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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이렇게 달긴 했지만 이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불안장애를 스스로 치료한다?’ 만약 당신에게 불안장애가 있다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보다도 전문가에게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다.
예전에 만난 윤희씨는 심한 불안장애가 있었다. 그녀와는 심리상담을 통해 만난 것이 아니라, 어떤 모임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몇 십 분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표정을 읽는 데 능한 나는 대번에 그녀가 심한 불안장애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 넌지시 불안장애에 대해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감추던 그녀는 이내 자신이 심한 불안으로 고생하고 있음을 털어놓았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고, 대인기피증이 심했으며,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많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가슴이 죄는 통증까지 느끼고 있었다. 몇 번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진 일마저 있었다. 그리고 아마 그것은 공황장애로 전이되기 전의 공황발작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아볼 것은 권했다.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완강했다. 치료받은 기록이 생기면, 지금 하는 일을 영영 다시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정 그렇다면 기록이 남지 않는 심리상담센터에 한 번 가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싫다고 했다. 그런 곳에서 자신이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은 꺼림칙하다는 것이었다.
윤희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한국인의 심리치료 기피심리는 유별나다. 모두 고루한 사회편견 탓이겠지만, 사람들은 자신에게 아무리 심각한 심리문제가 있어도 여간해서는 전문가의 심리치료나 심리처방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 한국인의 심리문제는 지금의 치명적인 수준에서 더더욱 벗어나기 힘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면서도 항우울제 처방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꼴지 수준이다(심리문제를 약물에만 의존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심리문제에 가장 효과적인 심리상담을 받는 비율은 참담할 지경으로 낮다.
마음이 아프지만, 정작 마음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 마음의 병을 감춘 채 끙끙 앓으면서 버티기만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상담실 밖에서 이런 생각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은 내가 독서치료 전문가라는 사실을 알면, 으레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무엇인지부터 묻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을 읽기 전에 심리치료부터 받아보라고 했었지만, 이제는 그들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메일이나 메시지로 도움이 될 만한 치유서 목록을 전하곤 한다.
불안장애 극복에 도움이 되는 독서치료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이렇게 구구절절 사정을 밝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심리치료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원칙은 존재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심리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대중의 현실일지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원칙을 잊지 말길 바란다.
자신의 삶에서 두려움과 걱정이 진실로 큰 문제라면 다음 세 가지 책부터 꼭 읽어보기 바란다. 내가 불안장애 치료에서 가장 자주 활용하는 치유서들이다.
우선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현대인이 불안 심리에 시달리고, 그 불안이 점점 깊어지는 연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현대인의 성공강박과 그런 사회풍조가 불안한 마음을 가중시킨다는 내용이다. 철학적 설명이 많지만, 불안에 대해 냉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단서를 제공한다.
두 번째는《완벽의 추구》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하버드대 심리학과 탈 벤 샤하르 교수는 성공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리는 사람이 갖기 쉬운 강박과 불안에 대해 설명한다. 자기 일에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탈진하도록 일에 몰두하는 것이 불안과 우울을 가져온다는 자명한 이치를 심리학적으로 되짚어준다.
마지막은 데이비드 번스 박사의《패닉에서 벗어나기》이다. 인지행동치료 분야의 석학인 번스 박사는 생각을 바꿈으로서 불안에서 탈출하는 안전한 방법을 알려준다. 번스 박사는 불안장애의 치료에 있어 약물사용이 우선이라는 상식에 반대한다. 자신이 의사 출신임에도 “약제가 우울증과 불안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 제약업계가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이런 주장을 널리 퍼뜨리고 있으나, 이는 항우울제나 벤조디아제핀의 효용과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최신 연구결과와 모순된다”며 우선적인 약물처방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불안장애 치유법이라고 제안한다.
이 책 외에도 내가 독서치료에 기반한 심리상담에서 치유서로 많이 쓰는 책은 다음과 같다.
보르빈 반델로브의《불안, 그 두 얼굴의 심리학》, 스리니바산 S. 필레이의《두려움 행복을 방해하는 뇌의 나쁜 습관》, 한스 모르쉬츠키의《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 마거릿 워렌버그의《왜 나는 늘 불안한 걸까》, 주디스 올로프의《감정의 자유》 등이 있다.
이 책들을 섭렵해 읽다보면 마음챙김명상이라는 심리치료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는 물론이고 심각한 심리문제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치료법이다. 배울 용의가 있다면 마음챙김명상을 적극 권하고 싶다. 전에도 자주 소개했듯 마음챙김명상에 대한 초심자의 입문서로는 마크 윌리엄스 외,《8주 나를 비우는 시간》와 타라 브랙의《받아들임》, 김정호,《마음챙김명상 멘토링》등이 괜찮다.
만약 지금 심리문제가 크고 무기력감 또한 심하다면 여기 제시한 책을 읽기가 힘들 것이다. 그럴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유서가 몇 가지 있다. 청소년을 위한 불안치유서인 Lisa M. Schab의《불안 다루기》나 가벼운 에세이 형식인 브렌다 쇼사나의《두려움 없이 사는 법》은 읽기 의욕이 떨어진 경우에 도움이 된다.
또 사람에 따라 댄 베이커의《인생 치유》나 소냐 류보머스키의《How to be happy》, 스콧 스프라들린의《감정조절설명서》, 프랑수아 를로르와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공저,《내 감정 사용법》, 틱낫한 스님의《틱낫한의 명상》, 마틴 셀리그만의《낙관성 학습》이나 티모시 윌슨의《스토리》같은 치유서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불안한 마음은 심리적 현상이지만, 불안한 마음이 생기게 하는 자기 안의 가치관이나 세계관, 자신의 신념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가령 세상은 불안한 곳이야, 사람을 도무지 믿을 수 없어와 같은 생각은 불안한 마음을 만들어내는 생각의 근거가 되기 마련이다.
인지적 편향은 불편한 심리를 만든다. 그러니 어쩌면 생을 임하는,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의 문제일 수도 있다.
나는 상담하며 이런 경우를 빈번하게 목격한다. 심리치료 기법으로 급한 심리적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단기간에 가능하지만, 내담자의 생각 깊숙이 자리한 세상에 대한 비관과 혐오감을 지우는 일은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
그럴 때는 심리 치유서보다는 오히려 철학적 사유를 돕는 책이 도움이 된다. 레베카 라인하르트의《방황의 기술》와 《마음이 아픈데 왜 철학자를 만날까》,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철학의 위안》와 같은 책이 그럴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조금 어렵지만, 루 매리노프의《철학상담소》같은 책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여기에 제시된 책으로 자가 독서치료를 해보라. 도움이 된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생각했던 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심리문제라는 것이 대개 낫기 바라는 소망이나 의지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불안장애의 경우 폐쇄적이고 자가당착의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하는 심리문제이다.
그럴 때는 앞서 이야기했듯 자신의 편견과 고집을 조금 꺾고 전문가를 꼭 찾기 바란다.
그리고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제시한 책들만은 꼭 참고하기 바란다. 내 경험상 상담과 함께 독서치료를 병행할 때 그 효과는 매우 크고 심대했다.
내가 상담한 내담자들 가운데, 의학적 도움, 충분한 심리상담, 철학적 자기성찰, 독서치료, 마음챙김 명상과 긍정심리치료적인 실행 도전 등이 결합되었을 때, 몇 배 높은 치유 효과를 가져오곤 했었다. 나는 항상 이런 통합적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불안에 떨지 말고, 고통의 생각 속에 머물지 말고,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박민근의 힐링스토리] 불안장애를 스스로 극복하는 독서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