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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젊은 남성 다수가 사랑을 거부하고 있다. 사회적인, 사랑의 증발 현상은 이렇게 대부분 사랑과 여성을 두려워하는 남성이 빚어낸다. 작년 우리나라 청년들의 실업률은 최악에 다다랐고, 앞으로의 전망도 썩 밝지 않다. 청춘의 고난 시대를 예견하는 사회경제학자들이 많다. 여러 사회 지표들은 청년에게 가해지는 생존의 채찍질이 얼마나 가혹한 지 여실히 보이고, 사회에서 사랑의 열기가 식는 현상을 증명한다.
MBC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연애만 8년째, 결혼할 수 있을까?>는 그 실상을 다루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창 사랑하고 결혼할 청춘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박이 극심해지며, 온전한 사랑보다는 기형적이고 파편적인 사랑의 방식을 택하거나 아예 연애나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청춘들이 느는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에는 8년째 연애중인 실제 커플이 나온다. 둘은 너무 사랑하고 또 결혼하고 싶어 하지만, 남자는 이제 막 대학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은 처지인지라, 다시 엄청난 빚을 내어가며 결혼이라는 ‘대사’를 치를 용기도, 능력도, 무모함도 없는, 그런 커플이다.
여자는 속기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시험 준비를 하고 있고, 남자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있는 힘껏 일하는 평범한 한국의 청년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결혼은 자신들은 감히 다가갈 수 없는 타인의 현실일 따름이다. 그래서 결혼을 미룬 채 오늘도 서로 목하 연애만 하고 있는 중이다.
사랑이라도, 연애라도 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경쟁의 쇠사슬에 묶여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호르몬에 찌든 청춘들에게 사랑은 저 먼 행성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연애세포를 잃어가고 있다.
우울증으로 힘든 한 30대 초반 직장인과 상담한 적이 있다. 그에게도 연애와 결혼은 큰 고민거리였다. 그에게 <연애만 8년째, 결혼할 수 있을까?>와 거의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다큐멘터리 <결혼 없는 청춘>를 보라고 권했다. 그의 대답은 기묘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되레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이제 안심하고 독신의 삶을 살아도 되겠다고 했다. 솔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아주 가끔 연애하는 지금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이 오히려 지금 청춘들에게는 보편적인 것임을 확인하고 많이 안도했다며.
남자의 무기력보다 더 큰 이유가 여성들의 좁아진 애정관념에 있다고 말하는 남성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의 성토를 풀이하자면 세상의 상식이 빚어낸 여성들의 연애나 결혼에 대한 협소한 견해가 사랑을 가로막는 더 큰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결혼 없는 청춘>에 출연한 한 여성은 가난한 남자라면 자신이 “별로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 같”다고 단언한다. 그녀의 속내는 특이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보편적인 애정의식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 의지일 뿐, 여성의 본성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여성의 본성은 사랑이다.
사회신경과학이라는 학문의 창시자로 알려진 존 카치오포는 그의 저서,《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에서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신경과 유전자에 새겨진 사회적 유대감을 향한 본성을 규명한다. 그는 인류는 비록 이기적인 측면이 있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계속 물려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과 사랑을 갈망하는 본성을 갖춰야만 했고, 그리고 누군가와 늘 사회적 관계, 정서적 관계를 맺어야만 했고, 종국에는 이성과 더불어 자손을 생산할 만큼의 열정적인 유대감, 낭만적 사랑이나 우애적 사랑이라는 감정능력을 획득해야만 했다고 설명한다.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싶은 것은 우리 인간 유전자에 새겨진 본성인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사랑 대신 생존에 직시하라는 경고음을 울린다. 그리고 사회가 가하는 생존의 압박만큼 내 본성에서 끓어오르는 사랑의 갈망 역시 막대하다. 이 둘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은 현재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강렬한 갈등을 안겨주는 양극의 압력이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 마인드체인지 심리상담센터 원장
[박민근의 힐링스토리] 사랑을 거부하는 사람들