# 서울대 공과대학 합격 사례
『수학 마니아.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이 불렀던 제 별명입니다. 수학이 정말 재미있었기에, 시험기간에도 공부 시간의 절반 이상을 수학에 투자했습니다. 그런 저는 중간고사를 보고 난 후 많이 당황했습니다. 수학 과목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나머지 모든 과목들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너무 수학에만 치중하여 공부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고, 제 공부법에 변화를 주기로 했습니다. 국어와 영어 등의 언어과목과 사회와 도덕과 같은 인문과목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교과서에 생소한 용어들이 많았고, 설명도 와 닿지 않아 처음에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련 서적을 참고하여 공부했습니다.
사회 과목의 ‘비교우위’개념이 헷갈려,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드)’를 읽고 실제 사례를 통해 그 내용을 이해했습니다. 또, ‘과학으로 만드는 배(박영기)’를 읽으며 물리 과목의 ‘부력’이라는 개념을 학습하였고, 공식 유도 과정, 역사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국어의 경우 교과서에는 ‘우상의 눈물’의 일부만 제시되어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전문을 찾아 읽고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주로 교과서로 학습하되 이와 관련된 다양한 서적을 참고서로 활용해 관련 사진과 실제 사례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공부 방법은 배운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자연스럽게 실력을 쌓아나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침내 2학년 2학기말 종합 성적 1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중간고사 성적 때문에 전 과목이 다 우수하지는 못했지만, 수학에만 매달려 다른 과목을 소홀히 했었던 저에게는 매우 큰 발전이었기에 정말로 뿌듯했습니다.
이와 같은 공부법으로 계속 공부함으로써, 학기를 거듭할수록 제 성적은 향상 곡선을 그렸으며 마침내 3학년 1학기에는 전 과목 1등급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제 학습법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과목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공부함으로써, 이공학적 지식에 치우치지 않고 사회·언어와 같은 인문학적 지식도 보충하게 되어 저 나름의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총평: 위 자소서에는 수학에만 편중했던 공부법을 개선하게 되어 균형감 있는 학습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오는 데, ‘수학마니아’라는 표현도 어찌 보면 진부하고, ‘비교우위’ 등의 밑줄 친 부분은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행동의 결과가 학생의 괄목할만한 성취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사실 자체가 주는 인상이 또렷하다. 물론 전교 1등을 하지 못한 학생들은 무엇으로 임팩트 있는 내용을 쓸 것인가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지만, 자소서 1번 항목은 성취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를 포함한 자신만의 다양한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각자 노력했던 경험이나 결과들 속에서 자신만의 임팩트가 무엇인지를 떠올려 보는 것이 필요하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대입 자기소개서 노하우 “팩트가 임팩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