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힐링스토리] 아이의 공부가 자라는 학습심리학-낙관성①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7.06 10:22
  • 학습은 마음의 과학이다. 학습에 관한 마음의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의 공부에 대해서도 잘 알기 어렵다. 만약 내 아이가 책상에 앉아 긴 시간 공부를 하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먼저 아이의 마음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과연 공부에 대해 낙관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지, 학습에 대한 자기신뢰, 즉 학습효능감은 높은지, 회복탄력성, 자존감, 학구열, 독서능력과 같은 학습심리는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각 과목에 대해 제대로 된 공부기술을 연마했는지 등도 하나씩 살펴보아야 한다. 여기에 공부 이해와 응용의 바탕이 되는 공부 스키마를 형성해줄 만큼 학습축적은 이루어졌는지, 공부 습관이 반복을 통해 학습 뇌에 잘 새겨졌는지 등도 아울러 살펴야 한다.

    이 모든 요인들이 융합해 아이의 공부는 만들어진다. 그러니 공부를 잘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학습과 관련해 내가 꼽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주어진 과제나 일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라보느냐 하는 낙관성의 수준이다.

    내가 아이들의 학습치료를 시작하기 전 꼭 하는 검사가 있다. 긍정심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아동 낙관성 지수 테스트(Children’s Attributional Style Questionnaire)라는 검사이다. 이 검사는 아동이 가진 낙관성의 수준을 살펴보는 자기보고형 심리검사이다.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는지, 혹은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는지 여부를 물어, ‘귀인양식(Attributional Style, 어떤 행동에 대해 그 원인을 어디에 두는가를 따지는)’을 살피는 검사이다. 특별히 타 기관이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 없이 마틴 셀리그만의 저서《낙관적인 아이》에서 검사를 만날 수 있다. 책에는 검사지와 결과분석표, 결과에 대한 상세한 해석이 실려 있다. 비록 미국 아동의 표준치이기는 하나 내 아이의 낙관성 수준을 파악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낙관성’이라는 개념은 ‘긍정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마음근력, 심리적 에너지이다. 긍정심리학은 21세기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에서 가장 각광받는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초반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은 심리학이나 심리치료에 있어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셀리그만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우울증의 핵심 기전을 밝혀낸 실험심리학자이자, 20세기 이후 가장 많이 인용되는 세계적 석학이다. 셀리그만은 인간의 웰빙, 번영과 영적 건강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심리학에서 주요하게 다뤄왔던 우울, 불안, 강박, 충동과 같은 부정심리가 아니라 영성이나 공감능력, 이타성과 같은 긍정심리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긍정심리학에서는 인간이 가진 낙관성과 회복탄력성, 영성, 성격 강점과 같은 긍정적 마음근력에 더욱 주목한다. 그 중 낙관성은 긍정심리학에서 가장 심도있게 다뤄지는 주제이다. 낙관성이란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인생을 영위하는 태도를 뜻한다. 지난 수십 년간 발표된 긍정심리학의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낙관적인 사람은 직장에서 더 성과를 내고, 낙관적인 학생의 성적이 더 우수하며, 낙관적인 운동선수는 경기에서 더 자주 우승하며, 심지어 낙관적인 사람은 면역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며 오래 산다.

    아동의 낙관성을 측정해보면 해당 아동에게 어느 정도의 심적 에너지나 긍정적 정서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이는 학습과 관련해 무척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다.

    서은국, 구재선이 발표한 <행복은 4년 후 학업성취를 예측한다>라는 논문은 아이들의 낙관성 수준이 학습에 얼마나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 수 있는 연구결과라고 하겠다. 이 논문은 다 년간의 연구를 통해 중2 시절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더 행복한 아이들은 4년 후인 고3 때 학업성적이 눈에 띄게 높았고, 마찬가지 고3때 또래보다 행복한 청소년은 대학생이 되었을 때 학업에 대한 적응 수준과 목표달성도가 훨씬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현재 소아청소년의 행복 수준이 향후 학업 성취를 예측하는 주요한 바로미터라는 사실임을 주장하고 있다. 장기적인 학습의 성공적인 완성을 위한 핵심요소는 다름 아닌 아이가 느끼는 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감과 긍정적 정서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낙관성은 참담한 수준이다. 특히 자신의 공부에 대해 느끼는 낙관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초중고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질문한 한 설문조사(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이일권 교육의원, <부산지역 초·중등 학생의 학업 무기력 현상 실태 조사>) 에서는 충격적이기까지 한 결과가 나타났다.

    아이들이 ‘나는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문항에 ‘자주 혹은 언제나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이 초등학생 5.2%, 중학생 19.4%, 고등학생 13.0%이나 된다. 학년이 갈수록 공부에 대해 무기력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고등학생들 10명 가운데 한 명은 공부에 대해 이미 절망적인 기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나는 공부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라는 문항에는 초등학생 9.9%, 중학생 32.5%, 고등학생 43.6%가 ‘자주 혹은 언제나 그렇다’라고 답해 이미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 스트레스가 만성화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 아이들 가운데 공부에 대해 즐거운 감정을 느끼는 아이를 찾기 힘든 것이다.

    언젠가 핀란드교육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수업 시간 내내 웃고 즐거워하며 공부에 임하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취재 대상은 특별한 영재나 학업이 우수한 아이들을 따로 모아놓은 교실이 아닌 지방의 한 평범한 고등학교 교실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우리 현실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했다.

    내 책《공부 못하는 아이는 없다》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학습 관련 시험이 있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 교수는 학습 전후에 유쾌한 상황을 만들어주면 학습자의 공부에 대한 긍정감이나 학습능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측정하는 ‘촛불 실험’ 전에 여러 종류의 자극을 주었다.

    여러 그룹을 나눠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도 하고, 기분이 나쁘게도 만들어보고, 억압적인 상황도 연출해보았다. 여러 그룹 가운데 실험 전 즐거운 마음이 들게 했을 때 해답을 맞히는 아이들이 가장 많았다. 또 답을 찾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아이의 비율이 가장 많았던 것도 즐거운 기분을 만들어준 그룹 아이들이었다.

    프레드릭슨 교수는 이와 같은 일련의 인지능력과 관련된 실험들을 통해 한 가지 이론을 도출했다. 그것이 바로 긍정 정서가 개인의 발전과 성장에 기여한다는 확장 및 축적 이론(broaden-and-build theory)이다. 프레드릭슨 교수는 긍정감은 생각과 행동의 폭을 넓혀 한 사람이 새로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학습경험이 지속될 때 그 사람의 능력과 자원 역시 축적되어 발전과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자신이 맡은 일들에서 성취를 이루고 인생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데까지 가설을 확장한다.

    모든 아이에게 공부는 행복한 대상일 수 있다. 공부에 대한 낙관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내 아이의 공부는 적정한 학습량과 풍부한 교육적 지원, 유쾌한 수업, 긍정적인 마인드 코칭이 결합한다면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는 대상이다. 세상에 공부 못하는 아이는 없다. 모든 아이들은 공부를 즐길 수 있도록 태어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