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A급 외고 전교 50등 VS 일반고 전교 1등 승자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4.13 15:49
  •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서울, 경기권 외고, 자사고 내신과 일반고 내신을 합격자별로 비교해보면 차이가 난다. 3등급 초반이나 2등급 중반대의 외고. 자사고학생들이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에 합격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일반고에서 이정도 내신으로 합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교등급제라고 삐딱하게 볼 수도 있지만, 각 대학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고교별로 축적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교협에서 공개한 입학사정관제 평가시스템 예시 자료에는 각 고교의 3개년 지원자 대비 합격생 수, 추천교사의 피추천 학생 합격률까지 데이터 베이스화 해놓고 있다. 학교에서 제출한 프로파일 이외에도 해당고교의 지원자 수준에 대한 통계, 추천교사의 신뢰도까지도 지원생의 합불 결정에 참고한다는 얘기다. 바꾸어 말하면 지원 고교에서 몇 등하는 것을 보면 개괄적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만약 A급 외고에서 전교 50등을 하는 학생과 일반고에서 전교 1등을 하는 학생이 동일대학, 동일학과에서 맞붙는다면 누가 승리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학력의 우수성만을 따진다면 A급 외고 학생이 유리해보이지만,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말 그대로 ‘종합적 판단’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작년 필자가 가르친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사회대에 지원한 학생들 간에 위와 같은 사례가 있었는데, 일반고 전교 1등이 최종합격했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전공적합성과 자기소개서의 완성도 면에서 일반고 학생이 앞섰다. 요컨대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의 학력수준과 학교 프로파일 등의 점검이 끝났다면, 수험생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냉철히 비교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나가야 한다.

    학생부 종합전형 지원하려면, 학생부 제대로 읽어라
    학생부 잘못 읽으면 1년을 돌아갈 수도 있다.

    자신이 대학에 제출하는 가장 중요한 기록인 학생부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는 수험생이 의외로 많다. 논술 전형이나 수능 중심인 정시전형이라면 모를까, 학생부 종합 혹은 특기자 전형을 지원한다면 꼼꼼히 학생부를 읽어야 한다. 학생부를 검토하다 보면 자신의 진로와 대학에서 전공할 계열, 학과와의 관계, 교과 성적과의 연관성 등이 어느 정도는 보이게 마련이다. 학생부는 고교 3년 동안 학생이 어떻게 지내왔는지에 대한 역사적 기술이다. 독서활동, 동아리,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 과목별 교사의 의견 등을 보면 스스로 보충해야 할 점이나, 자신이 어떤 전공이나 계열에 잘 어울리는지를 대략 판단할 수 있다.

    강남 8학군에서 스펙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의 A학생은 고 3때 서연고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내신 성적, 대내외 활동 무엇하나 뒤질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패인은 학생부를 잘못 읽었다는 데 있었다. A군의 재수 시절에 만났다. A군은 역사관련 체험 활동을 3년 동안 꾸준히 했고, 그 중 한 동아리 활동이 유수 일간지에 실릴 정도로 열정을 다했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의심 없이 역사학과를 가기를 권했다. 모두 1단계에서 불합격했다. 건네준 학생부를 훑어보다 진로희망 란이 눈에 띄었다. 본인도 부모님도 장래희망은 국회의원이 되는 것, A군에게 직접 물어보니 정치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역사학과를 지망했냐고 물어보니, 특색 있는 동아리 활동을 오랫동안 했으니, 동아리 활동과 진로를 맞추었다고 했다. 결국 A군은 재수 때 정치외교학과로 진로를 모두 바꾸었고, 입시에서 성공했다. 고3 때 학생부를 꼼꼼히 검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A군은 쉽게 갈 길을 1년을 돌아간 셈이다.

    “내신이 안 좋아서 전공을 바꾼다고요?”
    지원 전공의 갑작스런 변경이 탈락의 주요 원인

    본인이 대학가서 전공할 학과에 대한 탐색도 열심히 해야 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 중 대다수가 학교는 정했는데, 전공을 정하지 않은 예가 의외로 많다. 이유 중 첫째는 자신이 뭘 잘하는지 몰라서, 둘째는 대학만 좋은데 가면 복수전공할 수 있다고 해서다. 그러다 보니 학교 내의 다른 학생들과 내신 성적을 비교하다가 원서 접수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 대학의 계열이나 전공을 갑자기 바꾸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대학 혹은 학과마다 내신에 대한 중요도가 다르고, 실제로 합격생의 내신분포도 지원자들이 참고해야할 만한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지원전공의 변경을 보고 입학사정관들이 보일 반응이 차갑다고 해도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공에 대한 맹목적인 열정도 위험한 요소이지만, 전공은 어떻든 상관없다는 태도가 우선적인 불합격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상식이다.

    최근 필자가 가르친 학생의 사례도 이런 예 중 하나였다. 내신은 3등급 초반대의 명문 특목고 학생이었고,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지망했다. 이 학생의 지원전공은 도합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 이유는 자신과 같은 전공을 택한 동급생의 내신 성적이 더 우수하다는 이유였다. 처음에는 자의에 의해서, 두 번째는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서 결국 이 학생은 정치외교학과→ 사회학과 → 심리학과로 전공에 따른 자기소개서를 세 번이나 새로 썼다. 지켜봐야하는 선생 입장으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었지만, 부모님도 아이도 설득하지 못했다. 심리학과 자기소개서를 최종적으로 쓰면서 학생 스스로도 자신없어했다. 이 학생의 학생부는 고1부터 외교학 전공에 포커스가 맞추어져있었고, 본인도 가장 자신있어 했지만, 원서접수기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자신감이 없어져가고 패착의 길을 택했다. 결국 재수의 길로 들어서고 난 이후에, B대학 사회과학대 유사전공에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