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힐링스토리] 치유적 책읽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3.23 09:55
  • 지하철에 오르면 목격하는 장면은 사람들 거의가 스마트폰을 열심히 쳐다보는 모습이다. 나는 아직 스마트폰도 없고, 붐비지 않는 지하철에서는 여전히 책을 꺼내 읽는 편이다. 간혹 나처럼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면 그것이 왜 그리 반가운지.

    스마트폰을 열심히 보는 사람들이 집이나 직장에서, 아니면 쉬는 동안 책을 열심히 읽을 지는 의문이다. 물론 통계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심리치료 관련 산업이 번성하는 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게 된 점도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 한다.

    책이 가지는 큰 효용 가운데 하나는 심적 치유 작용이다. 좋은 책에는 고원한 치유의 힘이 존재한다. 그런데 책을 읽지 않으니 마음의 평정이나 회복, 역경의 극복이 어려워지고, 심리센터나 정신과를 찾을 일도 그만큼 많아진다.

    마음이 아플 때 우리는 의도적으로 책을 찾기도 한다. 대개 고민이나 갈등에 빠진 이들이 흔히 찾는 책의 종류가 있다. 대형문고에는 힐링 서적 칸이 따로 배치되어 있다. 당신의 마음을 회복시켜주겠다고 설득하거나 자신하는 책들이 이미 많다. 독서치료를 하다 보니, 내게도 어떤 책이 자기 고민을 잘 덜어낼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흔히 간과한다. 마음이 다급할수록, 치유적 읽기란 것이 무엇일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보아야 한다.

    문제는 어쩌면 ‘작위적임’일 수 있다. 애써서 통제하려 하고, 애써서 찾으려 하고, 애써서 해결하려고 하면 마음의 평정을 얻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실제 내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책 읽기를 진행해보아도, 작위적인 책 읽기는 그리 효험이 없다. ‘내 고민이 이 거니, 얼른 풀어줘’ 하는 태도는 좋은 읽기의 자세가 아니다. 또 ‘너의 고민이 뭐야, 내가 다 풀어줄게’ 하는 책도 썩 좋은 책은 아니다.

    얼마 전 한 여성이 또 내게 자신에게 맞을 만한 좋은 치유서를 추천해달라고 청했다.
    “많이많이 추천해주세요. 얼른 이 고민을 풀고 싶어요.”
    그녀의 절실한 부탁 앞에 대뜸 나는,
    “들어보니, 과욕이 더 문제인 것 같네요.”
    라고 답했다. 나는 자신의 문제를 발견했으니, 얼른 풀어내겠다고 달려드는 그녀의 분주한 마음이 되레 안타까웠다.

    “우리가 대개 마음의 균형을 잃는 건 과욕 때문이에요. 우리가 사는 시간이 그리 길고 많은 게 아닌데, 한 인생이 살며 할 수 있는 일이 그렇지 많지 않은데, 문제는 거꾸로 사람들은 사는 날이 얼마 없으니 더 많은 걸 해내려고 온갖 억지를 쓴단 말이에요. 치유적 책 읽기는 책의 종류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분주한 마음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일이에요. 그러니 평소 간절히 읽고 싶었던 책 하나가 있다면, 그 책을 천천히 긴 호흡을 두고 한 번 읽어보세요. 그게 치유적 읽기랍니다.”

    그때는 윤동주의 시집이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들, 법정 스님의 글들이라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더 큰 치유가 가능하다. 진정한 치유적 책 읽기는 시간과의 투쟁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무용을 펼치는 일인 까닭이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 마인드체인지 심리상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