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논술전형에 헛발질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4.27 09:58
  • 논술전형이 약세다. 상위권대 수시전형에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논술전형의 인기가 예전보다 시들해진 이유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확대 또는 논술전형의 낮은 합격률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유는 생각보다 복합적이다.

    첫째 논술전형에 대한 정부 정책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논술고사를 ‘가급적’ 시행하지 말라는 교육부 정책은 대학들로 하여금 논술전형정원을 매년 조금씩 줄이게 하고 있다. 논술전형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교육재정 지원을 감축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대학들에게는 현실적인 압박이다. 그런데 수능 영어 절대평가에 이어 수학. 국어도 절대평가체제를 검토한다고 하니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 논술전형이 다시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도 고개를 든다. 하지만 3불 정책으로 본고사 형태의 논술은 절대 불가이고, 선행학습규제법 등으로 논술문제의 난이도까지 간섭받고 있는 마당에, 대학이 논술전형 선발에 어떤 매력을 느낄지 미지수다.  

    이같이 논술전형의 전망에 대한 불투명성은 수험생들로 하여금 논술전형 준비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 단기간의 혹은 부실한 논술준비를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이는 논술시험의 잦은 실패사례로 나타나, 논술전형에 대한 불신감만 쌓이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논술 전형의 의미를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고등에서 대학으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에서의 논리적인 글쓰기 교육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나 교육적 배려는 교육부의 논술전형 축소 방침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 유일한 대안으로 고교 선택과목에  ‘논술’이 채택되었지만, 이후에 과연 논술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수능 최저기준 존속은 ‘논술 교육 파행’의 원인
                    논술정원 줄여서라도 논술고사 도입의 의미를 살려야

    둘째 논술 전형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수능최저기준 때문이다. 수능최저기준은 논술 전형에 미묘하게 영향을 미친다. 수능우선선발 충족기준이 별개로 있어, 논술전형 우선선발비율이 70%에 육박할 때에 상위권 대학 논술전형은 수능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우선선발기준이 높았기 때문에 논술전형 실질 경쟁률이 비교적 낮았고, 그만큼 합격하기 쉬웠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인원 증가와 더불어 논술전형 수능최저기준이 대부분 일반선발로 바뀌면서 논술전형 실질경쟁률도 올라가, 합격이 다소 어려워지자, 상위권 수험생들 중 상당수가 학생부 종합전형 지원에 더 비중을 두는 모양새다.

    수능최저기준을 전격적으로 폐지한 2015학년도 한양대 논술전형의 경우는 또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수능최저기준이 없어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초기 예상과 달리,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았다. 최상위권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수능 전에 실시되는 한양대 논술을 부담스러워했고, 논술실력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높은 경쟁률을 예상하며 지원을 꺼렸다. “논술 전형이니 논술로 승부하라.”고 대학은 말했지만, 시장은 의외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한양대는 올해부터 수능 후로 논술고사 일정을 조정했다. 이처럼 수능 최저기준의 존재는 논술전형 본래의 의미를 왜곡시키는 변수로 작용한다.

    수시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모든 대학에서 수능최저기준을 없앤다면 어떨까? 정시 수능전형을 거의 수능만으로 평가하듯이, 논술전형을 논술만으로 평가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나? 교육부의 방침도 논술전형에서 수능최저기준을 없애거나 대폭 완화하는 것이 아니었나?

    결국 대학들이 앞으로도 논술전형에서 수능최저기준을 계속 고집한다면, 일정 이상의 학력 수준에 일정 이상의 논술 실력까지 갖춘 학생을 관행적으로 편하게 뽑고 싶다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다. 논술전형에 많은 인원이 몰릴 때 채점의 어려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대입전형 간소화 차원에서도 논술전형은 논술만으로 선발하는 것이 맞다.

    대학의 행정 편의주의와 이기심에서 비롯된 ‘어정쩡한 논술전형’ 때문에 논술교육은 사교육에서나 공교육에서나 시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게 되고, 기형적인 교육방식으로 변하면서 더욱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무릇 대학 입시에서 논술고사 도입의 의미는 ‘논술문을 쓰는 능력’이 대학교육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대학 행정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논술 전형 정원을 줄이고 수능최저기준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논술교육이 파행에서 벗어나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수능공부가 곧 논술공부다’는 오해
                       논술전형 선택 후에는 “꾸준히 하라”

    셋째 논술전형에 대한 수험생의 오해로 인한 준비 부실도 큰 이유다. 정부가 대학별 고사에서 교과과정에서 벗어난 출제를 엄격히 규제하면서, 논술시험에 교과서 지문이 많이 인용되고 있다. 특히 인문계 논술고사 일부에서 예전보다 제시문의 길이가 짧아지고 다소 쉬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언론보도에서 종종 “교과지식이 활용되므로 내신과 수능공부만으로, 별도의 준비 없이 논술고사 대비가 가능하다.” 라는 취지의 주장이 인용되곤 한다. 그런데 정작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제시문이 쉽다고 해서 논술이 곧바로 쉬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논술 고사는 독해력만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다. 논리력. 창의력과 함께 표현력과 구성도 포함하여 채점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종합적인 글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글쓰기 능력은 하루아침에 향상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훈련이 필수적이다.

    자연계 논술고사의 경우는 인문계와 달리 수능 공부와의 상관관계가 강하지만, 이 역시 수능공부만으로 논술고사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단언할 수 없다. 점차적으로 수능 문제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수능과 논술’ 각 실력이 정비례관계로 가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단순한 문제풀이만으로 논술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자연계 논술에서 고득점을 얻으려면 수학과 과학지식을 기반으로 한 풀이과정에서 수식을 포함한 언어로 논리를 전개할 수 있는 표현력과 응용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연계 수능 만점자가 논술전형에서 종종 탈락하는 최근 사례들이 이를 반증한다.

    끝으로 올해 논술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드리는 조언 하나. 논술전형에 응시하기로 결정했다면, 위와 같은 여러 이유로 논술전형의 지속적 준비 여부를 지나치게 회의하지 말기를. 여러 정황 상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논술전형을 선택했고, 논술전형에 합격하고 싶다면,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그리고 ‘매우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논술문을 잘 쓰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서 얻어진다. ‘뚜렷한 목적의식과 지속적 열정’은 논술시험의 합격점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배가시킨다. 더욱이 당신이 지금 하는 논술 공부는 헛되지 않다. 대학의 모든 교육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