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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 나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석사를 마칠 무렵, 대학원에서 더는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 상황을 강요당하며 절망의 수렁에서 쉬이 헤어나지 못했다.
몇 년 후 거의 완전히 우울증을 털어내면서 나의 생활은 전에 없이 건강해졌다. 매일 2시간 정도 운동 겸 산책을 했고, 헤르만 헤세의《정원 일의 즐거움》에서 말하는 농사의 기쁨도 알게 되었다. 패스트푸드가 거의 사라진 밥상을 마주했으며, 내 피부는 검게 그을렸다.
볼썽사납다고 주변의 타박이 심했지만, 나는 햇볕에 그을린 내 피부가 무척 좋았다. 그리고 햇볕에 예민해진 나는 광량이 풍부한 날과 다소 부족한 날 사이의 확연한 기분 차이를 느낄 정도가 되었다. 햇볕이 찬란한 날은 마치 조증을 앓는 것처럼 마냥 유쾌했다.
의사인 스티븐 일라디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지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생활개선요법(TLC)을 다루고 있는《나는 원래 행복하다》에서 그는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여섯 가지 요건을 설명한다.
우선 일라디는 뇌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그가 문제 삼는 것은 오메가3와 오메가6 사이의 불균형이다. 패스트푸드나 정제된 음식을 많이 먹게 된 현대인은 오메가3 부족이 심해 뇌 호르몬의 불균형을 가져오기 쉽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물고기에서 위험한 중금속을 빼내고 얻어낸 오메가3를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
상담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의 변화 역시 꼽는다. 하지만 이를 여러 실천 요소 가운데 한 가지로만 한정한다. 물론 걱정과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해서 떠올리는 반추를 막는 활동 역시 중요하나 여기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가 권하는 세 번째 요소인 운동은 사실상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된 가장 확실한 우울증 치료법이다. 나 역시 30대 중반 내 삶에서 가장 단단한 허벅지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 강한 근력이 번뇌를 떨치는 마음근력과 비례한다는 사실을 실감했었다.
그밖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친구나 배우자, 선행, 애완동물, 공동체 같은 인간관계나 애착감이 가져다주는 심리증진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건강한 수면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곁들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햇볕에 관한 부분이다. 일라디는 우울증 치료에 있어 햇볕이 가지는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뇌는 우리 몸을 규칙적으로 활동하게 하려 애쓴다. 두개골 깊숙한 곳에는 소위 ‘체내 시계(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이라 불리는 뇌 영역에 있는 신경세포다발)’라 불리는 작고 정밀한 시계가 있는데, 매일 충분한 빛을 받으면 이 시계는 놀라운 정도로 정확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충분한 빛을 받지 못하면 체내 시계가 불안정해지고 우리 몸속의 수많은 세포들이 서로 보조를 맞추지 못하게 되어 큰 혼란이 일어난다. 호르몬 농도가 불균형해지고, 수면 시간이 불규칙해지고, 활력을 제때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영향들이 실제로 본격적인 우울증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일라디는 우리 몸은 여전히 수렵시대에 적응해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햇볕에 노출되어있는 삶을 살던 우리 몸이 어둡고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 일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한다.
그런즉 우울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 집에서 심리학 서적이나 개그 프로를 보기보다는 운동화를 신고 야외로 나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최근 좌식 문화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인류는 직립해 떠돌아다니는 삶에 적응된 몸을 가졌기 때문에, 장시간 소파나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거나 여가를 보내는 현대인의 삶 역시 부적절하다. 비록 하루에 강도 높은 한 시간 정도의 운동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 보낸다면 별 소용이 없다는 보고도 있다.
나 역시 우울한 사람을 만나면, 아주 구체적으로 햇볕이 가장 강렬한 시간에 숲길을 걷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라는 조언을 한다. 그리고 이를 경청하고 열심히 따랐던 사람 대부분은 매우 긍정적인 경과보고를 한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저자
[박민근의 힐링스토리] 우울증을 이기는 생활개선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