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고려대학교 2018학년도 입시 개편안의 명과 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11.02 10:56
  • 지난 주 전격 발표된 고려대 2018학년도(현 고1)입시 개편안의 큰 골자는 논술전형 폐지와 학생부 종합전형의 확대, 정시전형의 축소다. 이에 따라 학교장 추천전형의 인원확대와 융합형 인재전형 인원의 증가, 면접시험의 강화가 세부적인 시행방안으로 나왔다. 학교장 추천전형 정원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고교에서 추천하는 인원수가 현재 인원보다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예상컨대 더 다양하고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인문 2명, 자연 2명의 추천인원보다 다소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입시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충격은 우선 논술전형을 고려대(이하 고대)가 폐지한 것이다. 고대는 1998년도부터 꾸준히 논술전형을 유지해왔다. 2007학년도에는 문과에서도 언어+수리 통합논술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논술을 선보였고, 2015학년도 입시부터는 언어논술에서 기존출제의 틀을 깨고 제시문 분석에 구속되기보다는 논술본연의 출제로 돌아가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공언했었다. 성균관대와 함께 고대는 논술전형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대표적인 대학이다.

                  논술전형 부담 덜고, 내신 경쟁 부담 커지고

    논술전형폐지와 관련한 보도에 따르면 고대 입학처는 “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논술전형으로 선발한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다른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에 비해서 학업능력이 우수하지 않다.”는 것을 논술폐지의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그런데 2011학년도 고대 논술백서를 보면 고대 논술의 출제 방향은 다음과 같다.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고교 내신 성적에 대한 보정에 적합한 문제로 구성할 것이며, 평가의 객관성을 고려하여 채점의 기준을 최대한 객관화시킬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한다.”

    2015학년도 논술출제방향의 변화가 있기까지 고대는 위와 같은 기본원칙을 매년 밝혀왔는데, 이번 논술폐지의 이유를 보면 고대는 그동안 논술문제 출제의 객관화에 실패했거나, 논술평가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논술준비의 부담을 덜었다는 것부터, 대폭 확대된 교과전형과 종합전형 때문에 내신경쟁의 부담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정시 인원 15% 축소, ‘수시 약자’ 고려에는 미흡

    다음으로는 정시 전형인원의 축소다. 고대는 2018학년도부터 정시전형 선발을 입학정원의 15% 내외로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고대 전체 입학 정원이 늘지 않는 한, 2018학년도 정시선발 인원은 600명 안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대 등 상위권 대학 정시에서 재수생 비율이 5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재학생이 고대 정시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는 정원은 300명가량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고대 정시 축소는 고대 뿐 아니라 다른 상위권 대학의 정시 커트라인을 동반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더욱이 수시 정원의 증가 추세로 정시전형이 재수생을 포함한 일부 재학생들의 ‘패자 부활전’이라 불리는 입시환경에서, 고대의 정시인원 축소는 이른 바 ‘수시 약자’를 고려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미흡해 보인다. 고대에 이어 일부 상위권 대학의 2018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축소나 폐지가 이어진다면 결국 정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리하면, 이번 고대 입시안의 개편은 고대 입장에서는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명분과 함께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입시 틀을 선점했다는 실리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 고1부터 입시 개편안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2018학년도 수능영어 절대 평가를 기점으로 입시 평가 기준이 바뀌는 것을 십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입시 개편안은 현 중3부터 적용하는 것이 수험생들에게도 무리 없이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